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实踐人文

일수불퇴 한번 상내봉은 영원한 상내봉인가?

도솔산인 2020. 11. 26. 22:50

일수불퇴 한번 상내봉은 영원한 상내봉인가?

 

 

점필재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향로봉(상내봉)은 어디인가? 2017년 4월 초파일 점필재길 전 구간을 답사하기 위해 동강마을을 출발하였다. 아침에 산지골 펜션에 들러 차를 한 잔 얻어마셨다. 유진국 사장님이 고맙게도 대봉 곶감을 한 봉지 내주셨다. 적조암에서 아침 공양을 하고 삼열암, 독녀암, 의논대에 들렀다가 안락문을 지나 능선에 올라섰다. 이 능선길은 옛길이 아니고 마적동의 대종교 사람들이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만든 길이라고 한다. 진달래가 피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이라 햇살은 따스했다. 나만의 착시현상일까. 이때 오뚝이 바위가 향로로 보이는 것이다. 유람록 답사는 가끔 이적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때가 부처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등장하는 향로봉에 대한 점필재의 기록은 유두류록의 유일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점필재가 승려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이재구 선생이 국역한 강계형의 기록은 향로봉(상내봉)에 대한 의문을 풀기에 충분했다. 오뚝이 바위는 향로의 형상으로 1213.9m 봉을 향로봉으로 이해하였다. 마침 솔레이 박사와 현오 권태화(현오와 걷는 지리산의 저자) 선생도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 지리 99에서는 구전을 중시하는데 구전은 채록한 시기와 채록한 사람, 진술한 사람이 명기되고 녹취록이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주민들이 상내봉이라고 한다.'라고 하면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한 채록한 사람이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론 구전이 상내봉처럼 오판의 원인이 된다. 

 

 

어느날은 일강의 바위가 달마상 바위로 보이고
어느날은 마고 할미로 보인다. 나만의 착시 현상인가.
이번에는 아기 코끼리 한 마리가 소림선방을 향하고 있다.

 

이번에 이재구 선생의 향로봉 글을 읽으며 절망감을 느꼈다. 기록을 인용하여 나열을 하려면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답사도 하지 않은 소림선방은 국역의 오류라고 단언하면서, 지리 99의 상내봉에 대해서는 후덕하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보은의 글'을 쓴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감동한다. 유려한 필체는 아니다. 그의 문장은 길고 진부하다. 군살이 많고 간결함이 없다. 인용 어구의 분량이 너무 많다.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기 수준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독자가 읽다가 곤드레만드레 지치고 만다. 내가 감동하는 것은 그의 문장이 아니라 한문에 대한 해박함이다. 화산 12곡의 국역을 보고 한마디로 감탄하였다. 나는 그의 학문은 존중한다. 그러나 향로봉(상내봉)에 대한 그의 견해에 할 말을 잊었다. 미타봉 옆 아기 코끼리 바위를 향로봉(상내봉)이라고 추정하니, 그의 글대로라면 점필재의 향로봉, 강계형의 향로봉, 지리 99의 상내봉도 향로봉이다. 그렇다면 솔봉(문필봉)도 주민들의 구전대로 비녀봉이라고 해야 하나. 구전을 좋아하니 꼭대 님과 이재구님께 질문한다. 주민들의 구전에 진주독바위를 진주암(眞珠菴)이 있어서 진주암(眞珠巖, 진주독바위)이라고 한다는데, 지리 99에서 굳이 새 이름인 산청독바위로 이름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리 99 운영진이 한 번 정하면 산청독바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