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문의 「용호구곡 경승안내」에 나오는 석구지(石臼址)
▣ 일 시 : 2023년 07월 06일
▣ 코 스 : 구룡정사-임도-지리산둘레길-구룡치-석구지(石臼址)-전망대-구룡치-옛길-구룡정사
▣ 인 원 : 2명
▣ 날 씨 : 맑음
김사문의 「용호구곡 경승안내」에 산서(山西) 조경남(趙慶男) 장군의 기록이 나온다. 조경남은 정유재란 때 의병장으로 난중잡록을 남겼다. 저자가 13세 때인 1582년(선조 15) 12월부터 쓰기 시작하여 1610년(광해군 2)까지 중요한 사실을 엮은 것이다. ‘난중잡록’이라 이름한 것은 임진·정유 두 차례의 난의 기록이 주요 부문을 차지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김사문은 용호구곡 중 제 5곡 선유대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병암(屛岩)에 개미처럼 붙어 정상에 도달하면 위태로워 다리가 벌벌 떨리는 곳에 석구지(石臼址)라고 일컫는 작은 형국이 열려 있으니, 예전에 장군 조산서(趙山西)가 은거한 곳이다. <중략> 이곳에 은거할 당년(當年)에 마실 물을 멀리 대양치(大陽峙) 넘어 구천(臼泉)에서 맑고 시원한 물을 취했으니, 발에 나막신을 신고 손에 동이를 쥐고서 한 걸음으로 치달아 길어다 썼다.”
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구룡정사를 찾았다. 구룡정사는 구룡폭포 위 천룡암에 있는 정사로 그 앞에 구룡정이 있다. 구룡폭포 아래 암반이 패인 석구(石臼)를 구천(臼泉)으로 추정하고 석구지를 찾아 나섰다. 함께 답사하는 지리산아님이 미리 석구지를 답사하여 서너 번 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새로 난 임도를 따라 진행하면 지리산 둘레길 1구간을 만난다. 얼마 가지 않아 구룡치를 나온다. 구룡치는 둘레길이 완성되면서 붙여진 이름이고, 주민들은 '구등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조금 진행하면 능선상에 평탄한 좁은 공간이 나온다. 마을 사람들이 석구지(石臼址)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 터가 석구지(石臼址)가 맞는지 의문을 가지고, 다시 구룡치를 지나 구룡폭포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었다. 평탄한 지형이 용호구곡 쪽으로 절벽을 이루어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비폭동 위로 쏟아지는 계곡을 지나고 계속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아마 이 길이 선서 조경남이 나막신을 신고 손에 동이를 쥐고 물을 긷기 위해 한걸음에 내달렸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진행하면 구룡사가 나오고 구룡정사에 닿는다. 천룡암 당주에게 양해를 구하고 구룡폭포의 구천(臼泉)을 보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섰다. 장마 기간이라 석구(石臼)에 폭포수가 우레 소리를 내며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석구지(石臼址)와 구천(臼泉) 사이에 구룡치(九龍峙)가 있다. 현재의 구룡치가 김사문이 언급한 대양치(大陽峙)가 아닐까. 하나를 확인하면 두 개의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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