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봉과 향로봉에서 노닐다.(210407~08)
▣ 일 시 : 2021년 04월 07일(수)~08일(목)
▣ 코 스 : 장암(마당바위)-장구목-미타봉-향로봉-일강-미타샘-고열암-의논대-선녀굴-장암(마당바위)
▣ 인 원 : 2명
▣ 날 씨 : 맑음
작년 추석 연휴에 미타봉에서 이철우 전 함양 군수님께 화암(花巖)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들었다.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에 화암(花巖) 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군수님은 화장사(花長寺)를 찾고 계셔서 내가 천령지에 나오는 화장사(花長寺)에 대한 자료를 보내드리고, 이 군수님께서 사숙재 강희맹(1424~1483)의 내 고향(吾鄕, 원제 : 送金修撰宗直作宰咸陽 二首) 시를 보내오셨다. 이 시는 김종직(1431~1492) 선생이 함양군수로 부임할 때, 사숙재가 송별 시로 지은 것이다. 김종직이 함양군수에 임명된 것이 성종 1년(1470년) 40세 때 12월 말이니, 다음 해(1471년, 성종 2년) 1월 송별연에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가 오도재의 입석 조형물에는 엉뚱하게 '내 고향(吾鄕)'으로 소개되고 있다. 오도재가 사숙재의 고향가는 길과는 무관한데 새로운 제목을 붙인 것이다.
送金修撰宗直作宰咸陽 二首
수찬 김종직이 함양 수령이 되어 가는 것을 보내며 (2수)
(一)
多君乞郡阻淸班 : 가상타 그대 청반을 마다하고 군수를 바라니
好向庭闈罄一歡 : 기쁘게 어버이 계신 곳에서 즐거움을 다하리
五鼎從來知叵奈 : 오정은 종래 제물로 씀을 어찌 모르오리만은
終天永慕撫錘瘢 : 영원토록 사모하여 추반(錘瘢)을 어루만지리
注 淸班 : 조선 시대, 학식과 문벌이 높은 사람에게 시키던 규장각(奎章閣), 홍문관(弘文館), 선전관청(宣傳官廳) 등의 벼슬. 庭闈 : 부모. 五鼎食 : 소ㆍ돼지ㆍ양ㆍ물고기ㆍ사슴 등 다섯 종류의 육미(肉味)를 갖춘 음식. 錘瘢 : 捶瘢 또는 捶痕과 같은 말인데, 부모님이 종아리를 때린 흉터를 의미함.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용어.
(二)
智異山高萬丈長 : 지리산 높이 솟아 올라 만 길이나 거대한데
山藏古郡號咸陽 : 그 산속에 묻힌 옛 고을 함양이라 부른다네
花長舊刹嚴川路 : 화장사 옛 절터 지나서 엄천으로 가는 길에
翠竹茅茨是故鄕 : 푸른대밭 띠집 있는 곳 거기가 내 고향일세
私淑齋集 卷之一 七言絶句 출처 : 천령지
이철우 전 군수님 덕분에 화암마을을 찾았고 오도재 조형물 시비에서 다시 사숙재 강희맹을 만났다. 강희맹(1424~1483)은 만년(1974년 겨울)에 함양군 유림면 화장산 아래 국계 마을로 낙향하였다. 사숙재 강희맹의 '내 고향(원제 : 送金修撰宗直作宰咸陽 二首)' 2연은 화장사(花長寺)에서 엄천을 따라 국계(菊溪, 사숙재의 고향)로 가는 길로 이해가 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유림면 유평리와 화촌리 일대를 엄천이라고 하고 있으니, 당시 엄천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점필재길에서 엄천과 화암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作墨戲 題其額 贈姜國鈞
(묵희를 하며 얼굴에 먹칠하고 강국균에게 주다.)
강희맹(姜希孟, 1424~1483)
胡孫捉江月 : 원숭이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하니
波動影凌亂 :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 :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 :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 :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 :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 물결이 가라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爾亦疑思斷 :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 :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 :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하게 누워 있네.
<私淑齋集卷之三> 五言古詩
注 묵희(墨戲) : 신참 과거 급제자에게 선배 급제자들이 행하던 일종의 신고식 때 붓으로 얼굴에 먹칠을 하던 놀이. 胡孫 : 원숭이 손오공을 가리킴. 강자평(姜子平, 1430-1486) :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국균(國鈞). 『진양지(晋陽誌)』권3「인물조(人物條)」에 따르면 문과에 장원하여 두 번이나 승지가 되고 벼슬이 전라도 관찰사에 이름.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위 시에서 묵희(墨戲)는 신참 과거 급제자에게 선배 급제자들이 행하던 일종의 신고식으로 '붓으로 얼굴에 먹칠을 하던 놀이'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얼굴에 먹칠을 하고 강물 속에 달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선배는 얼굴에 먹칠을 한 후배를 원숭이라고 칭한다. 후배 급제자는 달을 잡는 흉내를 내고 선배 급제자는 포복절도한다. 읽다가 푸석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다. 이 시가 '호손착강월(胡孫捉江月)'이란 영혼이 없는 엉뚱한 제목을 달고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이 시의 원제목은 '작묵희제기액증강극균(作墨戲題其額贈姜國鈞)'이다. 소위 인문학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아만(我慢)에 사로잡혀 지명의 오류를 범하고도 바로잡지 않으니 개탄할 일이다. 끝.
☞ 아만(我慢) : 사만(四慢)의 하나로 자신을 뽐내며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한 마음.
강계형(姜桂馨, 1875-1936)의 양화대산수록(陽和臺山水錄)에 향로봉(香爐峰)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있다. 또한 동시대에 의탄 금계마을에 살았던 탄수(灘叟) 이종식(李鐘植, 1871~1945)의 비결 명문 논집에는 상로봉(霜老峰)으로 기록하고 있다, 향로봉(香爐峰)의 경상도 방언인 상내봉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 병풍에 그린 닭이 아홉 모롱이 길을 가다(200918~20) : blog.daum.net/lyg4533/16488354
☞ 일수불퇴 한번 상내봉은 영원한 상내봉인가? : blog.daum.net/lyg4533/1648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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