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里館 <王維>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서/거문고 타다 다시 길게 휘파람 부네.
숲이 깊어 사람들은 알지 못하나/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 비추네.
* 이해&감상
1구에서는 공간적 분위기가 살아난다. 즉 혼자(獨) 앉아(坐) 있는 곳은 세상과 등진 지극히 조용한 대나무 숲(篁) 속(裏)이다. 잡념과 사욕이 없이 선정에 들 수 있는 그윽한 공간이다.
2구에서는 홀로 대숲에서 무엇을 하는지 묘사해 내고 있다. 그윽한 대숲에서 홀로 거문고(琴)를 타다(彈), 기분이 흥겨워지면 다시(復) 길게(長) 휘파람을 분다(嘯). 여기서 <嘯>는 “시를 읊는다”라고 해석해도 좋을 듯 하다. 그윽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
3구에서는 깊은 숲속의 일을 남들은(人) 알지(知) 못한다(不)라고 말한다. 그것은 속세의 온갖 일과 거리가 있는 깊은(深) 숲(林) 때문이다. 깊은 대숲에 혼자 있으니 사람들은 외롭다고 여길뿐, 숲이 주는 즐거운 세계를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4구에서는 대숲속 즐거움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대답한다. 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의 외로움을 비춰주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말로 결론짓는다. 달빛은 가장 아름답게 햇빛을 반사해 내어 시인의 마음을 비춰주니 사물을 아름답게 보려는 사람은 역시 영혼이 가장 맑고 아름다운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달과 시인은 서로(相)를 비춰(照)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명예와 부를 따라가는 삶은 늘 복잡하고 구겨진 마음이 되기 일쑤이다. ‘깊은 대숲’은 ‘세상의 온갖 일’과 같은 상징어이다. 세상 사람들은 숲밖의 잡다한 일상사로 혼자서 관조하는 숲속생활의 그윽함을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깊은 대숲에 있으면 맑은 공기, 향기나는 풀, 넉너한 달빛 등등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은 자연이 주는 한가함과 여유를 현실에 접목하여 우리의 삶을 관조해 보고 그 심정을 회화성 있게 표현한 왕유의 마음을 음미해 보자.
* 왕유(699 - 759)는 남종화의 시조로서 이백과 같은 시기의 사람인데 비교적 평탄한 관리 생활을 하다 안사의 난 후에 죽었다. 그는 30대에 아내와 사별하고 줄곧 독신 생활을 하면서 불교의 선사상에 심취되어 관조적 생활을 동경했다. 불교와 은둔생활을 통해 세상을 관조했기에 그의 시풍은 서정성 높은 자연파로 알려져 있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그윽한 죽림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으니/유달리 긴 여운 처량도 하네.
인적 그친 심산에 몸을 숨겼건만/명월은 어찌 알고 이리도 내려 보는가?
<麟山>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