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불일협곡과 소은산막 가는 길(170604)

도솔산인 2017. 6. 5. 13:02

 

불일협곡과 소은산막 가는 길(170604)


 

일 시 : 20170604

코 스 : 쌍계사-불일협곡-백학봉-불일폭포-학담-불일암-청학봉(고령대)-소은산막-쌍계사

날 씨 : 맑음

 

 

지난 3월 둘째 주에 걸었던 불일협곡과 학연과 학담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집을 나섰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말이 있다.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성현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재주가 없는 나로써 는 여러 번 반복하여 읽을 수밖에...

 

산청 남사마을의 玄石(검은돌) 이호신 화백님의 화실에서 덕산구곡을 재현하신 한국화를 감상하고, 중산리에서 회차를 하여 마천에서 지리 전차군단 마등자님 팀을 만나 저녁을 얻어먹었다, 산내 일성콘도에서 지리종주 팀에 빌붙어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성삼재를 넘어 쌍계사 주차장에서 이른 시각인데도 염치불구하고 <임대장>님께 전화를 하여, 소은산막의 '<소현거사>님이 소은암에 계신가.?'를 물었다. <임대장>님께 ‘<소현거사>님이 구례 집에 계신다.’는 전언을 들었지만 가지고 온 쌀 2kg을 갖다드리기로 하고 배낭에 넣었다.



 성삼재


 섬진강


 

 화개대교


 

쌍계석문




내원골에 들어 계곡을 두 번 건너고 묵자바위와 암자터를 지나 내원계곡을 건너서 불일협곡 초입에 들어섰다. 몇 개의 무명폭과 무명소를 지나 백학봉이 내리지른 절벽 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하늘을 보니 영락없이 거대한 불일협곡의 바위 감옥에 갖힌 도솔의 꼴이로다. 옥천대를 둘러보고 옥천대 아래 玉泉의 물 위에 핀 때죽나무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玉泉華불일꽃비라는 말이 떠올라 이곳이 바로 옥천대의 옥천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복세편살... 복세편살... 복세편살...’ 呪文을 외웠다. 복세편살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준말이다.


 

 

 

 



 

 

 

 


 물에 피는 玉泉華 = 불일꽃비

 

 옥천대 앞 석축 흔적


 

 옥천대


玉泉? 丹砂泉? 石泉?


 

겹룡소(용추폭포) 학연



청학봉 아래 학연의 겹룡소는 갈수기라 물은 많지 않았고 떠내려 온 꽃잎과 부유물에 물은 뿌옇지만, 강한 아침 햇살을 받아 학연은 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남명의 유산기를 몇 번이나 되새기며, 三仙洞이라는 각차를 찾다가 忽然 여기가 바로 청학연이다.’라고 외치고 백학봉 안부 사면을 치고 올라 백학봉 솔그늘 아래에 걸음을 멈추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下有鶴淵. 黝暗無底. 左右上下.絶壁環匝. 層層又層. 倏回倏合. 翳薈蒙欝. 魚鳥亦不得往來. 不啻弱水千里也. 風雷交闘. 地闔天開. 不晝不夜. 便不分水石. 不知其中隱有仙儔巨靈. 長蛟短龜. 屈藏其宅. 萬古呵護. 而使人不得近也. 或有好事者. 斷木爲橋. 僅入初面. 刮摸苔石. 則有三仙洞三字. 亦不知何年代也.


(불일암) 아래에는 학연(鶴淵)이 있는데 컴컴하고 어두워서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좌우 상하에는 절벽이 고리처럼 둘러서서 겹겹으로 쌓인 위에 한층이 더 있고  문득 도는가 하면  문득 합치기도 하였다. 그 위에는 초목이 무성하니 우거져 다보록하니 물고기나 새도 오르내릴 수 없었다. 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약수보다도 더 아득해 보였다. 바람과 우레 같은 폭포소리가 뒤얽혀 아우성치니, 마치 천지가 개벽하려는 듯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상태가 되어 문득 물과 바위를 구별할 수 없었다. 그 안에 신선의 무리와 거령, 큰 교룡, 작은 거북 등이 그집에 몸을 웅크려 숨어서는 영원히 이곳을 지키며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호사가가 나무를 베어 다리를 만들어, 겨우 [학연(鶴淵)]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끼를 걷어내고 벽면을 살펴보니 삼선동’이라는 세 글자가 있는데, 어느 시대에 새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巨靈 : 하신(, 물의 신·황하의 신). 큰 도끼로 대화산()과 을 찍어 열어 놓아 황하수를 통하게 했다고 함.

 

조선중기 서인 막후의 실력자인 송익필은 자신의 피에 천출의 피가 섞였다고 홀대했던 동인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휘둘러 기축옥사를 일으킨다. 그의 시는 소리장도와 같아서 너그러운  여유 속에 서슬이 시퍼런 칼날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기축옥사로 인해 조선은 수많은 인재를 잃었고 임진왜란을 맞이했다. 나라의 운도 개인의 사악한 감정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니 산에 다니는 사람들의 일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山行 - 송익필

 

산길을 걸으면 가는 것을 잊고 앉으면 걷는 것을 잊어 / 솔 그늘 아래 말 멈추고 물소리 듣는다 / 내 뒤에 몇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갔어도 / 각기 돌아갈 곳이 다르니 무엇을 다투랴.

 

송익필의 붓 끝에 숨겨진 칼날은 남명의 수제자 수우당에게도 겨누었고, 최영경은 길상봉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서인의 행동대장 정철에 의해 獄殺을 당했다. ‘매화는 도리행화와 봄을 다투지 않는다.’고 하였던 수우당은 자신의 말처럼 도리행화보다 먼저 땅에 떨어진 매화가 되었으니 수우당의 말은 결국 씨가 되었던 것이다.

 




불일폭포


학담I


 학담II


 

 

 

 

1558년 불일암을 세 번이나 답사한 남명 조식선생은 이곳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학연) 안에 신선의 무리와 거령, 큰 교룡, 작은 거북 등이 그집에 몸을 웅크려 숨어서는 영원히 이곳을 지키며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不知其中隱有仙儔巨靈. 長蛟短龜. 屈藏其宅. 萬古呵護. 而使人不得近也.]"  巨靈은 물의 신(河神 : 황하의 수신)으로 大華山과 首陽山을 큰 도끼로 찍어 두 산을 쪼개어 龍門을 열어 놓아 황하수를 흐르게 했다는 전설의 신인데, 남명 조식선생이 유산기에 巨靈을 인용한 것이다.

  

李白(701~762)의 시 "西嶽雲臺歌送丹丘子(743)" 에도 "황하의 수신 巨靈이 포효하며 두 산을 쪼개어 / 큰 물결 화살 같이 뿜어 東海로 쏘아 올리네。[巨靈咆哮擘兩山 /  洪波噴箭射東海] "라는 시구에 巨靈이 나오는데, 불일협곡 또한 흡사 거령이 큰 도끼로 청학봉과 백학봉을 둘로 쪼개어 불일폭포의 물을 학담과 학연을 통해 불일협곡으로 폭포수를 거칠게 흐르게 하였는지... 물이 많다면 물소리가 마치 巨靈이 포효하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불일폭포 아래 학담에 직접 내려가 올려다 본 불일폭포는 거대한 돌 항아리 속으로 마치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 가히 장관이었다. 학담은 학연처럼 두 개의 겹룡소로 이루어져있다. 갈수기라 바닥이 드러나 볼품은 없었지만, 이번 산행에서 학담에 내려가서 불일폭포를 본 것만으로도 '불일폭포'라는 책을 새롭게 읽은 것이다.


* 巨靈 : 하신(河神, 물의 신·황하의 신). 큰 도끼로 大華山과 首陽山을 찍어 龍門열어 놓아 황하수를 통하게 했다고 함.



 

 



불일암에서 주련이 눈에 들어왔지만 읽으려 애쓰지 않았다. 애초 석씨지교를 알지 못하거니와 글자만 알고 뜻을 알지 못하니 나는 점필재다. ‘점필재는 글자만 알고 뜻을 모른다는 의미이다. 불일암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청학봉 고령대로 올라갔다. 성여신(1546~1632)선생의 [방장산선유일기](1616)에는 청학봉을 고령대라고 하였으니 학연의 巨靈과 어떤 연관이 있는 풀어야할 과제이다. 청학봉의 古靈의 신이 큰 도끼로 청학봉과 백학봉을 쪼개 학담과 학연을 만들어 불일폭포의 물을 흐르게 하였는지. 내원골에 各有二臺라고 전해오는 말이 소은암의 호룡대와 청학봉의 고령대인지. 호룡대와 옥천대인지도 알아볼 일이다. 애써 가지고 온 숙제를 내팽개치고 소현로로 접어들어 활인령을 지나니 소은암 오르는 길은 이름 모르는 꽃[풀협죽도:줄기와 잎은 설앵초를 닮은 것 같고, 꽃잎은 복사꽃보다 짙은 붉은 자색]들이 만개한 천상의 붉은 화원이었다.



 


소은암 부엌 앞 솥뚜껑을 여니 물이 없었다. 물을 찾아 호룡대 쪽으로 가자 소은암의 샘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소은암 암자에서 내원 능선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한 시간쯤 머물다가 내려서는 길...3개월 전에 다녀간 길이 아닌 듯 때죽나무 꽃잎이 흐르는 근원을 좇아 불일협곡 학담에서 바라본 불일폭포의 모습이 눈앞에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길 여러 번 소은암의 천상의 화원에는 꽃이 피고 나무에는 개복숭아가 열매를 맺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은산막

 

 

여주 청결미와 사탕


 

끈끈이대나물



 

 

 

 내원수행처


 화개대교


성삼재


화개에서 석양에 빛을 발하는 화개교를 사진에 담고 성삼재로 올라와 지리 종주하는 분들이 차에 두고 간 아이스박스를 일출 식당에 맡겨놓고 當歸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불일평전과 소은암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나는 나를 벗으로 삼지. 사람을 벗으로 삼지 않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