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의 겨울 연가 酷寒속으로(160123~25)

도솔산인 2016. 1. 25. 18:22

지리동부의 겨울 연가 酷寒속으로(160123~25)

 

 

: 20160123~ 25

: 새재-청이당-영랑대-치밭목-새재

: 3명(임향기님, 양영모님)

: 23(흐리고 눈) : 청이당 -10도 영랑대 -20

24(구름 눈) : 영랑대 -25도 치밭목 -23.9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천지1박(050113)
청석봉 안부 2박(050114)
5호경계비에서 천지 하강
천지 3박 후 천문봉 등정 (050115)

 

  혹한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2005년 영하 40도에서 3박 4일의 백두산 동계 훈련 등반이다. 청이당에서 산친이 따라준 술잔을 입술에 대자 살점이 떨어져 나와 술잔에 피가 묻어났다. 어떤 자유든 희생없이 얻을 수는 없다. 청이당(淸伊堂) 초입(初入) 큰바위 뒤에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드렸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되물으셔서 어색한 인사가 되었다.

 

  청이당 사나운 골바람의 방해로 <슬기난>님과의 두 번째 조우는 무색하게 비켜갔지만 아무튼 <지산>님들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 럿셀 덕분에 목적지에 쉽게 닿을 수 있었다. 러셀은 <지산>팀에서 해주셨고, 저녁은 <갈간>팀에서 하고 아침은 내가 하기로 하였으니, 갓을 쓰고 밥을 먹은 산행을 한셈이다. 어둠이 드리우고 우웅 우웅 바람소리에 섞여 귀신들이 울부짖는 환청이 들리는 밤 온도계를 보니 영하 20도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독바위 양지 초입에서 멀리 중봉과 써리봉이 올려다 보였다. 진양지에 언급된 鋤屹山(서흘산)은 鋤耒峰(서뢰봉)에서 써리봉으로 불리어졌고 상류암의 위치는 조개골과 써리봉이 내려다 보이고 올려다 보이는 곳일 것이다. 鋤는 '긴자루 호미'라는 뜻으로 '긴자루 호미가 달린 쟁기'이니 석양에 상봉이나 천왕 동릉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써리의 형상이다. 선인들의 글을 전하는대로 보지 않고 짐작한대로 보는 것은 본인 자신의 소양이다. 유람록에 오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記란 사실을 기록하는 한문 문체이다.   

 

 

 

 

 

 

 

 

 

 

 

 

 

 

 

 

 

 

 

그대의 이름은 Zelt 永郞齋

 

 

  이 홑겹 젤트Zelt는 3년 전 보령의 임대장님에게 분양했다가 다시 돌아온 광거정과 쌍둥이 永郞齋다. 젤트 값을 돌려드리려고 하자 한사코 사양하셔서 지난 밤에도 일행들에게 어찌 해야할지 고민했는데...오늘 아침 이 일을 어찌... SNS상에서 임대장 사모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허무하지 않은가?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거늘 무엇이 두려우랴. 그래서 혹한에 영랑대에서 노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내 명예도 재산도 아내도 자식도 잠시 만났다가 놓고 가는 것이다. 조국의 건달들은 15년만의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에 이렇게 건재했다. 지난 밤에 무슨 일 때문에 득의양양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살아있고 어둠과 혹한과 바람을 견디어냈기에 경험한 자만의 웃음이다.

 

 

 

새벽님 비비색

 

 

 

 

 

 

 

 

 

 

 

 

 

 

 

 

 

 

 

 

  사태지역을 통과하는데 안구가 얼어붙어 시야가 앞을 가렸다. 바지가 흘러내려 허리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마치 칼로 찌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나왔다. 스마트폰은 이미 방전되어서 사진을 남길 수 없었지만 찍을 수도 없었다.

 

 

 

 

 

 

 

 

 

 

 

 

  오후 늦게 치밭목에서 새재 마을로 하산하였지만 폭설로 내려가지 못했다. 새재마을에서 하룻밤을 留하고 다음날 점심 때가 거의 되었을 때 내려왔다. 아침에 새재마을 주차장에 <슬기난>님 차가 있어 부산의 <***>님에게 급히 그분의 안부를 물었다. 진주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오후에 차량을 회수하여 덕산으로 무사히 내려오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겨울에 새재로 들어갈 경우 덕산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타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동계 산행은 현관에서 등산화를 벗고 배낭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서 산행이 종료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