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吳䎘 (1592~1634. 文臣. 字 肅羽. 號 天坡. 本貫 海州)

도솔산인 2018. 9. 19. 21:16

吳䎘 (1592~1634. 文臣. 字 肅羽. 號 天坡. 本貫 海州)



(1) 鑑湖 (거울같은 湖水)


曲瀑長湖處處同 ~ 굽은 瀑布, 긴 湖水는 곳곳이 같아
松寒沙白海棠濃 ~ 찬 소나무, 흰 모랫벌, 짙붉은 海棠花
爭如此裏開明鏡 ~ 이 속에 맑은 거울 다투어 갖다 놓으면
照得蓬萊第一峯 ~ 蓬萊山 第一峯을 비취 볼 수 있으련만.



(2) 江上


松津天下士 ~ 松津은 天下의 선비
詩似謝宣城 ~ 詩는 謝宣城 처럼 잘 지었다.
自有千篇富 ~ 千 篇이 넘는 豊富한 作品
從來萬戶輕 ~ 只今껏 萬戶를 가볍게 여긴다.
酒知今夕興 ~ 술이 오늘 저녁을 알아 興겹고
花入半江明 ~ 꽃은 半쯤 江에 잠겨 밝기도하다.
魚鳥相忘處 ~ 물고기도 새도 서로를 잊는 곳
悠然世外情 ~ 아득히 世上 밖의 마음이로다.



(3) 遣懷 (懷抱를 풀다)


拄笏空勞望北山 ~ 홀을 부질없이 北山 바라보니
天時人事自循環 ~ 時間과 사람일은 저절로 바뀌는구나.
有年未了浮生困 ~ 아직 남은 목숨 덧없는 삶의 苦通 끝내지 못해
一醉宜偸盡日閑 ~ 한 番 醉하여 終日의 閑暇함을 耽해보노라.
春氣潛行將換序 ~ 봄氣運은 몰래 節氣를 바꿔 가는데
風光流轉巧催顔 ~ 歲月風光 돌고돌아 巧妙히 사람을 늙게 재촉하는구나.
與君且試還丹法 ~ 그대와 함께 將次 試驗삼아 神仙의 法으로 돌아가
會待靑牛共出關 ~ 老子의 푸른 소 기다려 함께 門을 나가길 기다려 볼까.



(4) 遣興 (興을 풀어버리다)


池晩蛙聲合 ~ 못에 저녁이라 개구리 소리 쏠리는데
林深鳥語闌 ~ 숲이 깊어 새 우는 소리는 아득하다.
亂雲風不止 ~ 바람 그치지 않아 구름은 어지럽고
枯木雨餘寒 ~ 마른 나무는 비 맞은 뒤라 차기만 하다.
几杖聊依壁 ~ 案席과 지팡로 壁에 기대어 있는데
兒童欲掩關 ~ 아이들은 大門을 닫으려고 하는구나.
離離轉愁思 ~ 疎遠하여 생각은 더욱 근심스럽고
偏覺賦詩難 ~ 문득 詩를 짓는 것에 어려움을 깨닫는다.



(5) 九日與趙素翁過龍山向戇山


(戇 어리석을당)
(九日 趙素翁과 龍山을 지나 戇山으로 向하다)
江上秋花滿目斑 ~ 江 위의 가을꽃들 눈에 가득 아롱지고
新詩解與酒俱還 ~ 새로운 詩를 풀이하고 술 마시고 함께 왔노라.
却愁短髮逢吹帽 ~ 문득 짧은 머리칼 바람에 맞아 帽子 날릴까
不向龍山向戇山 ~ 龍山으로 向하지 않고
戇山으로 向하노라.



(6) 寄奉咸陽鈴閣


(咸陽 鈴閣에 부쳐 받들다)
見說㵢溪上 ~ 㵢溪 위에서 들리는 말 들으니
千年學士樓 ~ 千年 된 學士樓가 있다고 한다.
風簷遺暑濕 ~ 바람 드는 처마에는 더위 남아 濕하고
雲檻壓頭流 ~ 구름 낀 欄干은 江 머리를 누르고 흐른다.
野暗村村柳 ~ 들판이 어두워지니 고을마다 버드나무
沙明點點鷗 ~ 모래 벌판이 밝아지니 點點이 갈매기이로다.
秋來欲乘興 ~ 가을이 되니 興趣가 일어나는데
江漢有歸舟 ~ 江에는 돌아가는 배가 매여 있구나.



(7) 寄友人 (親舊에게)


藥餌扶君去 ~ 藥 때문에 부축받고 떠나더니
春深信不還 ~ 봄 깊도록 消息 한 番 오지 않는구려.
東郊眼盡處 ~ 東녘 들 밖, 눈 간 곳 바라보아도
迢遆只雲山 ~ 멀리 보이는 것은 오직 山과 구름뿐.



(8) 東宮迎祥帖


旭日昇空瑞色浮 ~ 돋는 해 空中으로 솟으니 祥瑞로운 빛 뜨고
遙聞鶴駕近龍樓 ~ 아득히 들려오는 王世子의 수레소리 樓臺에 가까워 진다.
侍臣有喜排新句 ~ 臣下들은 기뻐하며 새 詩句 늘어놓으니
解道無疆萬世休 ~ 萬壽無疆 아름다움을 말할 줄을 아는구나.



(9) 燈下口占示鄭汝準


(燈불 아래서 읊어 鄭汝準에게 보이다)
空村十月夜 ~ 텅 빈 마을에 十月의 밤
茅屋小燈前 ~ 草家의 작은 燈盞 앞에 있다.
却喜連床話 ~ 床을 마주한 對話에 도리어 기쁜데
那嫌共被眠 ~ 어찌 함께 이불 덮고 잠자기 싫어하랴.
屛依書秩靜 ~ 屛風은 書架에 닿아 고요하고
架與藥囊懸 ~ 시렁에 藥주머니가 매달려 있구나.
喚婦催開甕 ~ 지어미 불러 술독 열기를 재촉하고
從容倒聖賢 ~ 조용히 淸酒 술盞 앞으로 나아간다.



(10) 漫成 (부질없이 읊다)


世路猶多難 ~ 世上 길 어려움이 많나니
吾生可免憂 ~ 내 生涯인들 어찌 근심을 免할까.
疏簾斜日照 ~ 듬성한 발에 지는 햇살 비치고
蔓草小庭幽 ~ 덩굴 풀은 작은 뜰에 그윽하다.
書秩誰能撿 ~ 책들은 누가 能히 살피며
琴弦亦自休 ~ 거문고 줄도 그저 쉬어라.
倚闌仍困睡 ~ 欄干에 기대니 困하여 곧 잠들어
拳手暫支頭 ~ 주먹 쥔 채로 暫時 턱을 고인다.



(11) 漫成 (뜻없이 짓다)


發興惟詩卷 ~ 興을 일으키려면 오직 詩 뿐이요
攻愁賴酒杯 ~ 근심을 이기려면 술盞에 依支하노라.
深村無客至 ~ 깊은 시골에 찾아올 손님 없는데
三逕爲誰開 ~ 누굴 爲해 세 갈래 庭園 길 가꿔 두었나.
樹裏殘花在 ~ 나무숲 속에는 늦은 꽃 남아있고
簷前乳燕廻 ~ 처마 앞에는 어린 제비 돌아다닌다.
自看今日事 ~ 스스로 오늘 일들을 보니
正似出塵埃 ~ 이것이 바로 俗世를 벗어난 듯 하여라.



(12) 挽愼仲擧


海內堂堂友 ~ 우리나라에서 堂堂했던 親舊여
平生爾弟兄 ~ 平生 동안을 그대와 兄弟 같았었지요.
文章千古意 ~ 文章은 千古에 뜻을 담았고
交契百年情 ~ 우리의 友情은 平生 동안 情다웠지요.
世事浮雲盡 ~ 世上事 뜬 구름같이 다하고
秋風旅雁驚 ~ 가을바람에 떠나가는 기러기 놀랍니다.
窮途無限淚 ~ 마지막 가는 길에 끝없이 눈물 흐르고
江漢一銘旌 ~ 江가에는 온통 葬醴 깃발만 날립니다.
自號湖山病隱翁 ~ 스스로 湖山에 들어 사는 늙은이라고
松形鶴骨見仙風 ~ 소나무와 鶴 같은 骨格에서 神仙의 品格이 보였지요.
百年道意琴書靜 ~ 平生을 道에 뜻을 두어 거문고와 冊으로 고요를 찾고
四海才名賦頌雄 ~ 世上에 이름난 才주 賦와 頌은 雄件하였지요.
擬把釣竿投北渚 ~ 낚시대 잡고 北쪽 물가로 가시는 듯 했는데
暫隨冠佩入南宮 ~ 暫時 벼슬 따라 南宮으로 들었지요.
祗今無復聞淸議 ~ 이제는 다시 그대의 맑은 議論 다시 듣지 못하니
獨向人間任轉蓬 ~ 저 혼자 人間世上 向하여 외로이 떠돌게 되었습니다.



(13) 挽 李進士


比屋多年住 ~ 여러 해를 집 가까이 살면서
匡床幾夜連 ~ 많은 밤을 큰 뜻 나누었지.
忽聞泉下路 ~ 저승 길 갔단 말 문득 듣고보니
長作飮中仙 ~ 그대 길이 술 마실 神仙이 되었구료.
書札尋囊篋 ~ 그의 書札을 箱子에서 찾아 보니
音容憶靜便 ~ 목소리며 얼굴이 고요히 떠 오른다.
廣陵松柏暮 ~ 廣陵의 소나무 잣나무가 黃昏에 드니
回首哭秋天 ~ 남 몰래 고개 돌려 가을 하늘에 慟哭 한다.



(14) 滿月臺


君王行樂不曾休 ~ 임금의 行樂이 일찍이 그치지 않아
千尺高臺結綺樓 ~ 千 자나 되는 높은 臺에 緋緞 樓閣 지었구나.
往事卽今流水在 ~ 지난 일 이제는 흐르는 물만 남아
夕陽煙草使人愁 ~ 夕陽의 煙氣와 풀빛은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15) 晩晴 (늦어서 날이 개다)


稍稍雲移影 ~ 조금씩 구름은 그림자 옮아가고
微微樹帶陰 ~ 稀微하게 나무들은 그늘지는구나.
野含芳草性 ~ 들판은 香氣로운 풀 맛을 머금고
村見老農心 ~ 마을에는 늙은 農夫의 마음 보인다.
山鳥歸林晩 ~ 山새는 저녁 숲으로 돌아오고
池魚樂水深 ~ 못 속의 물고기 물이 깊어 좋아라.
登皐倚藜杖 ~ 靑藜杖 짚고 언덕에 오르니
聊復一閑吟 ~ 애오라지 다시 한 番 閑暇히 읊어본다오.



(16) 漫興 (興겨워서)


深巷草屋絶低小 ~ 깊숙한 골목 草家집은 작고도 나직한데
書床竹盆一窓間 ~ 冊床과 대나무 花盆 窓門 사이에 놓여있소.
南隣好客幸來過 ~ 南쪽 이웃 손님 僥幸 지나다 들르는데
相與接膝猶語闌 ~ 무릇 맞대고 더불어 앉아 이야기 情겹다오.



(17) 孟夏 (初여름)


懶習逢長夏 ~ 게으런 習慣 긴 여름 만나니
詩情失暮春 ~ 저문 봄날에 詩 읊을 마음 가셔진다.
深林不受暑 ~ 깊은 숲은 더위도 이르지 않고
虛閣頗宜人 ~ 빈 樓閣은 자못 사람에게 알맞구나.
柳態看猶嫩 ~ 버드나무 姿態는 볼수록 軟弱하고
鶯歌聽更新 ~ 꾀꼬리 노랫소리 들을수록 새로워라.
城闉常早熱 ~ 城門 안은 恒常 일찍 더워지니
明欲出紅塵 ~ 날 밝으려 하니 俗世를 떠나리라.



(18) 武陵洞


步入桃花下 ~ 복숭아꽃 아래로 걸어가
柴扉問主人 ~ 사립門에서 主人에게 물었소.
夕陽迷去路 ~ 夕陽에 돌아갈 길 잃었지만
一笑武陵春 ~ 武陵의 봄 氣分 좋아 웃었소.



(19) 奉別王父湖南防禦之行


(할아버지께서 湖南防禦使로 가심을 奉別하며)
再掌湖南萬甲兵 ~ 다시 湖南의 많은 軍士 맡으시니
無邊草木識威名 ~ 가없는 草木들도 그 威嚴 아는구나.
英雄事業須今日 ~ 英雄의 일들 오늘을 기다렸으니
肯顧兒孫惜別情 ~ 孫子의 惜別의 情을 기꺼이 보아주세요.



(20) 佛日 (부처님 오신 날)


人世吾何事 ~ 人間 世上 내 무슨 일 할까
名區得此山 ~ 훌륭한 땅 이 山을 얻었도다.
佛日玉簫庵 ~ 부처님 날의 玉簫庵子
香爐靑鶴間 ~ 香爐와 靑鶴 사이에 있구나.
銀河垂絶壑 ~ 銀河水는 깎아지런 골짝에 드리우고
琪樹繞空壇 ~ 玉같은 나무는 빈 法堂을 둘렀구나.
且愛胡僧在 ~ 將次 스님이 있음을 사랑하여
徐飛錫杖還 ~ 천천히 지팡이 휘두르며 돌아오리라.



(21) 石門


千古雲間石 ~ 千古의 구름 사이 돌은
雙溪寺外門 ~ 雙溪寺 밖의 돌門이로다.
龍蛇何日動 ~ 龍과 뱀은 어느날에야 움직일까
風雨有時喧 ~ 비바람만 때때로 시끄럽구나.
爲復題新句 ~ 이를 爲해 새 싯귀를 지으나
猶能記舊痕 ~ 오히려 옛 痕跡을 記憶하게 하네.
茫茫學士迹 ~ 아득한 崔致遠 學士의 발자취를
重與老僧論 ~ 거듭 거듭 老僧과 이야기하게 한다.



(22) 惜春


花受微風墜 ~ 微風에도 꽃은 지고
春從小雨歸 ~ 가랑비 속으로 봄은 간다.
園禽如有意 ~ 뜨락의 새는 무슨 일 있는지
終夕繞林飛 ~ 저녁 내내 숲을 돌며 나는구가.



(23) 松都路上


路入平蕪欲暮天 ~ 길은 荒蕪地로 접어들고 날은 저무는데
吟魂聊復寄征鞭 ~ 애오라지 詩를 읊으며 다시금 急히 말을 몰아 간다.
山光縹渺傷心麗 ~ 山色은 아득하여 마음 아프도록 곱고
覇氣蕭條滿目憐 ~ 쓸쓸한 覇業의 氣運 눈에 가득 안타깝구나.
一代表冠餘古墓 ~ 한 때의 高官들은 옛 무덤으로 남았고
千年第室卽荒田 ~ 千 年의 古宅들도 거친 밭이 되었구나.
逢人善竹橋邊路 ~ 善竹橋 곁에서 길손을 만나
欲說興亡却惘然 ~ 興亡을 이야기 하려다 말고 문득 悲感에 쌓인다.



(24) 送睦僉知大欽赴燕


(僉知 睦大欽이 燕京에 가는 것을 餞送하며)
聯壁文章盛 ~ 過去 同門으로 文章 盛하고
承家德業尊 ~ 家業을 이어 德業이 높아라.
絲綸存美蹟 ~ 벼슬은 業積에 달려있고
雨露荷殊恩 ~ 임금의 恩惠를 特別히 받았도다.
遠赴初陽節 ~ 멀리 새해 祝賀 使節로 이르니
高驅貳价軒 ~ 높이 副使의 수레를 타고 가는구나.
雲開靑鎖闥 ~ 구름 걷히자 푸른 곳에 잠긴 大門
星耀紫微垣 ~ 별빛은 天子 계신 紫微宮 담장에 빛난다.
莫道離愁苦 ~ 離別의 근심 괴롭다고 말하지 말라
應耽勝事繁 ~ 반드시 좋은 일 많음을 즐기어라.
屠沽騰俠氣 ~ 白丁은 俠氣를 오르게 하고
翰墨湧詞源 ~ 붓과 먹은 글 샘을 湧솟음치게 한다.
環佩淸宵動 ~ 몸에 찬 佩玉소리 맑아 밤에도 움직이고
歌鍾白日喧 ~ 노랫소리 북소리는 대낮에도 擾亂하다.
雅懷添俊逸 ~ 맑은 懷抱는 더욱 뛰어나고
奇覿盡乾坤 ~ 奇異한 구경거리는 天地를 다할 것이다.
官酒休深酌 ~ 官에서 내리는 술은 甚하게 먹지 말고
囊詩好細論 ~ 詩 주머니의 詩는 仔細히 論함이 좋도다.
自憐違附驥 ~ 따라가지 못함이 스스로 안타까워
多病滯荒村 ~ 病 많아 荒凉한 마을에 남아 있으리라.



(25) 送白雲禪子 (白雲 禪師를 보내며)


小軒寥落帶斜暉 ~ 쓸쓸한 작은 집에 지는 햇살 비추고
秋意蕭然入翠微 ~ 스산한 가을 마음이 山氣運에 젖어든다.
無那詩僧好乘興 ~ 詩 짓는 스님이 興을 타기 좋아하다니
白雲千里拂歸衣 ~ 흰 구름 千릿길 옷자락 떨치고 돌아간다.



(26) 宿露梁船上 (노량의 배 위에서 묵으며)


南海新秋萬里風 ~ 南海 初가을에 萬 里 멀리 부는 바람
舟人掛席月明中 ~ 砂工은 달 밝은 밤에 돛을 올리는구나.
莫言蓬島玄壺隔 ~ 蓬萊城 神仙境이 멀리 있다 말하지 말라
直見銀河赤岸通 ~ 곧 銀河水가 붉은 언덕과 이어짐을 보리라.



(27) 僧家伽寺


漸覺閑情熟 ~ 閑暇한 마음 익어가자
人間萬事慵 ~ 人間萬事가 귀찮아 진다.
杖藜尋古寺 ~ 지팡이 짚고 옛절 찾아
枕石近幽松 ~ 소나무 가까이서 돌을 벤다.
澗壑藏春鳥 ~ 골짝 개울에 봄날의 새
煙霞入暮鍾 ~ 안개 노을 속에 저녁 鐘소리.
只應棲此地 ~ 오로지 이 곳에 살면서
仙釋日相從 ~ 神仙과 스님 날마다 만났으면.



(28) 食後


食後徐行向菜田 ~ 食事 後에 천천히 菜蔬밭에 걸어가니
病妻隨後稚兒先 ~ 病든 아내 뒤따르고, 아이들은 앞선다
人生此樂餘無願 ~ 人生의 이 즐거움에 남은 바람 없으니
誰自勞勞送百年 ~ 그 누가 스스로 受苦롭게 一生을 보내려나.



(29) 新安樓上 (新安樓 위에서)


靜倚高樓向夕曛 ~ 높은 樓閣에 기대어 저녁 구름 向하니
雨絲愁緖共紛紛 ~ 빗줄기와 근심의 실마리 함께 어지러워라.
佳人妙曲來何處 ~ 佳人의 妙한 노랫소리 어디서 오는지
唱徹秋空萬里雲 ~ 노랫소리 가을 하늘 萬 里 구름을 뚫는구나.



(30) 雙溪


物外千年寺 ~ 世上 밖 千年寺
雲間百尺樓 ~ 구름 속 百 尺 높은 樓閣.
登臨無限景 ~ 올라보니 끝없는 風光
逆旅再來遊 ~ 나그네 다시와 노니노라
贈語僧猶誦 ~ 내가 드린 말 스님은 아직도 외고
題名壁自留 ~ 壁에 쓴 이름 그대로 남아 있네.
秋風石門路 ~ 가을바람 부는 돌門 앞길에
明發更淸愁 ~ 햇빛 밝으니 다시 맑은 愁心이 이네.
層樓曲檻獨憑危 ~ 層層樓臺 굽은 欄干에 기대서니
山色蒼蒼日暮時 ~ 山色은 검푸르고 해는 지는구나.
方丈神仙誰採藥 ~ 方丈山 神仙이여 누가 仙藥을 캐었는가
新羅學士但有碑 ~ 新羅 學士 崔致遠은 碑石만 남겼구나.
煙深古洞蟬聲集 ~ 물안개 깊은 옛 고을에 매미소리 騷亂한데
樹靜空壇鳥影遲 ~ 고요한 숲 빈 터 새들 그림자만 閑暇하다.
客裏詩篇渾漫興 ~ 나그네 마음 속 詩興은 무르익어
秋來水石轉淸奇 ~ 가을이 되니 물과 돌이 더욱 맑고 奇異하다.



(31) 夜坐聞簫


(밤에 앉아 퉁소소리 들으며)
春寒料峭容愁生 ~ 찬 봄 氣運 銳敏한 생각, 얼굴에 愁心 일고
籬落無人鳥不鳴 ~ 울타리에 사람 하나 없고 새도 울지 않는다.
半夜誰傳玉簫響 ~ 한밤中에 누구인가 玉퉁소 소리 傳하니
一天星月十分明 ~ 온 하늘의 별과 달이 玲瓏하게도 밝도다.



(32) 夜坐使國耳呼韻


(밤에 앉아 國耳에게 韻을 부르게 하여)
滿庭風雨鬧春陰 ~ 뜰에 가득 비바람 봄 숲을 시끄럽게 하고
詩罷樽傾覺夜深 ~ 詩 다 짓고 술盞을 기울이니 밤이 깊었다.
獨向寒燈吟不寐 ~ 혼자 차가운 燈불 向해 읊으니 잠 오지 않아
一年花事更關心 ~ 피고 지는 一年의 꽃 일이 더욱 마음 쓰인다.



(33) 餘稂村


水轉山回一棧通 ~ 물이 山을 돌아 흘러 마을길 다리로만 通하고
天開日月照壺中 ~ 날이 개니 해빛과 달빛이 甁 속을 비춘다.
桃花漏洩春消息 ~ 복숭아꽃 새어나와 봄消息 傳하거니
輕薄隨風點點紅 ~ 바람따라 가볍게 날리니 點點이 붉어라.



(34) 鍊光亭用朱天使韻


(鍊光亭에서 朱天使의 韻을 빌어)
三韓形勝有玆亭 ~ 三韓에 빼어난 景致 이 亭子에 있으니
無限雲山檻外靑 ~ 數 많은 구름 낀 山 欄干 밖에 있구나.
日暮村娥猶濯錦 ~ 해는 저무는데 아직도 시골 아가씨 緋緞 빨고
波寒漁父獨揚船 ~ 물결은 차가운데 漁夫는 홀로 거룻배 띄운다
一春景物還堪賦 ~ 한 봄날의 景致는 詩 지을 만하여
萬里征驂更暫停 ~ 萬 里 길 떠나는 말을 暫時 세우고 쉬노라
滿壁瓊琚爽牙頰 ~ 壁에 가득한 아름다운 글귀 읊기에 爽快하고
文星當日幾曾經 ~ 그날에 大 詩人은 몇 番이나 지나갔는가.



(35) 玉簫庵


獨夜邀仙鶴 ~ 홀로 있는 밤 仙鶴을 맞아
淸晨禮釋曇 ~ 맑은 새벽 부처님께 禮拜한다.
乾坤一方問 ~ 天地 안의 어느 한곳의 庵子
今古此伽藍 ~ 예나 只今이나 이 절間이로구나.
雰氣生危檻 ~ 안개 氣運은 높은 欄干에 피고
香煙擁小龕 ~ 香불 煙氣는 절塔을 감싸는구나.
從來貪佛日 ~ 從來에 佛日을 貪내었는데
更別玉簫庵 ~ 다시 玉簫庵을 떠나야 하는구나.



(36) 龍山草亭


一天秋月照淸江 ~ 온 하늘에는 가을달빛 맑은 江 비추고
草閣虛寒閉小窓 ~ 草閣은 비어 차가워서 작은 窓門 닫아본다.
柔櫓數聲潮上岸 ~ 부드럽게 노젖는 소리 물결은 언덕으로 튀는데
雁群驚起未成雙 ~ 기러기떼 놀라 일어나 미쳐 짝을 찾지도 못한다.



(37) 寓居


(臨時로 남의 집에 살며)
借寄隣人宅 ~ 이웃 사람 집을 빌려 사는데
生涯不自營 ~ 내 人生도 스스로 堪當하지 못하는구나.
破窓風亂射 ~ 부서진 窓으로 바람은 들이치고
空壁燭微明 ~ 빈 壁에는 촛불 稀微하구나.
養拙應吾道 ~ 어리석게 살면서 나의 道를 지켜
堪貧見婦情 ~ 가난을 견뎌주니 아내의 情을 느낀다.
夜深僮僕靜 ~ 밤이 깊어 종 아이들 고요한데
倚枕到鷄鳴 ~ 베개에 기대니 벌써 닭 우는 소리 들린다.



(38) 偶吟


默默跏趺坐 ~ 默默히 跏趺坐하고 앉으니
堂無一點塵 ~ 집안에는 먼지 한 點 없구나.
正憐黃菊意 ~ 眞正 可憐하구나 黃菊이여!
如待白衣人 ~ 白衣의 天使라도 기다리느뇨?



(39) 雨後


田園春雨歇 ~ 田園에 봄비 그치니
山郭夕陽多 ~ 山과 들에 夕陽이 짙다.
物色更如此 ~ 物色은 다시 처음 같은데
襟懷當若何 ~ 마음 속 생각은 어떠하리오.
蒲靑生渚葉 ~ 菖蒲잎 푸른데 물가에 잎나고
菜白萬畦花 ~ 菜蔬꽃 하얗게 온 밭둑에 꽃핀다. (畦. 밭두둑 휴)
倚仗吟詩處 ~ 지팡이 짚고 詩 읊으며 있는 곳
離離暈影過 ~ 구름 그림자 길게길게 지나간다.



(40) 臨津


一棹春風倚渡頭 ~ 외 돛에 불어오는 봄 바람을 맞으며 뱃머리에 기대서니
羈心悄悄自生愁 ~ 나그네 맘엔 괴로움과 근심이 절로 인다.
當時戰骨知何處 ~ 當時 戰爭으로 죽은 白骨은 어디에 있는지
萬古寒波不盡流 ~ 萬古의 찬 물결만 쉬임없이 흘러 간다.
赤壁祗傳蘇子賦 ~ 赤壁에는 蘇東坡의 글만이 傳해오고
翠崖猶記謫仙遊 ~ 푸른 언덕은 아직도 李太白의 놀던 자취 남은듯 하구나.
臨岐羨爾漁竺客 ~ 갈림길에 臨하니 낚시질하는 客이 부러운데
日向苔磯狎海鷗 ~ 해는 이끼낀 바위를 向해 갈매기를 벗하는 구나.



(41) 題江西寺 (江西寺에서 짓다)


抽身簿領泛西湖 ~ 公務에서 벗어나 西湖에 배 띄우고
仙侶同舟興未孤 ~ 親舊들과 한 배 타니 외롭지 않아라.
六月乾坤爲火宅 ~ 六月 天地는 불같은 娑婆世界
上方樓閣郎淸都 ~ 하늘 위 樓閣은 밝고도 맑은 고을
長流袞袞經今古 ~ 江물은 길게 흘러 古今을 지나는데
諸品悠悠入有無 ~ 온갖 事物 悠悠히 本質에 드는구나.
鐘磬響中香欲歇 ~ 鐘소리, 磬쇠소리 속 香불 스러지는데
袈裟滿眼摠詩奴 ~ 눈에 가득한 스님들 모두가 詩를 짓는다.



(42) 題福州守亭 (福州 守亭에 題하다)


東風楊柳小池塘 ~ 버드나무에 봄바람 부는 작은 蓮못
乳燕銜泥白日長 ~ 어린 제비 진흙 무는데 낮은 길기만 하다.
惆悵仙翁今不返 ~ 슬프구나 神仙은 이제 돌아오지 않고
獨來無語倚空墻 ~ 나 홀로 말없이 빈 담牆에 기대어 있도다.



(43) 重陽日詠懷


自憐無分托蓬萊 ~ 分數도 모른 채 蓬萊山의 神仙을 依支하려 했더니
鬢上光陰苦易催 ~ 귀밑털이 희어 歲月의 빠름을 알려주네.
景物可堪吹帽日 ~ 景致는 어느새 帽子를 날리던 重陽日이 되어
登臨還是望鄕臺 ~ 높은 樓閣에 오르니 이게 바로 望鄕臺일세.
深杯未緩愁腸緊 ~ 큰 술盞 기울려 보나 옥죄는 근심은 사라지지 않고
叢菊偏從淚眼開 ~ 貪스럽게 핀 菊花송이들만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네.
人事音書如夢裏 ~ 사람의 일에 對한 消息은 모두 꿈만 같은데
暮天歸雁但流哀 ~ 저문 하늘에 날아가는 기러기는 애틋한 소리를 흘려보내네.
★ 吹帽日 ~: 孟嘉의 帽子가 龍山의 놀이에서 바람에 날려 떨어지던 날. 곧 9月 9日.



(44) 贈白雲山僧 (白雲山 스님에게)


偶過僧伽寺 ~ 偶然히 僧伽寺를 지나가니
風花欲暮時 ~ 바람에 날리는 꽃 저물어 간다.
門前共爾語 ~ 門 앞에서 그대와 얘기 나누며
別有白雲期 ~ 白雲山에서 만날 約束 했도다.



(45) 次東岳韻贈白雲禪子


(東岳詩를 次韻하여 白雲 禪師에게 주다)
對爾機全息 ~ 그대 對하면 마음 全部 사라지고
論詩境轉幽 ~ 詩를 論하면 끝내 더욱 그윽해진다.
如何供別語 ~ 어찌하여 離別의 말을 傳하여
且復攪閑愁 ~ 閑暇해진 愁心을 다시 흔들려하나.
流水曾無住 ~ 흐르는 물은 일찍이 멈춘 적 없고
孤雲自在浮 ~ 외로운 구름은 스스로 떠 다니는구나.
只應天地內 ~ 다만 天地 안에 反應하여
佳句任長留 ~ 아름다운 詩句 맡겨 길이 머물러 계시라.



(46) 次素翁韻 (素翁의 詩를 次韻하여)


天涯多病鬢蕭蕭 ~ 世上에 病이 많아 귀밑머리 蕭蕭하고
獨有丹心不復銷 ~ 홀로 품은 一片丹心 녹일 수가 없어라.
周南留滯爲誰惜 ~ 周南에 머무르기를 누굴 爲해 아낄건가
一壑柴扉甘寂寥 ~ 한 골짜기 사립門이 寂寞함이 오히려 좋아라.



(47) 次五峯相公韻


(相公 五峯의 韻을 빌려)
浮生元不着 ~ 덧없는 人生 元來 定着 되지 않아
隨處任吾年 ~ 가는 곳에 따라 나의 삶을 맡긴다.
雲外王喬鶴 ~ 구름 밖에는 神仙 王喬의 鶴이 날고
湖中范蠡船 ~ 湖水 안에는 隱者 范蠡의 배가 떠있구나. (蠡. 좀 려. 소라 려)
秋高天更闊 ~ 가을 높은 하늘은 더욱 廣闊하고
心遠地還偏 ~ 마음이 遠大하니 땅이 도리어 偏僻되구나.
回首騎鯨路 ~ 고개 돌려보아 고래 타고 가던 길을
慇懃問謫仙 ~ 慇懃히 謫仙 李太白에게 물어보노라



(48) 次一松韻 (一松을 次韻하여)


野樹荒煙裏 ~ 荒凉한 안개 속 들판 나무들
村畦穀雨初 ~ 시골 밭두렁에 穀雨의 비 처음 내린다.
三閭伴漁父 ~ 三閭大夫 屈原은 漁夫를 親舊하고
四壁臥相如 ~ 四方 壁에는 司馬相女가 누웠구나.
花意元無賴 ~ 꽃의 마음이랴 元來 기댈 생각 없고
春愁自有餘 ~ 봄날의 愁心은 저절로 남은 바가 있다.
斜陽獨歸路 ~ 해지는 저녁에 홀로 돌아가는 길
何事淚盈裾 ~ 무슨 일로 눈물이 옷깃을 적시는가.



(49) 春川


地盡天開萬象虛 ~ 땅이 다하고 하늘이 열려 萬物이 비었는데
旅情詩料欲何如 ~ 旅情이 다 詩의 素材이니 무엇을 지을까보냐.
岡巒猛氣氷霜裏 ~ 언덕과 山의 사나운 氣運 얼음과 서리에 있고
原野淳風濊貊餘 ~ 들판의 부드러운 바람은 濊貊人의 餘風이로다.
飛閣只緣迎羽客 ~ 나는 듯한 樓閣은 오로지 神仙 맞는 곳이요
閒雲渾是護儲胥 ~ 閑暇로운 그름은 모두 軍營을 保護하는 울타리로다.
探看亹亹牛頭勝 ~ 脈脈히 이어가는 牛頭 고을 좋은 景致 찾아 보며 (亹. 힘쓸 미)
直擲授簪賦卜居 ~ 다만 벼슬 버리고 이곳에 살고싶어 글을 지어보노라.



(50) 坡州山城


地勢從今險 ~ 地勢가 只今부터 險難해지는데
臨津昔敗亡 ~ 臨津江은 옛날에 敗亡한 곳이어라.
將軍背水計 ~ 將軍은 背水陣의 計策 세우고
士卒築城繼 ~ 士卒들은 城 쌓기에 바빴다네.
烽櫓連雲際 ~ 烽火불 딱따기 구름가에 이어지고
望樓近斗傍 ~ 城門 위에 세운 望樓 北斗星에 가깝네.
李陵如報漢 ~ 李陵이 한나라에 報答하였더라면
不必重關防 ~ 關門의 防禦를 重히할 必要는 없었다네.



(51) 夏夜


庭院何寥落 ~ 庭園은 어찌 이리도 寂寞한가
繩槳坐夜闌 ~ 椅子에 앉은채로 밤이 깊었다.
自從天氣熱 ~ 날이 더워진 뒤로부터
更覺月光寒 ~ 달빛이 차가움을 다시 느낀다.
宿鳥時時出 ~ 잘 새는 때때로 나타나고
流螢點點殘 ~ 흐르는 반딧불 여기저기로 사라진다.
詩成句未穩 ~ 詩는 지었으나 句節이 穩當치 못하니
吾道信艱難 ~ 우리의 갈 길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白海棠濃 ~ 찬 소나무, 흰 모랫벌, 짙붉은 海棠花
爭如此裏開明鏡 ~ 이 속에 맑은 거울 다투어 갖다 놓으면
照得蓬萊第一峯 ~ 蓬萊山 第一峯을 비취 볼 수 있으련만.


출처 : cafe.daum.net/jangdalsoo/ihDE/483   장달수의 한국학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