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한시모음

德山卜居(曺植)

도솔산인 2010. 5. 25. 11:30

 

    德山卜居

 

                                       曺植

 

春山底處無芳草   只愛天王近帝居

 

白手歸來何物食   十里銀河喫有餘

 

봄 산 어느 곳인들 향기로운 풀이 없으랴만

다만 천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천왕봉을 사랑해서라네.

 

빈손으로 돌아와 무엇을 먹고 살겠느냐고?

은하수처럼 십리 흐르는 물은 먹고 남음이 있어라.

 

 

【作者】曺植조식(1501~1572)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도학자이자 산림처사이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자는 楗中, 호는 南冥이며 시호는 文貞이다. 모든 벼슬을 거절하고 경남 산청에 山天齋를 짓고 학문에만 정진하여 많은 제자를 길러 내었다.

 

【評說】천왕봉을 벗 삼아 안빈낙도하다

 

 초야에 묻혀 名利를 멀리하고 안빈낙도하면서 살아가는 호방한 대장부의 기개를 드러낸 詩이다. 德山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있으며,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남명이 61세 때 山天齋를 짓고, 학문에 정진하며 만년을 보낸 곳이다. 이곳에서 살면서 이 詩를 지어 기둥에 걸어(柱聯)놓았다.

 

 봄 산에는 어느 곳에나 향기 나는 꽃과 풀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남명은 향기로운 봄꽃보다 높이 우뚝 솟은 웅장한 기상의 천왕봉을 더 좋아한다고 하였다. 우뚝 솟아 하늘에 닿을 것 같아 천제가 산다는 하늘과 더욱 가깝게 보이는 천왕봉의 기상을 닮아 높은 정신세계와 절조 있는 삶을 지향하였으리라.

 

이어서 빈손으로 이곳에 돌아왔지만 산천재 앞을 흐르는 십리 德川江은 마시고 남음이 있다고 하여 산림처사의 고고함과 안빈낙도의 삶을 잘 드러냈다.

 

 山天齋는 堂號로서 주역의 26번째 괘인 山天大畜산천대축(☶☰)에서 온 것으로 강건하고 독실하여 빛나서(剛健篤實輝光) 날마다 그 덕을 새롭게 한다(日新其德)는 것으로 크게 기른다(大畜)는 의미이며 바로 자신도 기르고 어진이도 기른다(養賢)는 뜻이다.

 

 조선 중기 경상도 성리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경상좌도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경상우도에는 남명 조식이 있어 쌍벽을 이루었다. 사변적이라기보다 실천적 행동으로서의 유학을 강조하여 평소에도 방울과 칼(刀)을 차고 다니면서 스스로 敬과 義를 몸소 실천한 도학자였다. 이러한 敬義사상은 제자들에게 전해져 후에 임진왜란 발발 시 전국 의병장의 60%가 남명의 제자(곽재우 ․ 정인홍 ․ 김면)였다고 한다.

 

【註釋】卜居(살만한 곳을 점침/살만한 곳을 가려 살다), 德山卜居(덕산에 거처를 정하다), 底(밑/어찌, 어떤), 芳(꽃답다/향기 풀), 只(다만), 帝居(하늘의 천제가 거처하는 곳), 白手(빈손/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 喫(마시다/먹다)

 

출처 - 대기원시보 -

작사/작곡-박문옥, 노래-정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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