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翼弼(1534~1599)
獨對千峯盡日眠 夕嵐和雨下簾前
耳邊無語何曾洗 靑鹿來遊飮碧泉
산속에서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지는데,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세속 잡설 안 들리니 어찌 귀 씻을 일 있으랴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 注) 嵐(람) : 남기람 산속에서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 푸른 빛의 산기운.
嵐氣(남기) : 푸른 빛의 산 기운, 嵐煙(남연)
簾前(렴전) : 대발 앞(방문 앞)
* 독대천봉(獨對千峯) : 산속에 앉아 홀로 일천 봉우리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일천이라는 숫자는 꼭 일천 개의 봉우리라는 뜻이 아니라, 깊은 산중에 있다 보니, 눈앞에 첩첩 산봉우리들이 수 없이 중첩되어 있는 것입니다.
* 진일면(盡日眠) : 진일, 날이 다하도록. 면, 졸고 있습니다. 아주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 석람화우(夕嵐和雨) : 석람은 저녁에 어렴풋이 안개처럼 끼어 있는 산 기운을 말합니다. 화우, 비와 함께, 또는 비를 따라.
* 하렴전(下簾前) : 하는 내려오는 것입니다. 산 위쪽에서 아래로, 내가 사는 집의 주렴이 있는 곳, 내 방문 앞으로 슬금슬금 저녁 산 기운, 안개 같은 것이 내려옵니다. 산의 저쪽 위에서 집앞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가랑비도 슬슬 내리는 풍경입니다.
* 이변무어(耳邊無語) : 이변은 귓가, 무어는 말이 없음입니다. 내 귓가에 들리는 말이 없습니다. 산중에서 은둔생활을 하니, 시시비비하는 세속의 말들이 내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 하증세(何曾洗) : 하증세, 어찌 일찍이 씻으랴. 귀를 씻어낼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 라는 뜻입니다. 더러운 세속 잡소리를 들으면, 귀를 씻어야 합니다. 옛날 요임금이 허유라는 사람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하니, 허유가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고 하여 귀를 씻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청록래유(靑鹿來遊) : 청록, 푸른 사슴이죠. 사슴이 털이 새파란 녀석은 없습니다. 짙은 잿빛 털을 지닌 사슴, 청순하고 산뜻하고 앳되고 함초롬한 사슴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래유, 와서 노니는 것입니다. 산중 집근처에 사슴이 내려와 한가롭게 걸어다닙니다.
* 음벽천(飮碧泉) : 벽천은 푸른 샘물입니다. 벽이라는 글자가 푸를 벽인데, 돌 석이 들어 있으니, 옥돌 같은 것이 푸른 겁니다. 푸른 샘물이란 결국은 산속 돌샘에서 솟는 샘물을 말합니다. 사슴이 돌 사이에서 솟는 샘물을 마시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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