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김기 박사님이 보내온 한시

도솔산인 2021. 6. 8. 07:51

雨中登鷄龍山馬峙(우중계룡산마티)

 

                                 金己(1962~ )


盛春無事入鷄山 한 봄에 일 없어 계룡산에 들어오니
靈雨霏霏點俗顔 신령한 비 부슬부슬 속된 얼굴 적시네.
紅白花邊靑霧起 붉고 흰 꽃 가에 푸른 안개 피어나는데
客憂濕鳥顧林間 객은 젖은 새 근심하여 숲 사이 둘러보네.

 

비오는 가운데 계룡산 마티고개에 오르다. 신축년 양력 4월 3일 비가 오기에 구름에 잠긴 계룡산을 보러 왔다. 공주로 넘어가는 마티고개에 올라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고개 위의 곳곳에 핀 녹음방초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가지각색의 꽃과 마음대로 이합(離合)하는 안개를 보니 마치 선계에 들어온 듯하였다.

 

 

*食藏山自然生態林


山頭尖塔入雲間 산머리 첨탑은 구름 속에 들어갔는데
群脈淸奇作別寰 맑고 기특한 뭇 산맥들 별세계를 이루었네.
古樹名花招俗客 고목(古木)과 명화(名花)가 속객을 부르니
波休春澤照塵顔 파도 그친 봄 못에 티끌 뭍은 얼굴 비춰보네.

 

 

*普門山綠陰


松椿鬱鬱碧陰濃 소나무 참나무 우거져 녹음이 짙은데
行客空探鼯鼠踪 나그네는 부질없이 다람쥐 흔적 찾는구나.
左右招提鳴夕鼓 좌우의 절간에서 저녁 북 울리니1)
山中庶物自嚴恭 산중의 만물들 저절로 엄숙해졌네.


주1)이 산에는 사찰이 많이 있다.

 

 

*九峯山丹楓


九峰競聳作靈區 아홉 봉우리 앞 다투어 솟아 신령한 세계 빗었으니
無羽俗夫何可踰 날개 없는 속인(俗人)은 어찌 넘을 수 있으랴.
造物秋宵噴赤粉 조물주가 가을밤에 붉은 가루 뿜었으니
萬枝楓葉燃天隅 만 가지의 단풍잎 하늘 귀퉁이 불태우네.

 

 

*鷄足山夕霞


鳳凰張翼瑞風生 봉황이 날개 펴자 상서로운 바람 일어나는데1)
高士彈琴坐古城 고사(高士)는 거문고 타며 고성(古城)에 앉았네.
山外淸湖舟不見 산 밖의 대청호에는 배가 보이지 않는데
西天日仄閃霞橫 서쪽 하늘 해 기울자 빛나는 노을 가로질렀네.


주1) 계족산의 원래 이름이 봉황산(鳳凰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