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고전향기

[한시감상 050]除夕感吟(섣달 그믐날 밤 느낌이 일어)

도솔산인 2012. 12. 28. 11:50

     [한시감상 050]除夕感吟(섣달 그믐날 밤 느낌이 일어)

 

 

                          조현명(趙顯命 1691~1752)

 

我齒居然五五春 : 내 나이 어느새 오십 하고 또 다섯

年光欲挽奈無因 : 세월은 붙잡으려도 어찌할 도리 없네

 

常時惜日如今日 : 평소에 가는 세월 오늘처럼 아꼈다면

未必徒爲此樣人 : 분명코 지금의 이런 모습 아닐 것을

 

- 조현명(趙顯命 1691~1752)

〈제석감음(除夕感吟)〉

《귀록집(歸鹿集)》

 

 

한 해가 시작될 때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앞날에 대한 희망찬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를 하곤 한다. 계획과 후회의 반복은 현대를 사는 우리만의 모습이 아니라, 옛날 우리의 선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는 조선 후기 영조시대에 영의정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조현명이란 분이 55세의 나이를 보내며 지은 것이다. 그는 23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29세에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이후 대사성, 대사헌, 한성 판윤, 예조 판서, 이조 판서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이 시를 지은 55세에는 우의정의 직책을 맡고 있었다. 현달로만 따지면 그리 후회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한 해를 보내는 마음에서는 무엇이 그리 후회스러웠는지 깊이 애석해 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이 없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나이의 숫자만큼 후회스런 연말을 보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또 한 번의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시인의 말과 같이 지난 세월을 오늘처럼 아꼈으면 좋았을 거란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난날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럼 지난날에 대한 회상은 잠시 묻어두고 꼭 1년 뒤의 오늘을 미리 상상해 보자. 혹시 오늘과 똑같은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며칠이 지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또 내년의 연말을 향해 시계를 돌리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하루하루를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돌이켜보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분명 내년의 오늘은 지금의 오늘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