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청옥과 자옥을 찾아서
▣ 일 시 : 2022년 09월 10일(토)~11일(일)
▣ 코 스 : 광점동-어름터-일곱모랭이 능선-방장문-구롱-청이당-영랑대-중봉-상봉-장터목-창암능선-백무동
▣ 인 원 : 3명
▣ 날 씨 : 흐림
선인들의 유람록 1권 9편(이륙, 김종직, 남효온, 김일손, 조식, 양대박, 박여량, 유몽인, 성여신)에 나오는 목본류는 총 36종이고 초본류는 9종이다. 목본류 중 원문의 한자만으로 정확한 수종을 유추할 수 있는 30종, 수종을 유추할 수 없는 것이 6종이다. 초본류 9종 중에 서대초(書帶草)와 청옥(靑玉), 자옥(紫玉)은 식물도감에 나오지 않는다. 김종직은 유두류록에서 "서대초(書帶草)와 유사(類似)한 풀이 있어 부드러우면서 질기고 미끄러워 깔고 앉았다 누웠다 할만하며 곳곳이 다 그러했다. [有草類書帶 柔韌而滑 可藉以坐臥 在在皆然]"라고 하였다. '서대초와 닮은 풀'은 동부능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넓은 잎 그늘사초를 가리키는 듯하다. 서대초는 글자 그대로 책을 매는 끈의 재료가 된다. 잠정적으로 서대초는 맥문동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유몽인은 유두류산록에서 "겨우 싹이 난 풀이 있었는데 푸른 줄기는 ‘청옥’(靑玉)이라 하고 붉은 줄기는 ‘자옥’(紫玉)이라 하였다. 한 승려가 “이 풀은 맛이 달고 부드러워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고서 한 움큼 뜯어 가지고 왔다. 내가 말하기를, “그대가 청옥, 자옥이라고 한 것이 바로 선가(仙家)에서 먹는 요초(瑤草)일세.”라고 하고서, 지팡이를 꽂아놓고 손수 한 아름이나 뜯었다."라고 하였다. 유몽인이 청옥과 자옥을 언급한 지점은 영랑대와 소년대(하봉) 사이이다. 경북대학교 농생대 임학과 최관 교수 팀은 청옥과 자옥을 취나물의 종류로 분류하였다. 청옥과 자옥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고 답사에 나섰다. 1611년 유몽인의 기록에 나오는 청옥과 자옥이 지금도 서식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청옥(靑玉)은 국화과 취나물속의 다년생 초본이다. 일명 서덜취라고도 한다. 강원도에서는 곤대서리로 부르고, 지리산과 덕유산 인근 주민들은 청옥이라고 한다. 참취와 잎 모양이 비슷하지만 털이 없이 미끈하고 잎에 윤기가 있다. 청옥은 고산지의 깊고 높은 산에서만 자생한다. 최고급 산채 중 하나이다. 취나물과 달리 향기가 없으나 식감이 좋은 나물이다. 산채류중에 드물게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청옥은 묵나물로 해서 먹으면 워낙 부드러워 일반 취나물보다 고급 나물이다. 옛날에 음정 마을 사람들이 연하천에서 나물을 채취해서 건채를 만들어 가지고 내려왔다. 이때 청옥은 귀한 나물이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청옥은 삼각고지, 연하천 산장 주변, 명선봉 일대가 군락지이다. 청옥은 잎을 채취하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나가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현지 주민들도 자신들이 먹기 위해 조금씩 채취한다고 한다.
비비추(자옥 잠, 紫玉簪)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비비취, 지보초, 자옥잠이라고도 한다. 처음 싹이 나올 때 잎자루 밑동이 자줏빛이 나서 한방에서는 자옥잠(紫玉簪)이라고 한다. 잎을 비벼보면 미끈미끈하게 거품이 많이 난다.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비벼서 먹는다고 하여 비비추 또는 비비취라고 한다. 추와 취는 채(菜 나물채)의 변음인 듯하다. 부드러운 잎은 향긋하고 매끄러운 감칠맛이 난다. 산나물 같지 않은 산나물이다. 주로 4월에 채취해서 직접 장아찌를 담는다. 돼지고기 수육 먹을 때 쌈으로도 먹는다. 꽃은 7~8월에 많이 피고 자주색이으로 아름답다. 뿌리는 자옥잠근(紫玉簪根), 잎은 자옥잠엽(紫玉簪葉)이다. 약재는 쓰는 부분은 뿌리(根)이다. 잎이 다 진 다음 뿌리를 채취한다. 또 잎이 부드럽고 푸를 때 채취해서 장아찌를 담거나 살짝 데쳐서 나물을 해서 먹는다.
마암을 지나면서 청옥과 비비추가 눈에 들어왔다. 청옥은 참취와 잎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다. 참취와 꽃이 다른 모양이다. 꽃송이는 도깨비방망이 모양이다. 마천면 금계마을에 사는 백 면장님이 청옥 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하봉에 올라온 적이 자주 있다고 한다. 청옥은 군락을 이룬 곳이 많았고, 비비추의 개체는 이따금 눈에 띄었다. 영랑대에 올라오면서 청옥 군락과 비비추를 사진에 담았다. 400년 전 이곳에서 자생했던 청옥과 자옥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영랑대에서 하봉 헬기장 구간에서도 청옥과 비비추가 눈에 들어왔다. 선암을 지나 비비추 군락을 발견하였다. 자료를 찾아보니 비비추는 백합과로 취나물의 종류는 아니다. 봄에 싹이 돋아날 때 줄기가 자주색으로 '자줏빛 옥비녀를 닮아 자옥잠(紫玉簪)'이라고 이름한 듯하나 확인이 필요하다.
▶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나오는 청옥과 자옥
○ 4월 4일 계유일. 새벽에 길을 떠나 옹암(甕巖)을 지나 청이당(淸夷堂)에 들어갔다. 숲을 헤치고 돌무더기를 가로질러 영랑대(永郞臺)에 이르렀다. (중략) 바위틈에 쌓인 눈이 한 자나 되어 한 움큼 집어먹었더니 갈증 난 목을 적실 수 있었다. 겨우 싹이 난 풀이 있었는데 푸른 줄기는 ‘청옥(靑玉)’이라 하고 붉은 줄기는 ‘자옥(紫玉)’이라 하였다. 한 승려가 “이 풀은 맛이 달고 부드러워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고서 한 움큼 뜯어 가지고 왔다. 내가 말하기를, “그대가 청옥, 자옥이라고 한 것이 바로 선가(仙家)에서 먹는 요초(瑤草)일세.”라고 하고, 지팡이를 꽂아놓고 손수 한 아름이나 뜯었다. 앞으로 나아가 소년대(少年臺)에 올라 천왕봉을 우러러보니 구름 속에 높이 솟아 있었다.
癸酉. 侵晨而行掠甕巖. 入淸夷堂. 穿森木亂石叢. 至永郎臺. (중략) 巖罅有積雪盈尺. 掬而啗之. 可以沃渇喉. 有草纔抽芽. 靑莖者曰靑玉. 紫莖者曰紫玉. 僧云此草味甘滑可食. 擷之盈掬而來. 余曰. 僧稱靑紫玉. 乃仙家所餌瑤草也. 乃植杖手摘之. 殆滿囊焉. 前登少年臺. 仰瞻天王峯. 高出雲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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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0년 박여량의 두류산일록에 나오는 옛 제석당터
○ 九月四日 <중략> 始達古帝釋堂舊基 登眺左右巖壑 指點山川形勢 滿山所見 非蒼檜則紅樹也 非紅樹則自枯木也 靑紫白黑 參錯相暎 如錦繡然 西望百里餘 有新刱蘭若二 在無住之西曰靈源 在直嶺之西曰兜率
○ 九月四日 <중략> 비로소 옛 제석당(帝釋堂)터에 도착하였다. 올라서 좌우의 바위와 골짜기를 조망하고, 산과 내의 형세를 가리키며 둘러보았다. 온 산에 보이는 것이라곤 푸른 회나무가 아니면 붉게 물든 나무였으며, 붉게 물든 나무가 아니면 저절로 말라죽은 나무였다. 푸르고 붉고 희고 검은 색깔이 뒤섞여 서로 비추어서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았다. 서쪽으로 1백여 리쯤 되는 곳을 바라보니 새로 지은 두 절이 있는데, 무주암 서쪽에 있는 절을 '영원암(靈源庵)'이라 하고, 직령(直嶺) 서쪽에 있는 절을 '도솔암(兜率庵)이라 하였다.
注 옛 제석당터는 소나무 군락이 있는 바위 전망대이다. 직령(直嶺)은 곧을직 재령으로 글자 그대로 곧은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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