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靈神菴(점필재)

도솔산인 2012. 3. 3. 14:00

 

靈神菴(영신암에서)

 

                    佔畢齋

 

 

箭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창불대)와 거상(대성폭)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주지승)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수환산도고주래) : 모름지기 촌장(은둔선비)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箭筈과 車箱 : 전괄은 화살 끝처럼 좁은 산마루를 말하고, 거상은 마치 수레의 짐칸처럼 우묵한 골짜기를 말하는데, 또는 전괄령(箭筈嶺)과 거상곡(車箱谷)의 명칭으로도 쓰는바, 두보(杜甫)의 망악시(望岳詩)에 “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六》

 

 

方丈 : 사방 1장의 넓이(1장 : 10척) 절의 주지가 거처하는 방, 또는 그 주지. 주지스님. 삼신산의 하나(지리산) 禪 : 禪師 : 선사(선종의 고승의 칭호) 紅塵 : 붉운 먼지 속세. 湏(회)인가? 須(수)인가? 처음에는 湏(회)로 보았으나 須(수) 모름지기 꼭으로 당부하는 말로 쓰여진 듯하다. 山都 : 狒狒비비 중의 가장 큰 것. 豚尾狒狒 <爾雅, 釋獸> 狒狒. <郭璞注> 其狀如人, 面長, 唇黑, 身有毛, 反踵, 見人則笑. 交․廣及南康郡山中有此物, 俗呼之曰山都. /明, 袁宏道<新安江詩>山都吟復笑, 猩語是耶非. 山都는 猿鶴(은둔 선비)의 연장자(대표)

 

 

 영신암 주변을 산책하며 '창불대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으로 올라가고, 대성폭포는 험해서 한번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보의 '望嶽詩망악시' [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가 떠올라 전괄거상 시어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됨.

 

 

靑鶴仙人何處棲(청학선인하처서) : 청학 탄 신선은 어느 곳에서 사는고?

獨騎靑鶴恣東西(독가청헉자동서) : 홀로 청학을 타고 동서로 마음껏 다니겠지.

白雲滿洞松杉合(백운만동송삼합) : 흰구름 골에 가득하고 소나무 삼나무가 모여 있으니

多少遊人到自迷(다소유인도자미) : 약간(어느정도)의 유산객만 들어와도 저절로 길을 헤맨다네.

 

 

 

多少 : 얼마, 몇.  何處 : 어느 곳. 棲 : 살서. 恣 : 방자할자, 제멋대로일자, 거리낌 없을자, 맡길자. 多少 : 얼마의(어느 정도의), 약간

 

 

 

千載一人韓錄事(천년일인한녹사) : 천 년의 세월 속에 일인자인 한녹사

丹崖碧嶺幾遨遊(단애벽령기오유) : 붉은 절벽 푸른 고개서 얼마나 노닐었던고

滿朝卿相甘奴虜(만조경상감노로) : 조정 가득한 경상(정승판서)664들은 노예와 포로 됨을 감수하는데

妻子相携共白頭(처자상휴공백두) : 처자들을 이끌고 들어와 함께 백발이 되었네.

 

載 : 해재 = 年也, 歲也. 卿相 : 공경(정승)과 재상(판서). 甘 : 달게 여기다, 甘受

한녹사 : 고려 때의 명사(名士) 한유한(韓惟漢)을 말함. 그는 지리산(智異山)에 은거하면서 조행(操行)이 고상하고 조촐하여 세상일을 간섭하지 않았는데, 《고려사(高麗史)》에 의하면, 한유한이 처음 서울에 살았으나, 최충헌(崔忠獻)의 정사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장차 난(亂)이 일어날 것이라 여기고, 처자(妻子)를 데리고 지리산에 들어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은거하였는데, 뒤에 나라에서 서대비원 녹사(西大悲院錄事)를 제수하여 불렀으나 끝까지 취임하지 않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종신토록 나오지 않았다고 함. 《新增東國輿地勝覽 卷三十》

 

 

 

雙溪寺裏憶孤雲(쌍계사리억고운) : 쌍계사 안에 고운을 생각하니

時事紛紛不可聞(시사분분불가문) : 어지러웠던 당시의 일을 들을(알) 수가 없구나.

東海歸來還浪跡(동해귀래환랑적) : 해동(신라)으로 돌아와 도리어 유랑했던 발자취는

秖緣野鶴在鷄群(지연야학재군계) :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있었던 연유로다.(고운이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난 까닭이라네)

 

 

裏 : 속리. 憶 : 생각할억. 孤雲 : 최치원. 紛 : 어지러울분. 東海 : 해동(우리나라). 秖 : 다만지. 緣 : 緣由. 야학 들에 있는 학. 닭이나 오리와 무리를 같이하지 않는 데서 '은사가 속세의 초연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野鶴在鷄群 :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함'을 이르는 말. 군계일학. [晉書] 昻昻然如野鶴在鷄群.

 

 

 

 

전괄(箋筈) : 창불대(111002~03)

 

 거상(車箱) : 대성폭상류(090925~27)

 

영신대 석문(120204~05)

 

 영신대(120204~05)

 

某대학 한의대 교수님이 지리산 영신사지에서 영신교에 입교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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