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宿香積夜半開霽(점필재)

도솔산인 2012. 3. 1. 21:19

 

[고전국역원]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宿香積夜半開霽]

 

생학이 표연히 구름 가르는 소리 들리고 / 飄然笙鶴瞥雲聲

천 길 봉우리 꼭대기엔 가을 달이 밝구나 / 千仞岡頭秋月明

응당 도인이 철적을 시끄러이 불어대면서 / 應有道人轟鐵笛

다시 회로를 맞아 봉래 영주를 찾으리라 / 更邀回老訪蓬瀛

 

 

宿香積夜半開霽 : 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佔畢齋

 

飄然笙鶴瞥雲聲(표연생학별운성)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천인강두추월명)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응유도인굉철적) : 응당 어떤 도인이 날라리(轟鐵철적)를 시끄럽게 불어대니

更邀回老訪蓬瀛(경요회로방봉영)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笙鶴 : 선학(仙鶴)과 같은 뜻으로 생황을 즐겨불던 王子喬(왕자교)가 흰 학을 타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함. 飄然 :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모양, 훌쩍 떠나는 모양,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양. 세상일에 구애되지 않은 모양. 瞥 : 瞥眼間(별안간) 岡頭 뫼 꼭대기. 鐵笛 : 쇠로만든 피리. 날라리. 應 : 응당 ~하겠다. 有 : 어느, 어떤(불특정대명사) 轟 : 시끄러울굉. 更 : 다시갱. 邀 : 만날요. 回老 : 회도인 당나라 여동빈의 별칭. 여동빈은 당나라 8仙중의 하나로 꼽히는 인물. 蓬瀛 : 봉래와 영주로 신선이 사는 곳.

 

선생이 향적사에서 잠을 자다가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마치 선학이 나는 듯 '구름에 달가는 상황' 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선학이 가벼이 날며 구름을 헤치는 소리가 난다.' 는 구절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시어의 극치 아닐까 생각합니다.

 

 

1연 에서는 마치 우리가 향적사에서 8월 旣望의 둥근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천문을 아는 이가 있다면 1472년 8월 16일의 월령이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가을 달밤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날라리)철적의 소리는

천왕봉 성모사에서 제 의식을 지내는 소리는 아닌지 상상해 봅니다.

 

결구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선생이 자연에서 살고 싶은 한 가닥 희망이 들어있습니다.

 

‘산에서 산 자랑 말고 강호에서 글 자랑 말라.’ 말이 있는데

제 해석이 여러분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지난 1월 지리동부에서 늦은 시간(16:30)에 마등자님을 만나

그 분들의 안부가 걱정되어 들어왔다가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기왕 시작했으니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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