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구룡호텔~백장암)

도솔산인 2023. 2. 4. 18:20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구룡호텔~백장암)

 

 

 일 시 : 2023 2 4(토)

 코 스 : 구룡호텔-백장암 / 상부운-반선

 인 원 : 3

 날 씨 : 맑음(-7도)

 

 

  두 주 전에는 백장암 백장 선원에서 천왕봉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백장암에서 옛길로 매동 마을까지 연결하였다. 백장암 옛길은 고저가 없는 전형적인 허리길이다. 지난 주에는 백장암 금강암 서진암 암자 순례 산행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구룡 호텔에서 백장사까지 옛길을 걸었다. 1km 남짓은 임도가 이어졌고 나머지 약 1.2km는 옛길 원형 그대로이다. 구불구불한 길은 산을 감고 돌고 돌아 백장선원으로 이어진다. 1611년 3월 29일 유몽인 일행이 수레에서 내려 남여(藍輿)를 타고 백장사(百丈寺)로 들어온 길이다. 

 

  『운성지에  "하노재는 상부운 마을에서 반선을 잇는고개이다." 토박이 주민들의 '화느재'와도 음이 비슷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종소리를 들은 곳을 환희령(歡喜嶺)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聽鍾之地曰歡喜嶺也] 필자는 반선에서 상부운으로 넘어가는 화느재(하노재)를 환희령으로 보고 있다. 환희령은 내원암(뱀사골탐방센터)의 종소리가 들리는 고개로 이해한다. 2년 전 반선에서 환희령을 올라간 일이 있다. 이번에 상부운에서 환희령으로 찾아 올라가다가 길을 놓쳐 헛고생만 하였다. 세걸산 동능을 타고 내려오니 반선이다. 끝.

 

 

▶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나오는 백장사

 

  ○ 3월 29일 <중략> 북쪽으로부터 산세는 점점 높아지고 길은 점점 험난해져, 말이 끄는 수레에서 남여(藍輿)로 바꾸어 타고 백장사(百丈寺)로 들어갔다. 순지(순천 부사)는 숙취가 아직 풀리지 않아 먼저 불전(佛殿)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코를 고는 소리가 우레처럼 들렸다. 어린아이가 꽃 두 송이를 꺾어 가지고 왔다. 하나는 불등화(佛燈花)라고 하는 꽃인데 연꽃만큼 크고 모란꽃처럼 붉었다. 그 나무는 두어 길이는 됨직하게 높았다. 다른 하나는 춘백화(春栢花)였는데 붉은 꽃받침은 산에서 나는 찻잎처럼 생겼고 크기는 손바닥만 하였다. 병풍과 족자에서 본 것과 같았다. 절의 위쪽에 작은 암자가 있는데, 천왕봉을 바로 마주 보고 있어 두류산의 참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 『於于集 제2권 / 시(詩) ○두류록(頭流錄)

 

入百丈寺 [백장사에 들어가다.]

 

                                          유몽인

 

蛇路縈山百八窮 : 구불구불한 길이 산을 백팔 번 감도는데
千重蒼檜翳琳宮 : 천 겹 푸른 회나무가 사찰을 덮었네
諸僧迓客雲衣潔 : 손님 맞는 승려들은 깨끗한 흰옷 입고
巨塑蹲床寶彩濃 : 상에 앉은 큰 소상은 화려한 광채 짙네
魚着袈裟知佛幻 : 고기가 가사를 입으니 부처의 장난인 줄 알겠고
峯尖崒堵訝禪工 : 뾰족한 봉우리는 부도 같으니 승려 솜씨인가 싶네
敦然露頂蒲團卧 : 편안히 머리를 내놓고 포단에 누우니
頓向人間萬慮空 : 문득 인간 세상 온갖 잡념 사라지네

 

注 1. 千重蒼檜 : 회나무는 노송나무를 가리킨다. 2. 고기가 …… 알겠고 : 가사어(袈裟魚)를 말한다. 용유담(龍遊潭)에 사는 물고기로, 무늬가 승려의 가사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역신증동국여지승람31권 경상도 함양군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장유승 () | 2016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환희령(歡喜嶺)과 내원(內院)

 

  ○ 4월 1일 <중략> 황계 폭포(黃溪瀑布)를 지나 환희령(歡喜嶺)을 넘어 이어진 30리 길이 모두 푸른 노송나무와 단풍나무였으며, 비단 같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날아다녔다. 내원(內院)에 이르니 두 줄기 시냇물이 합쳐지고, 꽃과 나무가 산을 이룬 곳에 절이 세워져 있었다. 마치 수를 놓은 비단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였다. 소나무 주변의 단(壇)은 숫돌처럼 평평하였고, 금빛과 푸른빛의 단청이 숲 속 골짜기에 비추었다. 또 천 번이나 두드려 만든 종이에 누런 기름을 먹여 겹겹이 바른 장판은 마치 노란 유리를 깔아놓은 듯, 한 점 티끌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허연 늙은 선사(禪師)가 승복을 입고 앉아 불경을 펴놓고 있었다. 그의 생애가 맑고 깨끗하리라 여겨졌다. 이에 머무는 대신 시를 지어놓고 떠났다.

 

 

▶ 『於于集제2권 / 시(詩) ○두류록(頭流錄)

 

內院[내원]

 

                                   유몽인

 

仙家三十洞天寬 : 신선 세계 삼십 동천 넓기도 한데
翠柏陰深白日寒 : 푸른 잣나무 그늘 짙어 대낮에도 춥네.
幾道飛流拖匹練 : 몇 줄기 폭포는 비단을 늘어뜨린 듯하고
萬重危石繞雕欄 : 만 겹 높은 바위는 아로새긴 난간인양 둘러쌌네.
樵僧穿靄衲衣濕 : 나무하는 승려는 안개 속 다니느라 납의가 젖었고
遊子踏花芒屩殷 : 나그네는 꽃을 밟아 짚신이 무거워졌네.
一鳥不鳴春晝永 : 새 한 마리 울지 않아 봄날이 긴데
木魚聲裏靜蒲團 : 목어 소리 들으며 조용히 포단에 앉아 있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장유승 () | 2016

 

 1.환희령(歡喜嶺) : 故見獐之地曰獐項 聽鍾之地曰歡喜嶺也 : 그러므로 노루를 본 곳을 장항(獐項)이라고 하고, 종소리를 들은 곳을 환희령(歡喜嶺)이라고 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2. 내원암(內院庵) : 지리산 반야봉 아래에 있으며 동서의 시냇물이 합류한 위에 있다. 그윽하고 깊으며 맑아서 사람들은 지리산 제일의 명찰이라고 한다. 시승 처능의 시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목줄기 뒷봉우리 석양빛이 밝고 골짜기 바람은 살포시 구름을 흩는다.' 『운성지』 구지(舊誌) 상권(乾) 8권 사찰. 3. 내원寺(內院寺) : 내원사는 지리산에 있다. 또한 대암난야(臺巖蘭若)라고 일컫는다.[內院寺 在智異山 又稱臺巖蘭若]『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卷五下 寺刹.  『운성지』의 내원암은 뱀사골 탐방안내센터,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의 내원사는 현 정진암을 가리킨다.

 

 

 

離開(?)

 

養竹原韵

養竹 원운에 차운하다.

 

十里長江一石坮 : 십리의 긴 만수천이 흐르는 한 石坮에
丹崖碧沼爲離開 : 붉은 절벽 푸른 소는 속세를 벗어났네
天藏地秘千秋下 : 하늘과 땅이 감추고 숨겨서 천년 후에
水月主人子坮來 : 수월대 주인 그대가 찾아 온 것이라네

 

樵岡

 

 養竹 : 백거이(白居易)의 양죽기(養竹記) 대는 현자와 비슷하니, 어째서인가? 대의 뿌리는 단단하니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우는 것이요. 대의 성질은 바르니 바름으로써 몸을 세우는 것이요. 대의 속은 텅 비었으니 텅 빈 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는 것이요. 대의 절개는 곧으니 곧음으로써 뜻을 세우는 것이다.竹似賢 何哉 竹本固 固以樹德 竹性直 直以立身 竹心空 空以體道 竹節貞 貞以立志라고 하였다. 離開 : 떨어지다. 벗어나다. 이탈하다. 天藏地秘 :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기다. 이곳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깊이 파묻히다. 樵岡 : 산내면 중황리에 살았던 인물. 중황마을에서 서당을 운영하였다고 함. 만수천에 초강천석(樵岡泉石) 석각이 있음.(산내면 신강님) 

 

※ 주의 : 養竹과 離開는 판독이 정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