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詠半月<黃眞伊>

도솔산인 2007. 10. 11. 12:19

 詠半月      <黃眞伊>

 

 誰斷崑崙玉     栽成織女梳

 牽牛一去後     愁擲碧虛空

 

누가 곤륜의 옥을 잘라     직녀의 빗으로 만들었나.

견우와 한번 이별한 뒤에   쓸쓸히 푸른 허공에 던졌네...

 

* 황진이 : 조선중기의 시인, 개성출신, 본명은 진(眞), 기명은 명월(明月),송도삼절(박연폭포,서화담,황진이)로 꼽힌다. 조선시조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시조 6수가 청구영언에 실려 전해온다.

 

注)1.곤륜: 중국 서장(西藏)에 있는 산으로 미옥(美玉)을 산출함. (곤륜산)

2.견우와 직녀: 전설신화속의 남녀연인, 농경문화의 산물로 생각되며 음양 관의 영향으로 성좌와도 관련되었다. 오래전부터 이들의 애틋한 사랑담은 동양권 문인의 작품 속에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음이고 ,칠월칠석 설화의 두 주인공이다.

 

 황진이! 그녀는 고작 6수의 시조와 10여 편의 한시로 한국문학의 한 자리를 꿰찬 행운의 여인이다. 행운이라 했으면 좀 과한 표현인가? 비록 천한 기녀의 몸이지만 당대의 한다하는 도학자, 사대부들을 상대로 조금도 뒤지지 않는 문재로 벗 하였으니 황진이의 타고난 재질역시 보통은 아니었으나 어찌 본인 자질만으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이름이 남았겠는가?

 

 허나 명월의 시재는 누가 뭐라 해도 뛰어남이 있다. 위의 "반달"에서 떠난 님을 견우에 빗댄 직녀, 즉 자신의 상심을 허공에 걸린 푸른 달로 표현했는데, 아시다시피 견우와 직녀는 아주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니 그녀의 또 다른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 에서는 님을 기다리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었다가

어룬님 오신 밤이어든 구비 구비 펴리라.

 

 여기에선 아주 시간을 재단하여 외롭고 긴 동짓달 밤은 한 허리 뚝 잘라내 님 오시는 밤, 그 밤은 동짓달 아니라 우 동짓달 밤이라도 짧을 터이니, 그 밤에 비축해 두었던 외롭고 긴밤을 아주 구비구비 펴리라 한다. 대단히 섹시한 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 달을 직녀의 빗으로 만들질 않나 , 시간을 제 맘대로 자르고 끊어서 제 하고픈 대로 갖다 붙히지를 않나...이러니 하늘이 시인에게는 천고(天痼)를 내렸으니 이름하여 냉고병(冷苦病)이다.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여서 30초반 한창 나이에 냉고병을 앓다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하기사 기생나이 30이면 좋았던 한 시절은 이미 다 갔다.

 

 하지만 짧고 기구한 삶에 비해 사후의 그녀에 대한 평가는 황진이라는 기녀를 모든 한국인의 영원한 애인으로 자리 매김하게 했으니 무덤속의 황진이는 과연 이것을 알고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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