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목본류과 초본류를 찾아서

도솔산인 2022. 9. 19. 11:24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목본류과 초본류를 찾아서

 

 

▣ 일 시 : 2022년 09월 17일(토)~18일(일)

▣ 코 스 : 광점동-어름터-일곱모랭이 능선-방장문-청이당-영랑대-초암능선-박회성-칠선교-두지터-추성리

인 원 : 2명

▣ 날 씨 : 흐리고 비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檜(회)나무는 '전나무'일까. 옛 문헌에는 백두산의 전나무를 杉木으로 기록하고 있다. 일제시대 남부지방에 조림한 일본産 삼나무와 구별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를 만송(蔓松)과 노송(老松)으로 설명하고 있다. "()는 지금의 이른바 만송(蔓松)이다. 속칭 노송(老松)이다. 서리고 얽혀 푸른 병풍과 일산이 되는 것이 이것이다. 지금 민간에서 삼나무杉木, 한글원주 : 젓나무()로 잘못 알고 있다. 시인들은 매번 곧은 줄기가 하늘을 가린 나무를 보고 '()'라 읊는데 큰 잘못이다. [檜者 今之所謂蔓松也 俗所云老松蟠結爲翠屏翠蓋者 是也 今俗誤以杉木爲檜젓나무詩人每見直幹干霄之木 詠之爲檜 大非也]"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전나무를 檜(회)나무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선인들의 유람록에서 전나무를 회나무로 기록했을 수도 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유람록에서 나오는 檜(회)나무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를 가리키는 듯하다. 청려(靑藜)는 청려장을 만드는 명아주인데 한해살이풀이다. 그런데 나무로 분류하고 있다. 이 또한 산겨릅나무(산청목)이나 시닥나무로 보인다. 산청목을 지팡이나무라고 한다고 하니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상목(橡木) 또한 상수리나무인데 고지대에서 자생하지 않는다. 답사팀은 참나무(떡갈나무나 신갈나무)로 보고 있다. 청옥은 서덜취라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사삼(沙蔘)은 잔대(딱주)나 더덕, 도라지모시대를 지칭한 듯하다. 잔대(딱주), 도라지는 고산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도라지모시대로 보았다.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문제는 유람록을 읽을수록 명확해져야 하는데 손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갯속이다.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목본과 초본식물이 지금도 대부분 자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유람록을 남기신 분도 유람록을 국역한 분도 약간의 혼란이 있는 듯하다. 과연 자전에 나오는 의미가 맞는지 궁금하다. 자전대로라면 檜나무는 전나무나 노송나무로 읽어야 한다. 한·중·일 삼국의 檜나무는 각기 다른 나무일 수도 있다. 아무튼 관심을 가지고 유람록에 나오는 식생을 발로 답사하며 관찰을 한다면 산에 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중간에 끼어드는 방해꾼이 있다. 이번 답사는 노루궁뎅이버섯과 표고버섯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끝.

 

 

 

청이당터
청이당터 석축I
청이당터 석축II
청이당터 앞 계석

 

▼ 비비추(紫玉, 자옥) 군락

 

 

▼ 청옥(靑玉,서덜취) 군락

 

주목(朱木)=적목(赤木)
개능이 버섯

 

 

 1610년 박여량의 두류산일록(頭流山日錄)

 

  천왕봉으로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무는 없고 단지 나무(檜)잣나무(栢)와 붉은나무(赤木, 주목)와 단풍나무만 보이고, 사이사이 마가목(馬檟木)이 섞여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마가목을 취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돌 틈에서 작은 회나무를 캐기도 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한 수령이 꽤 오래된 것들이었다. 정덕옹과 혜보는 많이 캐었는데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自峯上至此 無他樹木 只見檜栢赤木楓樹 間以馬檟木 諸君或取馬檟 或採稚檜之生於石隙 年多矮曲而不能自長者 德顒惠甫尤能多採 終始不舍

 

 

1851년 하달홍의 두류기(頭流記)

 

  그 나무들은 나무(檜)가 많고 잣나무가 많고 청려목(청시닥나무)이 많고 반은 참나무(떡갈나무, 신갈나무)이다. 그 풀은 청옥, 당귀, 작약, 도라지모시대(사삼) 같은 부류로 다 적을 수가 없다.

 

其木多檜多柏多靑藜 橡木居半焉 其草靑玉當歸芍藥沙蔘之類 不可勝記

 

 

1924년 강계형 두류록(頭流錄)

 

  나는 본래 초목과 금수의 계보에 어두워 아는 것은 나무에 있어서 녹나무(, 녹나뭇과의 상록 활엽 교목 지리산에 없음), 떡갈나무(), 박달나무(), 나무(檜), 마가목(丁公藤), 청려목(靑藜枝, 청시닥나무) 등이고, 풀에는 작약, 당귀, 도라지모시대(吉更), 고사리 등속일 뿐이다.

 

余素昧草木禽獸譜 而所識者 於木 櫲檞檀檜丁公藤靑藜枝之屬 於草 則芍藥當歸吉更薇蕨之屬而已

 

※ 저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