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偶吟<宋翰弼>

도솔산인 2007. 10. 11. 11:40

 偶吟      <宋翰弼>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하다! 어느 봄날의 일이,       비 바람 속에 오고 가는구나. 

 

 

어젯밤 내린 비에 꽃은 피었다가,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는 도다.

가련하다 이 봄의 짧음이여! 비바람 중에 피었다 지는구나.

 

* 송한필 (생몰 년대 미상):조선중기 성리학자 이자 문장가. 본관은 여산(礪山). 자는 계응(季膺).호는 운곡(雲谷). 아버지 사련(祀連)의 사남일녀 중 막내로 바로 위의 형이 저 유명한 성리학자인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이다. 율곡은 익필, 한필 형제야말로 능히 성리의 도를 같이 논할 만 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그 학문이 높아 고향 경기도 고양 구봉산 아래서 후진양성에 힘썼으나 후에 신분문제에 연루 피신 중에 동해 바닷가 모처에서 죽었다한다. 그의 시 32수 및 저작들이 형 구봉의 문집인 (구봉집)후기에 실려 있다.

 

 이 화창한 봄날 어제 밤 살며시 내린 비로 꽃들은 만개하였다 오늘 아침 부는 바람으로 하늘하늘 지는 양을 일연과 이연의 절묘한 대구로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삼연과 마지막 구에 이르러서는 봄 꽃자리의 짧음을 우리네 인생살이의 일면을 엿보는 듯 표현하여 그 애잔함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시인도 이 시를 읊조리며 시인자신의 운명을 예감 했음인가?

그 의 아버지 송사련(宋祀連:1496~1575)은 중종(中宗) 당시 좌의정 이였던 안당(安塘(1460~1521)의 사노(私奴)인 감정(甘丁)의 아들로 안씨 집안의 노비이나 그의 재주가 특출한바 있어 중인, 서얼 출신들이 진출할 수 있는 관상감(觀象監:지금의 천문대)의 하급 관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당시 동, 서 붕당의 첨예한 대립의 틈바구니를 교묘히 이용 서인의 남곤, 심정 등에게 고변 주인인 안당 등 동인들을 무고하여 신사무옥(辛巳誣獄: 중종16년 1521년)사건을 일으켜 안당과 그의 아들 안처겸 등 안씨 일문과 많은 동인 사람들에게 화를 입히고, 사련은 그 공으로 당상관 까지 올라 그가 죽을 때까지 부귀영달을 누렸으나, 사련의 사후 1586년(선조 19년) 안당, 안처겸의 동당인 동인들에 의해 신사무옥의 무고함이 밝혀져 사련에게 주어진 관직이 삭탈됨은 물론이고 안씨 집안으로서는 철천지원수인 송사련의 일족이 본래 그의 집안 사노(私奴)였음을 상기시켜 송사련의 어머니인 감정(甘丁)의 자손 전부를 다시 그들의 사노로 귀속 시키므로, 익필, 한필 형제 역시 예외 일 수 없는바 그들은 고향인 고양을 떠나 신분을 속이고 전국을 유랑하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고, 도망자 한필은 동해 바다가 이름 모를 그 어느 곳에서 한 많은 그의 생애를 마쳤다 전해오는데....

 

 이 짧은 봄날 낙화를 보고 노래한 이 시는 본래의 제목이 우음(偶吟:우연히 읊다)으로 되어있음도 예사롭지 않은 그의 빛나던 짧은 봄날의 시절을 예감이나 한 듯 더욱 애잔한 오언 절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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