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崇祖惇宗/청권사

梅月堂 道案 呈納(매월당 도안 정납)

도솔산인 2024. 1. 22. 21:38

梅月堂 道案 呈納[매월당에게 드립니다.]

 

 

 

戊子之午月1) 二十一日 𥙷 頓2)鰲3)之別 倐已星回 戀思可量

 

무자년(戊子年. 1468) 5월 21일에 보(𥙷)가 안부를 묻습니다. 금오산(金鰲山)에서 작별한 뒤로 벌써 해가 바뀌었으니, 그리운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今春聖上 重新弘福寺4) 命名圓覺 今將落成 僕以説卿5)為士林領袖 薦于聖上 聖上命召慶會 勿𨒫(逆)来(來)赴 區區者6)㪽(所)望

 

금년 봄에 성상(聖上)께서 홍복사(弘福寺)를 중수(重修)하여 원각사(圓覺寺)라 명명(命名)하시고, 이제 곧 낙성(落成)하려 합니다. 제가 열경(悅卿)을 사림(士林)의 영수(領袖)로 여겨 성상께 추천(推薦)하였더니, 성상께서 공을 경사스러운 모임에 부르라고 명하시었으니, 물리치지 말고 올라오시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僕方與大兄讓寧 相守7)于此 紅櫻爛熟庭前 芍藥薔薇方盛開 只助一種新悲 終日倚楹 未放窺外8)弱喪9)之情 自知婦人良可哂也

 

저는 현재 큰 형님 양녕대군과 함께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붉은 앵두는 뜰 앞에서 잘 익었고, 작약과 장미는 한창 피어있는데, 단지 일종의 새로운 슬픔만을(鄕愁) 더할 뿐입니다. 종일 기둥에 기대어 밖을 기웃거리며 일찍 궁궐을 떠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으니, 부인(婦人)이 참으로 비웃으리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唯冀 信應惠然10)以參盛宴 同講參神契11) 如何 餘不宣狀

 

편지를 받고 흔쾌히 응하여 성대한 연회에 참석하시기를 바랄 뿐이니, 참신계[정신적인 교유(神交) 모임에 참여함]에서 함께 강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注 1) 午月 : 월건(月建)이 오(午)로 된 달. 곧, 음력 5월.

2) 돈(頓) : 돈수(頓首)를 생략한 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함. 편지의 끝에 ‘경의를 표함’의 뜻으로 쓰는 말.

3) 금오(金鰲) : 경상북도 경주(慶州)의 옛 지명. 금오(金鰲)는 경주 남산의 봉우리 금오봉을 말하는데 금오신화를 이 산에 있던 용장사에서 스님으로 7년 동안 머무를 때 썼기 때문이다.

4) 홍복사(弘福寺) : 흥복사(興福寺)를 가리키는 듯함.

5) 열경(悅卿) : 김시습의 자(字)

6) 구구자(區區者) : 보잘것없는 사람 (저. 소인, 겸칭)

7) 상수(相守) : 친척들이 서로 함께 지내는 생활방식

8) 규외(窺外) : 여기서 외(外)는 방외(方外)의 의미로, 불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효령대군이 어려서 유자(儒者)의 학업을 버리고 불도(佛道)를 지향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9) 약상(弱喪) : 어려서 고향을 떠나는 것인데, 여기서는 효령대군이 젊어서 궁궐을 떠나 불가(佛 家)에 의지하며 떠돌아다닌 것을 뜻한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내가 어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어려서 난리를 만나 타향을 떠돌아 돌아올 줄 모르는 자가 아님을 알겠는가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라고 하였는데, 곽상(郭象)의 주에 “어려서 고향을 잃는 것을 약상(弱喪)이라 한다. [少而失其故居名爲弱喪.]” 라고 하였다.

10) 혜연(惠然) : 영광스럽게, 흔쾌히, 기꺼이

11) 신계(神契) : 지위나 나이를 떠나 정신적으로 사귀는 것을 뜻한다. 신교(神敎)와 같다. 효령대군은 매월당이 38세나 나이가 적지만 친구를 하자고 청하고 있다.

 

※ 내용 중 낙관은 송은(松隱) 이병직(李秉直, 1896~1973) 것이다. 이병직은 고종임금 재위 시 내관으로 궁(宮)을 나온 후, 육영사업과 고서화 수집을 많이 한 분으로 알려졌다.

 

<최석기 교수님 교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