♣ 盈科後進 319

烏石行春[오석(烏石)에 봄나들이를 가다.]

烏石行春[오석(烏石)에 봄나들이를 가다.]   縣西十里有黑石村 余效王半山改爲烏石  [현의 서쪽 10리에 흑석촌(黑石村)이 있는데 내가 왕반산(王半山, 왕안석의 호)의 過外弟飮(외사촌 집에 들러 술을 마시며)>1) 3구에 나오는 시어 오석강(烏石岡)을 본받아 고쳐서 오석(烏石)이라고 하였다.] 茅屋皆臨水 : 띠집은 모두 계곡에 접해있고桃花盡掩門 : 복사꽃이 피어 다 문을 가렸네.籃輿烏石逕 : 남여를 타고 오석으로 가는 길은擬入武陵村 :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듯하네.   출처 : 어득강의 산음12영 중 제2수 注 1) 반산(半山)은 송나라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왕안석(王安石)의 호이다. 그의 〈과외제음(過外弟飮)〉이라는 시에 “모르겠어라 오석강 길을, 늙을 때까지 서로 찾아갈 일 몇 번일런고.[不知烏石岡邊路,..

題破盆蘭花圖[제파분난화도]

題破盆蘭花圖[제파분난화도] 어제 오후 선과 임병기 선생님이 카톡으로 보내온 파분난화도(破盆蘭花圖) 사진... 대구의 어느 허름한 수선집 유리창에 테이프로 붙여놓았다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句마다 글자가 조금씩 다르다. 시의 원 제목은 '破盆蘭花[깨진 화분의 난초]'이다. 破盆蘭花 春雨春風洗妙顔 : 洗-寫 一辭瓊島到人間 : 一辭瓊島-幽情逸韻, 到-落 而今究竟無知己 : 而-如 打破烏盆更入山 : 盆-盃 題破盆蘭花圖[제파분난화도] 春雨春風洗妙顔 : 봄비와 봄바람에 고운 얼굴(妙顔) 씻어내고 一辭瓊島到人間 : 한 번 신선의 거소를 떠나 인간세상에 이르렀네 而今究竟無知己 : 지금껏 필경(畢竟)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打破烏盆更入山 : 오분(烏盆)을 깨뜨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리 己未立春 成輔(沈城鎭 印) ※ 정..

매화는 도리행화와 봄을 다투지 않는다.[梅不與挑李杏爭春]

■ 당경(唐庚)이 장무진(張無盡)에게 준 시 二月見梅 : 이월에 매화를 보고 唐庚(1070~1120) 桃花能紅李能白 :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니 春深何處無顔色 : 봄이 깊으면 어느 곳에 아름다운 꽃 없겠는가. 不應尙有一枝梅 : 다만 매화꽃은 한 가지에도 남아 있지 않으니 可是東君苦留客 : 봄의 신도 억지로 그를 붙잡아 두기 어려웠음이리라. 向來開處當嚴冬 : 이전에 피었을 때에는 엄동설한 이어서 白者未白紅未紅 : 오얏꽃은 희지 못하고 복숭아꽃도 붉지 않았다오. 只今已是丈人行 : 지금은 이미 손윗 자리가 되었으니 肯與年少爭春風 : 어찌 젊은이들과 봄바람을 다투려 들겠는가. 출처 고문진보 注 唐庚(1070~1120) : 북송시대 시인. 東君 : 절기로 보면 봄철이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동군은 봄을 맡은 신..

촉도난(蜀道難)-촉(蜀)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이여!

촉도난(蜀道難)-촉(蜀)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이여! 이백(李白) 고문진보 전집 제7권 장단구 180.촉도난(蜀道難)-이백(李白) 당시삼백수 권1 칠언악부 79.촉도난(蜀道難)-이백(李白) 〈촉도난(蜀道難)〉은 고악부(古樂府)의 제목을 따온 것으로 이백의 나이 31세, 당 현종 개원(開元) 19년(731) 장안에 오기 전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에는 하지장(賀知章)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전한다. 이백이 촉(蜀)을 떠나 장안으로 가면서 객사에 묵었는데 하지장이 그의 이름을 듣고 먼저 방문해서는 글을 지어 달라 청하였다. 〈촉도난(蜀道難)〉을 꺼내 보여주자 채 읽기를 마치기도 전에 수 없이 칭찬을 하며 이백을 ‘유배 온 신선’[謫仙]이라 부르고 허리에 차고 있던 금귀(金龜)를 술과 바꾸어 취하도..

김기 박사님이 보내온 한시

雨中登鷄龍山馬峙(우중계룡산마티) 金己(1962~ ) 盛春無事入鷄山 한 봄에 일 없어 계룡산에 들어오니 靈雨霏霏點俗顔 신령한 비 부슬부슬 속된 얼굴 적시네. 紅白花邊靑霧起 붉고 흰 꽃 가에 푸른 안개 피어나는데 客憂濕鳥顧林間 객은 젖은 새 근심하여 숲 사이 둘러보네. 비오는 가운데 계룡산 마티고개에 오르다. 신축년 양력 4월 3일 비가 오기에 구름에 잠긴 계룡산을 보러 왔다. 공주로 넘어가는 마티고개에 올라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고개 위의 곳곳에 핀 녹음방초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가지각색의 꽃과 마음대로 이합(離合)하는 안개를 보니 마치 선계에 들어온 듯하였다. *食藏山自然生態林 山頭尖塔入雲間 산머리 첨탑은 구름 속에 들어갔는데 群脈淸奇作別寰 맑고 기특한 뭇 산맥들 별세계를 이루었네. 古樹名花招俗客..

이목(李穆, 1471~1498) 짧게 굵게 산 곧은 선비

이목(李穆, 1471~1498) 짧게 굵게 산 곧은 선비 1.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98)은 조선조 중기 무렵, 사화가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던 시대에 살았다. 사화란 기골에 찬 선비들이 묵은 세력을 도려내고 새로운 정치와 기풍을 일으키려다가 떼죽음을 당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개혁정치를 이루어 보려고 기성세력에 맞섰다. 그야말로 젊은 기백으로 일신의 안녕을 돌보지 않고 싸운 것이다. 그러면 기성세력은 어떤 부류인가? 그 당시 높은 벼슬을 대대로 누리며 떵떵거리면서 살아오던 훈구파와 언제나 왕의 주위에 몰려 이권을 낚아채는 왕비의 피붙이인 척족세력이었다. 이들이 계속 기득권을 누리고 더 많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왕을 꼬드겨 패기에 찬 학덕 높은 사류들을 몰..

作墨戲 題其額 贈姜國鈞

作墨戲 題其額 贈姜國鈞 화암(花巖)을 찾다가 사숙재 강희맹을 만났다. 강희맹은 만년에 함양군 유림면 화장산 아래 국계에 은거했다. 묵희(墨戲)는 신참 과거 급제자에게 선배 급제자들이 행하던 일종의 신고식으로 '붓으로 얼굴에 먹칠을 하던 놀이'이다. 선배가 후배 급제자에게 얼굴에 먹칠을 하고 강물 속에 달을 잡아오라고 시킨 듯하다. 선배는 얼굴에 먹칠을 한 후배를 원숭이라고 칭한다. 후배 급제자는 달을 잡는 흉내를 내고 선배 급제자는 포복절도한다. 읽다가 푸석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다. '胡孫捉江月'이란 제목을 달고 온라인 상에 떠도는 것을 원 제목을 붙였다.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어원이 묵희에서 나온 듯하다. '원숭이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하니/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어라, 달이 다..

칼자루에 써서 장원한 조원趙瑗 에게 주다.- 曺植(1501~1572)

書剑柄贈趙壯元瑗-曺植(1501~1572) 太白星(태백성) : 금성 書剑柄贈趙壯元瑗 (칼자루에 써서 장원한 조원趙瑗 에게 주다) 曺植(1501~1572) 离宮抽太白 : 불속에서 태백성 같은 칼날 뽑아내니 霜拍廣寒流 : 서릿발 칼빛이 광한전에 닿아 흐르네 牛斗恢恢地 : 견우 북두성이 떠있는 넓디넓은 곳에 神游刃不游 :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네 ☞ 离宮 : 불구덩이, 太白星(태백성) : 금성, 廣寒殿 : 달 속에 있다는 상상 속의 궁전.

점필재 김종직선생의 유두류기행시 첫首 선열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기행시 첫 首 先涅庵 선열암(先涅庵)을 여러 번 답사하지 않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기행시 첫 수 선열암... 2句 '雲根矗矗水泠泠(운근촉촉수영령)'의 詩句는 절묘하다. '바람(따듯한 공기)이 차가운 바위에 부딪혀 구름이 생기는 바위 雲根(운근)', '바위에 물방울이 맺혀 높은 곳에서 톡,톡,톡 떨어지는 矗矗水(촉촉수)', '물방울이 물에 떨어지는 소리 泠泠(영령)'은 오직 점필재 선생만이 표현할 수 있는 詩句이다. 점필재 선생은 어떻게 자연의 미묘한 현상과 사물의 미세한 미동까지, 동심원을 그리는 물방울 소리의 파장을 감지하고 시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나는 志原 박양준 선생을 만날 때마다 선열암(先涅庵) 시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드디어 지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