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崇祖惇宗/청권사

觀音現相記(관음현상기)

도솔산인 2024. 1. 22. 11:23

觀音現相記(관음현상기)

 

 

 

 

 

輸忠衛社協贊 靖難佐翼功臣 崇政大夫 中樞院使 藝文館大提學 知春秋館事 世子右賔客 兼成均大司成 寧城君 臣崔恒 奉敎撰

 

수충위사협찬(輸忠衛社協贊) 정란좌익공신(靖難佐翼功臣) 숭정대부(崇政大夫) 중추원사(中樞院使) 예문관 대제학(藝文館大提學)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 세자우빈객(世子右賔客) 겸 성균대사성(兼成均大司成) 영성군(寧城君) 신(臣) 최항(崔恒)이 임금님의 교지를 받들어 지음.

 

天順六年十月戊子 上與中宫世子 狩于亰畿 庚寅 駐蹕砥平縣彌智山下 留大軍 只率獅子控弦等數衛 幸上院寺 孝寕大君 𥙷願刹也

 

1462년 10월 27일 (세조 8년, / 천순 육년 시월 무자) 임금님께서 중궁(中宫)·세자(世子)와 함께 경기(亰畿)지방에 순수(巡狩)를 나가셨다가, 10월 29일(庚寅) 지평현(砥平縣) 미지산(彌智山) 아래에서 잠시 머무르셨다. 대군(大軍)을 머물게 하고, 다만 사자위(獅子衛)와 공현위(控弦衛) 등 병사 수(數)명만 거느리고 상원사(上院寺)로 거둥(擧動 / 行幸)하셨다. 절(寺/상원사)은 바로 효령대군 보(𥙷)의 원찰(願刹)이다.

 

前一日 雷電晦㝠 雨雹交作 比動駕 陰雲劃開 天日淸晏 方在山路 距寺𢿘里 忽聞鍾皷 梵唄之音甚盛 上以為孝寧 預令寺僧 作法以竢也 不之禁焉 旣入寺 則閴然無人 俄而又聞梵音數調 淸暢和雅 上尙謂在寺外僧㪽為 時僧先空寺避之 無一敢近者 盖梵天聖衆現異也

 

하루 전날(10월 28일) 천둥 번개가 치며, 해(太陽)가 가려져 날이 컴컴해지고 우박(雨雹)도 섞여 내렸지만, 어가(御駕)를 움직일 때 이르러서는, 먹구름이 걷히며 하늘이 맑게 갰다. 바야흐로 산길에 접어들자, 절까지 거리가 몇 리 떨어졌는데, 갑자기(忽然) 종(鍾)소리와 북(皷)소리가 들리고, 범패(梵唄) 소리가 널리 퍼졌다(甚盛). 임금님께서 ‘효령대군이 미리 사찰의 승려(僧侶)들로 하여금 법요식(法要式)을 하면서 기다리게 한 것이리라.’라고 생각하시고 막지 않으셨다. 이윽고 절에 들어가니 고요하며 아무도 없었다. 얼마 있다가 또다시 독경 소리(梵音)가 빨라지는 것을 들었는데, 그 음성은 맑고 깨끗하였으며 온화하고 우아하였다(淸暢和雅). 임금님께서는 오히려 절 밖에서 스님들이 염불하는 것으로 생각하셨지만, 그때 스님들은 먼저 절을 비우고 피하여 감히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개 범천(梵天)의 모든 보살이 드러내는 것은 기이(奇異)한 곳이다.

 

是時 留營将相軍民 咸覩慶雲聳出寺上 色正黃 上屬扵天化作 觀世音菩薩像白衣紛披 祥光照耀𣴑輝 散彩遍滿空界 天地山川草木 及至衣服器仗 皆變成金色界 相小大驚駭 歎未曾有 瞻仰膜拜 又上院旁近有庵曰般若 緇素觀光者雲集 

 

이때 영(營)에 머물고 있던 장수(将帥)와 재상(宰相), 군사(軍士)와 백성(百姓)들이 모두 상서로운 오색구름(慶雲)이 절(寺)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는데, 빛은 정황색(正黃色)이며 위로 올라가 하늘에 닿아 변화를 일으켰다. 관음보살상의 흰옷이 나부끼고 상서로운 빛이 환히 비치며 퍼져나가고, 찬란한 색채가 허공을 널리 꽉 채우니, 천지와 산천초목과 심지어 의복(衣服)과 병장기(兵仗器)에 이르기까지 모두 변하여 금빛의 세계가 되었다. 바라보던 대소 신료(臣僚)들이 깜짝 놀라,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讚歎)하며, 우러러보면서 엎드려 절을 하였다. 또한 상원사 근방에 반야암(般若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는데, 승려와 속인(俗人)으로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上入上院寺 有頃 見上院寺曇華殿上 白氣聳上 化作白衣觀世音菩薩 身長三丈餘 天衣長又加一丈餘 圓光燦爛 五色疊成 中黒次赤次白次靑黃相雜 相好森嚴 光輝晃煜 照燭天地 良乆乃散 相與讚歎 恭敬頂禮

 

임금님이 상원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상원사 담화전(曇華殿) 위에 흰 기체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이더니, 백의(白衣)의 관세음보살로 변하였는데, 신장(身長)은 석 장(丈)쯤 되고, 천의(天衣)의 길이는 또한 1장(丈) 남짓 되었다. 후광(後光)이 찬란하였으며, 오색이 중첩되었는데(疊成), 가운데가 흑(黑)색, 다음에 적(赤)색, 다음에 백(白)색, 다음에 청(靑)색과 황(黃)색이 서로 섞여 있었다. 서로 어우러짐이 삼엄(森嚴)하고, 빛이 찬란하게 천지(天地)를 비추다가 한참 뒤에 흩어졌다. 서로 더불어 찬탄하고 공손히 섬기며 정례(頂禮)를 하였다.

 

距山三十里許𨼣江 有縣曰川寧 縣民遥望彌智山腰 黃雲囷𥄂上 與禮拜曰 今日大駕幸上院寺 此期瑞氣也 㦯云飛龍上天也 盖其現相不殊 㪽見各異 㪽謂無邊顯現者耶  

 

산에서 30리 떨어진 강(江) 건너에, 천녕현(川寧縣)이 있는데, 현민(縣民)들이 멀리서 미지산(彌智山) 기슭(腰)을 바라보니, 황색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며 곧장 올라가자, 함께 절(禮拜)을 하며 말하기를, “금일(10월 29일) 임금님의 수레가 상원사에 행차하셨는데, 이 시기에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났다.”라고 하고, 혹자는 “비룡(飛龍)이 하늘에 오른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마 그 현상(現相)도 다르지 않으리니, 우리가 본 것은 각각 다르나 소위(㪽謂) 끝없이 현현(顯現)한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일 것이다.

 

上大歡慶 賜上院寺米二百碩 遣內官奉獻香幣 十一月壬辰 孝寕聞此瑞應 率大衆精勤徹夜 又放大光 去燭而手理可析

 

상(세조)께서 크게 기뻐하고 경하(慶賀)하여 상원사에 쌀 200석을 하사(下賜)하고, 내관(內官)을 보내어 향폐(香幣)를 봉헌(奉獻)하게 하였다. 11월 2일(壬辰) 효령대군께서 이 서응(瑞應) 소식을 듣고, 대중(大衆)들을 거느리고 밤을 새워(徹夜) 부지런히 불도(佛道)에 정진하였는데, 또 관세음보살이 큰 빛을 발하여 촛불을 껐는데도, 손으로 실(絲)을 한올 한올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환하였다.

 

甲午 大駕 還豐壤離宮 群臣 上箋 稱賀 上手敎赦境內曰 佛天慈覆扵世界衆生 同仰扵悲濟 况復國王 如来㪽囑 予在潛邸 為先王先后及一切有情 曽作法事 扵龍門上院寺 今因蒐狩 乃扵十月二十九日 與中宫世子 率百寮将相 詣上院寺 精心展禮 忽扵曇華殿上 黃雲聳出𥄂上 其速如矢 住在空中

 

11월 4일(甲午) 임금이 탄 수레가 풍양행궁(豐壤行宮)으로 돌아오니, 많은 신하가 전문(箋文)을 올려 칭송하고 축하(稱賀)하였다. 임금님이 직접 나라에 사면령을 내려 이르기를, “석가모니의 자애로운 은혜로 세계 중생을 감싸주시어 모두들 부처님께서 자비(慈悲)로 중생(衆生)을 구제(救濟)함을 우러렀는데(仰), 하물며 다시 국왕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여래(如来)께서 부탁하신 것은 내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부터이다, 내가 선왕(先王)·선후(先后) 및 일체를 위하는 정성(情性, 마음)이 있어, 일찍이 용문산 상원사(上院寺)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오늘 사냥(蒐狩)을 나왔다가, 이에 10월 29일 중궁(中宫)·세자(世子)와 함께 백관(百官)·장수(將帥)·재상(宰相)을 거느리고 상원사(上院寺)에 이르러 정심(精心)으로 예불(禮佛)을 드리자, 홀연히 담화전(曇華殿) 위에 황색 구름이 화살처럼 빨리 위로 솟아올라 공중에 머물렀다.

 

其中 白衣觀世音菩薩 現其真身 項佩日輪 身放光明 瑞氣繚繞天衣分披 上院左右諸寺及逺来觀光者 皆瞻頂膜拜  山外軍士 相視面色晄曜 恠莫知由 展轉指示奔波 登望此 正釋尊留影扵石窟 多寶證聽靈山 事異瑞同 為衆生故 予以否德 嗣守丕基 恐不克負荷 夙夜兢惕 得此希有 将何以堪推此大慶 普與臣民洗滌瑕垢 咸更維新

 

그런 중에 흰옷을 걸친 관세음보살이 그 진신(真身)을 드러냈다. 목덜미에 일륜(日輪)을 두르고, 몸에는 밝은 빛이 발하여 상서로운 기운이, 나부끼는 천의(天衣)를 둘러쌌다. 상원사(上院寺) 인근(鄰近)의 모든 절과 멀리서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였다. 산(山) 밖의 군사들은 얼굴에 서광이 비추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연유를 알지 못해 괴이해 하며 우왕좌왕하면서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현현한 것을 가리키며 분주하였다. 이곳에 올라와서 바라보니, 바로 석존(釋尊)이 석굴(石窟)에 초상(肖像)을 남겨놓았다. 옛날 다보(多寶)가 영산(靈山)에서 설법을 듣고 증명하였으니, 일은 다르지만 상서로움은 그와 같다. 중생들을 위하는 까닭으로 나의 부덕(不德)함으로 왕업(王業)을 이어받고 지키는데, 부하(負荷)된 소임을 이기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여 새벽부터 밤까지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는데 이런 드물게 나타나는 기이(奇異)한 일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 장차 어떻게 하면 이 큰 경사를 능히 미루어 널리 신민(臣民)들과 함께 허물을 깨끗이 씻어내고 모두 고치어 새롭게 하겠는가?

 

自今月初五日昧爽以前 除謀叛大逆謀 及子孫謀殺敺罵祖父母父母 奴婢謀殺主 妻妾謀殺夫 蠱毒魘魅 謀故殺人 但𢒿軍令强盜外 已彂覺未彂覺 已决定未決定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 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扵戯 得此難遭之慶 宜應倍加歸依  兾賴佛天之佑 益衍邦家之祚 凡在見聞 體予至意 故玆敎示 想宜知悉

 

이달 초 닷새 이른 아침 이전부터 모반·대역모 및 자손으로서 조부모와 부모를 죽이길 도모하거나 구타하고 욕을 한 경우, 노비가 주인을 죽이길 도모한 경우, 처첩이 남편을 죽이길 도모한 경우, 독을 먹이거나 귀신에게 저주한 경우, 고의로 남을 죽이기를 도모한 경우, 멋대로 군령을 범하거나 강도짓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되었거나 아직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죄가 결정되었거나 아직 죄가 결정되지 않았거나 모두 죄를 사면하여 없애줄 것이다. 감히 유지(宥旨) 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언(告言) 하는 사람은 그 죄(罪)로써 벌(罰)을 줄 것이다. 아! 이 만나기 어려운 경사를 얻었으니, 마땅히 더욱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믿고 의지하리라. 바라건대 석가모니의 도움에 의지하여 나라의 복을 더욱 넓히기를 바란다. 이 경사(慶事)를 보고 들은 모든 사람들은, 나의 지극한 뜻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므로 이에 이런 내용을 교시(敎示)하니, 마땅히 나의 마음을 잘 알리라 생각한다.

 

乙未還亰 越二日丁酉 政府六曺宗親将相 奉觴稱賀 勳府為造像營殿 上命圖畫 遍布國界 復遣領議政府事 臣申叔舟 都承旨 臣洪應 判內侍府事 臣田畇扵上院寺 更深心供養焉

 

을미일(乙未. 세조 8년 11월 5일. 1462년) 경성(亰城)으로 돌아온 이틀 지난 11월 7일(丁酉)에 의정부(議政府)의 육조(六曺)와 종친(宗親) 장상(将相)들이 술잔(盞)을 올리며 칭하(稱賀)하였다. 충훈부(忠勳府)에서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을 만들고, 관음전(觀音殿)을 지었다. 임금의 명으로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을 그려, 나라 안에 두루 배포하게 하고, 다시 영의정(領議政) 부사(府事) 신(臣) 신숙주(申叔舟.1417~1475), 도승지(都承旨) 신(臣) 홍응(洪應), 판내시부사(判內侍府事) 신(臣) 전균(田畇)을 상원사에 보내 다시 깊은 마음으로 공양(供養)하도록 하였다.

 

<최석기 교수님 교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