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산 기도처를 찾아서(060923-24)

도솔산인 2006. 9. 25. 00:43

지리산 기도처를 찾아서(060923-24)

 

■ 일  시 : 2006.09.23∼09.24
■ 산행지 : 지리산
■ 인  원 : 나홀로
■ 코  스
 * 1일차 : 추성리 - 두지터 - 비선담 - 선녀탕 - 칠선폭포 - 대륙폭포 - 마폭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 - 제석단(비박)
 * 2일차 : 제석단 - 제석봉 - 천왕봉 - 중봉 - 하봉 - 영랑대 - 소년대 - 국골 사거리 - 두류봉 - 향운대 - 어름터(외딴집) - 광점 - 추성리

 

* 산행기

첫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거늘....
금년 들어 지리동부를 몇 차례 탐방하면서....

자연공원법 제28조 1항 위반(비지정 등산로 출입)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산과 물과 달과 별과 꽃과 바람의 나라...
억만갑자 천왕봉과 중봉·하봉이 빚어낸 칠선계곡·조개골·국골·허공달골, 하봉과 영랑대 두류봉에서 조망, 곧게 뻗은 참암, 초암, 두류능선과 쌀포 형국의 벽송능선, 독바위양지의 웅장함, 카펫을 밟는 촉감보다 더 부드러운 산길은 달포도 채 지나지 않아 나를 영랑대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산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칠선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지나 두지터를 향한다(07::30). 포장길을 조금 오르니 보도 불럭 비탈길이 이어진다. 조금 오르니 차량 몇 대가 주차되어 있고 길은 좁아져서 평탄한 소로가 이어진다.

 

 이정표에 두지터라고 쓰여져 있고 인가는 있으나 이른 새벽이라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로 오르는 길에서 망설인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온다. 밖에 침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허정가일터 가까이 가니 虛靜家이라고 쓰여져 있고, 머리가 긴 남자 분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허정님이시죠?'
 '어떻게?'
 '지리99 카페에서 사진으로 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커피를 내오시고 마폭 부근의 비박 싸이트까지 알려 주신다. 지리99에 누팅만 하지말고 가입인사를 꼭 할 것을 당부하신다.
 30분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배낭에서 고기를 꺼내자 한사코 사양하시는 것을 절반쯤 나누어 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첫번째 계곡을 건너는 곳

 

 나를 버리고 가는 길...
 배낭 무게가 500g 줄었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온갖 상념을 다 버리고 걷는 길 비교적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비선담에서 아침을 먹는다.
옥녀탕 옥빛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대자연을 감히 말로 글로 사진으로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칠선폭포

 

대륙폭포

무명폭포

마폭포 좌골

 혼자 놀줄 아는<유랑자>님을 만나다.

마폭포 바로 직전 등로 옆에 배낭이 보이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인기척을 내고 다가서니 '지나가세요'라고 말에 나 또한 당황하여 인사할 겨를을 놓치고 겸연쩍게 '여기가 마폭포 맞습니까?'라고 하니 돌아보지도 않고 '예'라고 단음절로 대답한다. 

 중봉에서 내려오는 폭포 아래 배낭을 내려 놓고 잠시 쉬는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제석봉 쪽으로 올라간다. 바로 그 분이 바로 지리99<유랑자>님 이다.    

폭포마다 쉬원한 바람에 취해 잠시 멈추어 조망하다 걷고 걷다가 돌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마폭포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허정님이 이야기한 비박싸이트와 등로를 확인한다.
마지막 1.6km 시간은 13:00시

 

 

 천왕봉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고는 하나 워낙 각오하고 왔던 터라 비교적 수월하게 오른다.

철 계단이 나오고 천왕봉에 도착하니 14시 30분 정상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윈드 쟈켓을 꺼내 입고 잠시 쉰 후 내려와 인근 점심을 해결한다.

통천문 입구에 배낭을 내려놓고... 

제석봉에서 잠시 천왕봉을 올려다 본다.

 

 영혼을 깨우는 바람소리.....

 

 山은 나도 모르게 세상과 사람을 향해

스르르 마음의 문을 열게 합니다.

 

숭고한 정적이 넘쳐나는

거대한 바람에 몸을 맞기고 서있노라면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와지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山은 바람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머물게 합니다.

 

  백두대간 단독종주(2000년 10월 8일 - 12월 2일)

              - 나의 악우인 두꺼비님의 56일간의 짧은 기록에서-

 

* 지리산이 맺어준 또 다른 인연....
 장터목에 내려와 배낭을 내려 놓고 잠시 쉬는데 '아저씨! 오늘 어디서 주무세요?' 바라보니 키가 훤칠(183cm) 이목이 뚜렷 언어가 명료하다. '산에서 자야지.....'

'저 좀 같이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하는 녀석을 보며...
'혼자 왔나?' '예'  '침낭은?'  '여름 침낭 가지고 왔습니다' '추울텐데.....'라고 대답하자 마자 녀석이 취사장으로 뛰어가서 배낭을 가지고 오는데 제법 큰배낭(그레고리 구형60)에 메트리스까지 달려 있다.

 

  이야기를 해보니 제 앞가림을 하고도 남을 녀석이다.
'오늘은 같이 자고 내일은 본인의 의사에 맡길테니 내일 아침까지는 내가 책임진다.'라고 하고 배낭을 지고 일어나니 비닐 수낭에 물이 담겨져 있다.
 '물 필요 없다'  '왜요? 아...참... 아까 통화하시는 거 들었습니다'

 

 



 

 제석단에 도착 후라이를 치는데 녀석의 손이 민첩하다.
야영 경험이 있는가?' '예 이번 여름에 동아제약에서 후원하는 국토대장정에 참여했습니다.

광주에서 춘천까지 20일 동안 602km걸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이 또 있을까... 

제석단

 

다음날

윤기현군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하봉에서

하봉에서 바라본 영랑대

하봉에서 바라본 영랑대에서 한참을 머문다. 하봉 헬기장에서 커피를 주신 분들이 굴골사거리로 간다고 하여 길을 잃을 것이 염려되어 얼마 후 초암으로 내려서는 분들을 불러서 안내해 주고....

영랑대에서

초암

좌측 합수부가 대륙폭포 촛대봉을 지나면 대륙폭포 갈림길이 있음.

두류능선과 두류봉

독바위양지

향운대

청이당터

어름골

聽水亭 주인(林大鳳씨 : 055-962-5517, 011-9712-1200)

 

 어름터 청수정에 도착하니 광주 분들이 지리산 흑돼지를 구워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 인사를 했는데도 받는 둥 마는 둥 ㅎㅎㅎ.... 무례하고 인색한 사람들이다.

 

* 어름터 청수정 주인 임대봉님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아버지(林英佑군)를 돕고 있다. 음식을 파느냐 물으니 팔지 않는다고 하며 '돌판에 구운 고기를 권하여 임영우 학생이 방금 따온 깻잎에 싸서 몇 첨을 먹는다. 주인이 어색한 듯 복분자 술을 권하는데 비록 한쪽 팔이 없는 분이지만 산골의 인심이 묻어난다.

 최근 곰이 벌통을 먹어 치웠다는 이야기며 토종벌로 석청을 판매한다며 전화번호를 불러주는데 아니 적을 수가 없어 적는 길에 10여장을 적어 광주 사람들에게도 건넨다.

 배낭을 지고 일어서는데 겸연쩍게 '소주라도 한 잔 드렸어야 하는데...'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건낸다.    

허공달골

 

10여분 내려오니 임시로 만든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자 마침 나가는 무쏘 차량의 화물칸에 배낭을 싣고 짐칸에 올라 광점동을 지나 칠선 산장에서 하차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시간을 보니 15:00정각이다. 차를 타고 마천에 있는 외마마을 영알&지 남동풍님 C1산방을 향해 출발한다.

 

* '나 또한 혹여 자랑삼아 산에 다니지 않는가?'를 경계하며 이 글을 쓴다. 

 

* 외마 마을 C1산방 가는 길


 마천에서 백무동 가는 다리를 건너자 마자 보이는 찻집(?) 우측으로 <외마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있고

백무동가는 길과 15도 정도 갈라져 비스듬히 경사길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다가 모퉁이를 한번 돌면 외마마을 마을회관이 나오고 주차할 수 있는 넓은 터가 나옵니다.

갈림길에서는 약 200미터쯤 됩니다.

산방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가도 되나 경사가 급하고 좁아서 처음 오시는 분은 좀 난감할 수 있으므로

주인장한테 전화을 해서 안내에 따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산지기형님의 자세한 설명과 약도-

 

 동계에 백두산 종주와 천지를 함께 건넌 스틱을 칠선 휴게소에 놓고 시원산방 <남동풍>님을 만나러 가다.

 <知山知己>형님을 만났으면 좋으련만, C1산방을 방문 산방 주인이신 남동풍님의 환대와 창원의 돌삐님 등을 뵙고, 남동쪽으로 바라 보이는 제석봉 제석단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차는 내 생애에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