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古涅庵에 대하여
제가 한문을 한 사람이니 점필재하면 멈추어 설수 밖에 없었지요. 사진은 2008년 가을 이 길을 따라 천왕봉으로 올라가다가 고열암 앞에 서 있던 시비(?)입니다. 2연의 ‘소나무 파도소리 달빛아래 들끓는다.’는 구절이 오자가 있어 사진을 찍게 되었고, 확인도 하지 않고 지리99에 오자에 대한 내용을 올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날 이후 제가 암송하는 산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최근 이곳을 다녀온 분들에 의하면 철거되었다고 합니다.
* 당시 오자 : 拂은 沸로, 閑는 閉로, 尙은 倘(혹시당)으로
대부분 한문 자료에 오자는 물론 국역의 오류가 많아
초학의 눈에 띄는 것이 빈번한데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문학성도 없고 천학비재(淺學非才)한 제가 대가의 글을 국역한다는 것이 외람되지만
지리산과 관련된 한시이기에 흉내를 냈습니다.
저 역시 모르는 것은 자전에 의지하기 때문에 오역의 가능성이 많습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시면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宿古涅庵(고열암에서의 1박)
佔畢齋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부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골짜기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비록을 얻으려나.
病骨(병골) : 지친 몸, 蒲團(포단) :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 浮雲(부운) : 간신. 인생의 덧없음. 不義로
富貴榮達
을 누림. 句曲(구곡) :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己山 또는茅山(모산)이라고 함. 巖谷(암곡) : 고열암, 將 : 持也(가질장), 倘 : 혹시당. 錄 : 省(살핌)也
저는 병든 몸은 지친 몸으로 산신령의 비록은 산신령의 보살핌으로 보았습니다.
점필재선생이 조정에서 서거정의 견제를 심하게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함양의 수령으로 내려왔기에 당시의 고민이 이시에 전부 담겨 있습니다.
지리동부 능선에서 달빛 아래 소나무 파도소리 들으며 술 한 잔 마시고 이 시를 읊으면 선생의 빙의에 걸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