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1610년 두류산일록의 행랑굴에서 초령까지(190928~29)

도솔산인 2019. 9. 30. 00:27

 

1610년 두류산일록의 행랑굴에서 초령까지(190928~29)

 


▣ 일   시 : 2019년 9월 28(토)~29(일)

▣ 코   스 : 새재마을-청이당-행랑굴-영랑대-청이당-옹암-옹암&새봉 안부-독바위양지-조개골-새재마을

▣ 인   원 : 3명(조박사님, 정삼승님)

▣ 날   씨 : 구름

 

 

지난 8월부터 영랑대를 네 번 연속 다녀오고 우여곡절(붙임2) 끝에 초령(새봉)이 풀린 뒤 마음은 더욱 분주하다. 상류암에서 초령까지의 옛길을 확인하기 위해 미산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니, 주말에 집안 혼인이 있다고 하신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지난 토요일이 미산 선생님의 여혼이 있었으니ㅠㅠ... 하여간 머릿속에 가득한 상류암에서 초령 루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누가 시키는 일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질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도 거른 채, 발분망식(發憤忘食)의 산행으로 이어졌다. 아침을 여는 조개골의 물소리에 발을 맞추면서, 내 마음은 소나무 그림자 아래 비취 빛 소(沼)에 쏟아지는 하얀 포말과 물거품이 되어, 내 기억에서 지나간 상념들을 모두 털어서 흘려보낸다. 청이당 터 앞 계석에 배낭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다리 쉼을 한 후, 행랑굴에서 취수를 하고 천천히 영랑대로 나아갔다. 고도 1600m부터 제 살을 태워 붉은빛을 발하는 단풍잎이 간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랑대는 일몰 시간이 되어 잠시 하늘을 열어주더니 다시 구름 속에 갇혀버렸다. 밤이 되자 사위는 어둠 속에서 고요하고 타프에 떨어지는 가는 빗방울 소리는 자장가로 들렸다.

 

다음날 아침 일정을 서둘러 청이당 터에 내려오니 08:20분이다. 진주독바위 아래에 이르러 五味子의 유혹에 넘어가 시간을 지체한 후에, 독바위 그냥 패스, 석문 입구를 지나 새봉과 독바위 사이 안부에 닿았다. 지난번에는 독바위양지 좌측 골로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박여량이 상류암에서 독바위양지를 지나 새봉으로 올라온 옛길을 찾아야 한다. 안부에서 진입하여 얼마되지 않아 새봉으로 올라오는 옛길 흔적 찾았다. 이 길은 독바위양지 마을터로 골을 따라 유순한 흙길이 이어진다. 박여량 선생은 상류암에서 자고 독바위양지로 넘어와 집터가 있는 우측 골로 새봉과 독바위 사이 안부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독바위양지로 내려오니 시간이 12시를 넘겼다. 점심을 먹고, 상류암으로 이어지는 사면 길 찾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조개골로 내려섰다. 계곡으로 내려와 땀을 씻고 새재 마을로 내려왔다. 그리고 덕산에서 정삼승 님을 내려준 후, 사천 곤명에 있는 미산재로 향했다. 미산(狂山) 선생님 曰. '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여혼을 알리지 않았다.'라고 하셨다. 미산재 텃밭에서 열무와 파, 아욱 등 무공해 야채를 뽑고, 미산 선생님께 후한 저녁 식사 대접을 받은 후 대전으로 올라왔다.    

 

선인들의 유람록을 복원하는 일은 난해한 퍼즐 맞추기 게임과 같다. 먼저 선인들의 유람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산력(山歷)이 있어야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유람록을 답사하게 된 동기를 부여한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선인들의 유람록에 대하여 어떤 특정인만이 언급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금단(禁斷)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분들은 십수 년 동안 수많은 자료를 모아 놓았고, 지리산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공로가 지대하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러나 그중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상류암에 대한 나의 해석과 이견에 대하여, 허론고담(虛論高談) 하신 꼭대님의 글을 읽어보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지리 99는 감수재 박여량 길 역시 행랑굴과 초령도 풀지 못하고, 성급하게 상류암이 유평(장항동)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발표하는 격화소양(隔靴搔痒)의 우(愚)를 또다시 범(犯)하였다. 폐암자터 99개를 찾았다고는 하나, 내가 일부 확인한 바로는 삼열암(先涅庵, 古涅庵, 新涅庵) 외에는 맞는 것이 없다.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상류암 터 역시 홍심(紅心)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상류암이야 어찌 되었든, 나에게는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고 완성도 있는 답사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또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아울러 박여량 추정 루트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상류암은 이제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라. 끝.

 

*격화소양(隔靴搔痒) : 가죽신을 사이에 두고 가려운 곳을 긁다. 즉, 무슨 일을 애써 하기는 하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함.

 

붙임

1. 박여량의 두류산일록에 나오는 상류암지에 대하여 : http://blog.daum.net/lyg4533/16488197

2.

박여량 선생의 두류산일록에 나오는 초령에 대하여 :

http://blog.daum.net/lyg4533/16488194

 

 

 

 

 

 

 

 

 

 

청이당 앞 계석

 

 

 

축대 높이1.2m×길이6.0m

 

 

 

 

 

행랑굴(마암산막180504)

 

 

 

 

 

 

 

 

 

 

 

 

 

 

 

 

 

 

 

 

 

 

 

 

 

 

두류암 갈림길II(아래쑥밭재?)

 

 

 

두류암 갈림길III

 

 

 

진주독바위(옹암)

 

 

 

 

 

 

 

새봉&독바위 안부~독바위 양지 옛길 흔적이 남아있다.

 

 

 

 

 

 

 

독바위양지I

 

 

 

독바위양지II

 

 

 

 

점필재와 감수재 길 추정 루트(붉은실선 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