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남두육성이 조림한 삼정산 능선을 찾아서

도솔산인 2022. 7. 18. 17:54

남두육성이 조림한 삼정산 능선을 찾아서

 

 

▣ 일 시 : 2022년 07월 17일(일)

▣ 코 스 : 삼화실마을-소동폭포-삼정골 우골-삼정산능선 습지-집터-1183.6봉-1156.2봉-무명봉-삼정골 좌골-임도-삼화실마을

▣ 인 원 : 2명

▣ 날 씨 : 맑음

 

 

  삼정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삼정산(三政山)도 삼정(三丁) 마을의 유래도 모른다. 뇌전(磊田) 마을은 글자 그대로 골짜기 상단에 가득한 너덜 지대에서 유래한 듯하다. 사전에 자료를 읽고 몇 차례 삼정산을 답사하였지만, 통발에 걸리는 눈 먼 물고기가 없었다. 회암당 부도터를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나오는 묘적암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폐암자터에 이름표가 없으니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답사 후에는 안광지배(眼光紙背)할 정도로 자료를 문드러지게 난독(爛讀)하고 몰입한다. 『阮堂先生全集(완당선생전집』 卷六  「題兒輩詩卷後(제아배시권후)」 題跋(제발)을 인용하면, "난숙(爛熟)히 보고 읽기를 천 번 만 번에 이르면, 저절로 신명(神明)이 있어 사람에게 계시하여 주게 된다. [熟看爛讀 千周萬遍 自有神明告人]"라는 말에 공감한다. 답사를 마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한다.

 

  마천을 오가면서 바라본 삼정산 능선에 늘 의문을 품어왔다. 내 눈에는 낙타의 등처럼 보였다. 마천이 자미원의 세계라면 삼정산 능선이 의탄리 덕암(德巖)에 새겨진 별자리에서 남두육성에 해당한다. 천문과 지리를 모르니 사물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 지명 하나를 풀어내는데 수없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자신이 납득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오도재에서 삼정산 능선을 바라보면 고저의 차이가 있지만, 의탄과 마천 읍내에서 바라보면 1100m 고도의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이다. 의탄의 지리산 제1교에서 삼정산 능선을 바라보면 6봉이 나란한 일자문성(一字文星)의 형국이다.  576년~579년까지 군자사에 머물렀던 진평왕이 왕위에 올랐다. 삼정산(三政山)의 이름도 일자문성(一字文星)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曺박사님은 실전 독도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답사 전에 위성 지도로 골짜기에 있는 바위와 거목까지 놓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목적한 답사 일정을 수행하지 못한 적이 없다. 점필재의 아홉 모랭이길도 우연하게 찾은 것이 아니다. 산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 본래 뛰어난 것이 아니고 철저한 준비에서 나오는 결과이다. 점필재의 아홉모랭이 길도 사전에 미리 지도를 그리고 들어갔다. 일부 구간을 억지로 연결했다고 하는 뒷말은 참으로 씁쓸하다. 선답자의 실패가 후답자에게 훌륭한 교재가 되었다는 말은 이해하지만, 아직도 세상이 변한 줄도 모르고 검둥개가 돼지편을 든다. '자기들만이 최고라는 아만(我慢)'과 '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한계이다.

 

  유몽인길 답사를 마치고 삼정산 능선 서쪽 사면의 습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고도가 높지만 습지가 있으면 물이 있고 토질이 좋으면 농사도 지을 수 있다. 1000m 이상의 고도에 완만한 등고선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하나, 사람은 소동폭포에서 만수천 계곡을 따라 이동할 수 있지만, 우마(牛馬)의 발굽은 바위를 밟을 수 없다. 반드시 우마가 우회하는 길이 있을 것을 예견하고, 삼정골을 거슬러 올라가 우마 길 연결 지점을 확인하였다. 이 길은 만수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도탄을 건너서 내령마을로 연결된다. 내령마을에서 부운을 지나 환희령을 넘어 반선까지 이어진다. 1611년 어우당 유몽인이 백장암을 출발하여 내령과 반선을 지나 와운에서 윗보시골로 갈월령을 넘어 군자사로 연결되는 길이다. 갈월령은 지금의 영원령이다.

 

  삼정골에는 임도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계곡 곳곳에 곰의 이동 흔적이 보였다. 발자국의 크기가 성체의 곰이다. 합수점에서 우골로 올라가 빗기재 능선을 타고 오늘의 목적지 삼정산 능선 아래 습지에 닿았다. 고도 1160m에 샘이 있고, 남쪽으로 뻗은 지능선이 감싼 묘한 곳에 정 남향의 집터가 있었다. 집터의 규모가 산막 수준이 아니다. 우측 지능선 끝 바위의 좌대에 오르면 삼정산과 빗기재, 영원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돌아 나오면서 집터에서 방자 놋수저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 높은 고도에서 살다 간 놋수저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의문이 남는다. 습지에서 1183.6봉으로 올라가 낙타의 등처럼 불쑥 솟은 1156.2봉을 지나 무명봉에서 금마대(금대산)를 바라보니 또 다른 세상이다. 산은 하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끝.

 

 

 

오도재
의탄교에서 바라본 삼정산 능선
우마길 발견
돌포장
곰발자국
습지의 샘터A
집터
빗기재와 영원봉
놋수저
샘터2
백운산과 금대산
금대산 초입 황토마을
우측 우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