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추억산행

동계설악 서북*공룡&가야동계곡 이야기III(080222~25)

도솔산인 2012. 8. 31. 05:36

 

동계설악 서북*공룡&가야동계곡 이야기III(080222~25)

 

 

▣ 일  시 : 2008년 2월 22일 - 25일(3박 5일)

▣ 산행지 : 설악산

▣ 인  원 : 4명(미산님, 공교수님, 소혼님, 余) 

▣ 코스&일정

 

   * 3일차 : 마등령 - 오세암 - 가야동계곡 - 천황문 - 수렴동산장 - 백담사 - 용대리(약21.9km)

 

* 3일차(080225)

 

 생일날 새벽 효월과 일출을 보기 위해 6시에 기상을 하였다. 어제 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니 오늘이 내 생일이라며 미역국은 산행 후에 끓여준다 하니 감읍할 따름이다. 세 분의 정성으로 떡만두국의 생일상이 차려졌다. 청량고추를 넣은 탓에 매운 맛이 강했지만 젤트에서 일출을 보며 아침을 먹었다.

 

 등로에 안전시설이 되어 있어 편안하게 오세암에 내려와 가야동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수렴동으로 직접 가는 길이 있지만 봉정암으로 가는 길로 3km 남짓 작은 고개를 여러 번 넘어야 가야동으로 갈 수 있다. 가야동에 이르니 봉정암으로 가는 아치형 다리가 새롭게 놓여져 있었다. 어제 여러 사람이 지나간듯 완만한 계곡의 눈길을 따라 신비한 가야동의 겨울 풍경을 담으며 모두 탄성을 자아냈다.

 

 눈 밭에 '산이 뭐가 좋아' '<사니조아>님! 지리산만산이냐?'라고 쓰기도 하고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이야기 꽃을 피웠다. 2월이라 얼음이 녹아 물에 빠질 염려도 있지만 하산 길이기에 빠져도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었다. 천황문에 이르자 청빙지대가 나타나고 沼의 얼음이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발하고, 누런 황금 빛의 거대한 암벽 협곡으로 된 천황문의 위용은 보는 이를 압도하고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겨울의 가야동은 우회로 없이 계곡 산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렴동산장에 이르러 이경수대장님(당시 69세)께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이곳도 공단에서 새로 지어 앞으로 공단에서 관리한다'는 이야기며 산장을 운영하며 두 분 부인과 팔남매를 양육하였고 큰 부인은 얼마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며, 지난 겨울 왔다가 어르신을 뵙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렸다. 둘째 아들은 공단 직원으로 이미 취업을 하였고, 큰 아들도 공단직원으로 취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행이지만, 산중 인심이 넘치는 산장이 내년이면 사라지고 앞으로 어르신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했다. 떡만두에 새알을 넣어 양동이 만한 코펠에 가득 끓여 어른에게 한 그릇 갖다 드리고 점심을 먹은 후 여름에 다시 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수렴동 산장을 나섰다.  

 

정월 19일 曉月 

 

 

여명

 

 

 

 

 

 

 

 

 

 

 

 

 

 

오세암 

 

 

가야동 초입

 

 

와룡

 

 

 

 

 

 

 

 

 

 

 

 

 

 

천황문

 

 

 

 

 

 

 

 

 

 

 

 

 

 

이경수 대장님

 

 

 

 

 

 

 

 

백담사

 

 나는 계곡을 따라 내려왔고 일행은 등로를 따라 백담사까지 내려왔다. 겨울은 해가 짧아 바로 어둠이 드리워졌다. 도로는 빙판길이었고 한 번 미끌어지면 공중부양을 한 후 도로에 내팽개쳐지길 반복한 후에야 백담사 탐방센터에 닿았다. 가야동에서 발이 빠져서 차츰 아려오는 발끝의 감각을 채근하여 천천히 용대리에 내려오니 오후 6시 10분....

 

 봉정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산행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덕담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 내내 눈이 내렸다. 폭설을 뚫고 대전에 7시간 만인 새벽 4시경 도착하여 소머리 국밥을 사드리고 인사를 나누었다. 아홉시에 <미산>님께 전화를 드리니 학교에 출근하시는 길이란다. 얼마 후 소혼에게 부산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으니 마음이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번 산행은 일행에게 서로 배려하는 안정감 있는 완벽한 운행이었다. 동계에 설악 남교리에서 서북능선을 건너, 공룡을 넘고 다시 가야동으로 내려오는 쉽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여정이었지만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 자신의 산행이 남에게 결코 자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앞으로 산에 계속 다닐 것인가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산행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과 남에게 毒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끝.

 

 

♣ Tip 수렴동산장 이경수 대장님의 사랑이야기

 

설악산 수렴동산장 이경수 어르신의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겨울 용대리에서 수렴동산장으로 들어간 일이 있습니다.

산장에 아무도 없다보니 어르신이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20여년 전 어떤 아가씨가 수렴동계곡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다

이경수 어르신에게 구조가 되었는데

집에 가라고 아무리 떠밀어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암튼 본 부인이 계신데도, 그 여인은 어르신을 평생 모시기로 작정하였던지...

그 여인에게서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장성하여 청주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하더군요.

 

술이 한 잔 들어가자, 본부인에게 낳은 아들이 속을 썩인다는 이야기며 

자식은 내리 사랑이라고 그 부인에게 낳은 자식이 정이 간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 <이경수>대장님과 <수원털보>님(내설악&공룡, 가야동06.2.11~13)

 

 

내설악 공룡&대청봉(070117~19) 

 

 

1년 뒤(2007년) 갔을 때에는 두 분이 기거하던 건물은 수해로 떠내려 갔고

임시 판자로 지은 비닐하우스 움막에서 홀로 기거하고 계셨습니다.

 

7년 전 2008년 겨울 다시 이경수 어르신을 뵈었는데 만나자마자

큰 부인이 그 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으로 보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않는 가정사를 제게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추억의 수렴동산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넘겨주고

두 아들을 관리공단직원으로 취직시키는 조건으로 하산을 결심하셨다고 하더군요.

정확하지 않으나 현재 어르신은 76세 사모님의 나이는 51세(?)라고 생각됩니다.

 

두 분 사랑의 보금자리 출입문에는 산등나무 무늬의 장식이 붙어 있었는데... 

부인을 위해 대장님이 산등나무로 직접 만드신 영원한 사랑의 메세지랍니다.

 

♣ 수렴동 산장 내실의 문

 

아쉽게도 사랑의 징표는 수해로 떠내려 갔고 제게 사진이 남아 있어 기록을 남깁니다.

무슨 글자인지 맞추신 분 1등 한 분에게 영랑대 동계 1박2일 숙박권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