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 인운 스님에게[佛日庵贈因雲釋]
이달(李達1539~1612)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절집이라 구름에 묻혀 살기로,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구름이라 스님은 쓸지를 않아.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바깥 손 와서야 문 열어 보니,
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온 산의 송화꽃 하마 쇠었네.
절(불일암)이 흰구름 속에 있으나/흰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손客이 와서야 비로소 문을 열어 보니/만구렁에 송화가루가 흩날리네
掃(소) : 쓸다, 壑(학) : 골짜기, 萬壑(만학) : 만구렁
이달[李達, 1539(중종34년)~1612(광해군4년)] : 조선 선조 때의 시인. 호는 손곡(蓀谷). 문장과 시에 능했다. 최경창, 백광홍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 불렸다. 허균(許筠)에게 많은 영향을 주어, 그가 이달의 전기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을 지었다. 문집에 <손곡집(蓀谷集)>이 있다.
▶ 작품 해설
이 시는 오언절구이다. 지은이 이달(李達)은 절구에 특히 능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구름 속에 파묻힌, 속세와 멀리 떨어진 절은 평소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문을 닫은 채 길도 쓸지 않는데, 여기서 쓸리는 것이 낙엽이 아니라 구름이라는 데 묘미가 있다. 그리고 손님이 와서 비로소 문을 열어 보니 온 산에 송화꽃이 피었다고 하는 것은 봄이 갔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채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삼당 시인(三唐詩人) :고려로부터 이어 온 송시풍(宋詩風)을 배격하고 당시(唐詩)를 주로 하려는 경향을 띠었다. 이들은 정서면을 중시하여 좀더 낭만적이고 풍류적인 시를 쓰려고 하였으며, 성조(聲調) 감각(感覺)을 중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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