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집 후집 제2권 / 시(詩) 두류록(頭流錄)
遊頭流山百韻[두류산유람 백운]
太虛無閡煦氳氤 : 막힘없는 하늘은 온화한 기운 보내고
品物咸由二氣甄 : 음양의 조화로 모든 만물 이루어지네.
融作川流非决導 : 녹아서 흐르는 시내는 만든 물길 아니요
結成山嶽孰陶勻 : 맺혀서 이루어진 산악은 누가 빚어내었나.
穹窿五有寰中秀 : 천하에는 우뚝하게 빼어난 산 다섯이요
縹緲三稱海外神 : 바다밖엔 아득하게 신선산이 셋이라네.
箕國頭流輿地別 : 우리나라 두류산이 땅은 다르지만
仙家方丈號名眞 : 선가의 방장산과 이름이 부합하네.
飫聞南紀雄爲鎭 : 남방의 웅장한 진산을 익히 들었으니
踔遠中華隔幾塵 : 중화와는 저 멀리 까마득히 떨어졌네.
之者擧嫌途道絶 : 가는 자들 모두 길이 끊어짐을 꺼리니
於乎虛作狖鼯隣 : 아, 원숭이와 다람쥐만 이웃이 되었네.
龍城剖虎來佳境 : 경치 좋은 용성 땅으로 부임해서 오고(용성은 남원)
木洞看花及令辰 : 좋은 시절 맞춰 목동에서 꽃구경 하네.(남원시 산동면 목동리)
天府使君開勝宴 : 천부의 사군은 성대한 연회를 열고(천부 : 순천부, 사군 : 군수 유영순)
水巖處士與華鞇 : 수암의 처사는 좋은 자리 참석했네.(수암 : 재간당 용수암, 처사 : 김화)
齊鑣共赴尋芳約 : 꽃구경하자는 약속에 함께 나란히 달려가(鑣 : 재갈표)
飛杖聊隨學佛人 : 지팡이 날리며 그저 승려 뒤를 따라가네.
廢閣乍淹雲縣路 : 운현 길 허물어진 비각에 잠깐 머물러 (운현 운봉현)
豐碑虔拜石谿濱 : 석계 물가의 큰 비석에 경건히 절하노라.
운봉(雲峰)에 황산대첩비(荒山大捷碑)가 있다.
千秋王跡此皆兆 : 천추의 왕자의 자취 예서 모두 시작되니
一戰伯功□有因 : 한번 싸움에 패업 이룸이 이유가 있었네.
地形咽喉湖與嶠 : 지형이 호남과 영남의 목구멍이니
兵家方略義兼仁 : 인의를 겸하는 병가의 방략이라네.
黃山讖應荒山死 : 황산의 참언은 황산의 죽음으로 응했고
王氏君爲李氏臣 : 왕씨 임금은 이씨의 신하가 되었네.
石着旗扃咨古老 : 돌에 깃발 꽂은 흔적을 노인에게 물어보고
巖流衁液訊居民 : 바위가 피를 흘린 일을 주민에게 물어보네.(혈암)
替隆從古關時運 : 융성과 쇠퇴는 예부터 시운에 관계되니
天地先期告懇諄 : 천지는 앞서 미리 곡진하게 알려준다네.
暫卸游鞍休百丈 : 잠시 말안장을 풀고 백장사에서 쉬는데
欲諧心賞惜三春 : 마음껏 감상하려니 다하는 봄이 애석하구나.
이 날이 봄의 마지막 날이었다.
風凄陰壑花初軟 : 바람 차가운 그늘진 골짜기엔 꽃이 막 피는데
節晏陽坡葉已蓁 : 봄이 저무는 양지 언덕엔 잎이 이미 무성하네.
挼碧流如僧服淨 : 푸르게 물든 물은 승복처럼 깨끗하고
燃紅花若佛燈新 : 붉게 타는 꽃은 불등처럼 새롭네.
籃輿要替酸哀脚 : 남여로 시큰한 다리 대신하려는데
藤蔓時懸老大身 : 넝쿨이 때로 늙은이 몸에 매달리네.
溪號磻巖疑隱呂 : 시내 이름이 반암이니 여상이 은거했나 싶고
村名嬴代認逃秦 : 마을 이름이 영대이니 진나라 유민임을 알겠네.
晴雷亂闘黃川峽 : 황천 협곡엔 맑은 우레 어지러이 다투고
白雪交加黑水垠 : 흑수 가에는 흰 물방울이 서로 쏟아지네.
步步行稽新蕨采 : 새로 나온 고사리 뜯느라 걸음마다 지체되고
纚纚腰重紫蘭紉 : 길게 늘어뜨려 찬 붉은 난초에 허리가 무겁네.
伽藍如畵嵐光合 : 그림 같은 사찰은 남기와 어울리고
躑躅成山錦彩均 : 산을 덮은 철쭉은 채색 비단 같구나.
洞府岩成玉臺壘 : 동부의 암석은 첩첩 옥대를 이루었고
袈裟魚被稻田鱗 : 가사어는 벼논 같은 비늘로 덮혔네.
정룡암(頂龍岩)에 판서 노진(盧禛)의 서재가 있다.
宗儒訓子遺名在 : 유종(儒宗)은 자식 가르쳐 이름 남겼는데
故屋無人勝跡陳 : 옛 집엔 사람 없고 훌륭한 자취는 묵었네.
行到水窮拚寄宿 : 물길 다한 곳에 이르러 하룻밤을 묵고
前尋月落去凌晨 : 월락동을 찾아 새벽에 떠났네.
崇芒疊翠淸陰聚 : 높은 나무 첩첩이 쌓여 맑은 그늘 모이고
衆石交叢爽氣屯 : 수많은 돌 무더기 이루어 상쾌한 기운 모였네.
老栢蔽牛繩墨遠 : 먹줄 닿지 않으니 늙은 편백나무는 소를 가리고
長松依社鬼神嗔 : 귀신이 진노하니 큰 소나무는 사당에 의탁하네.
委蛇般若峯前過 : 반야봉 앞을 구불구불 지나가고
遄邁靈源寺裏臻 : 영원사 경내로 어느덧 이르렀네.
和尙雪眉禪定穩 : 흰 눈썹의 화상 수선(善修)은 선정에 평온하고
沙彌氷面佛陀遵 : 사미는 얼음처럼 깨끗한 얼굴로 부처의 도 따르네.
肩生雙栢搖寒月 : 어깨까지 자란 편백나무 한 쌍은 싸늘한 달빛에 흔들리고
毫吐長虹貫碧旻 : 털처럼 가는 긴 무지개는 푸른 하늘 가로지르네.
要把一空超色相 : 공(空)을 잡아 색상을 초월해야 하니
寧敎五蘊作車輪 : 어찌 오온으로 윤회(輪回)를 짓게 하리.
梵經堆案堪娛老 : 책상에 쌓인 불경은 늘그막을 즐길 만하고
溪蔌盈盤足享賓 : 소반 가득 냇가 나물은 손님 대접하기 족하네.
脚下雲容俄冉冉 : 발 밑에서 잠깐 사이 구름이 일어나니
溪前雨意忽津津 : 시내 앞에 갑자기 빗기운이 가득하네.
低回遽落靑蘿壁 : 배회하다 어느새 푸른 덩굴 벽을 내려와
蹭蹬還經翠麥畇 : 비틀거리며 다시 푸른 보리밭을 지났네.
野粉滿堂君子陋 : 들 먼지 당에 가득한 군자사는 더러운데
牧丹當檻美人嚬 : 난간에 핀 모란은 찡그린 미인처럼 아름답네.
淸流一帶途邊並 : 한 줄기 맑은 냇물은 도로와 나란히 흐르고
風磴千盤澗上循 : 천 구비의 돌 비탈은 산골 물길을 따라가네.
谷轉高江何吼怒 : 골짜기 도는 높은 강(용유담)은 어찌 이리 노하였나
泓蟠陰獸看輪囷 : 못에 서린 음수의 구불구불 얽힌 모습 보이네.
刳成石釜千尋黝 : 파낸 듯한 돌솥은 천 길이나 검푸르고
注却銀潢萬軸轔 : 쏟아지는 폭포(천진폭포)는 만 수레가 달리는 듯하네.
續蔓連竿驚邃竇 : 넝쿨 잇고 장대 연결해 재어보니 구멍 깊어 놀라고
剸牲沈幣饗明禋 : 희생 잡고 폐백 빠뜨려 정결한 제사 올리네.
鳥啣落葉澄無滓 : 새가 낙엽을 물어가니 찌꺼기 없이 깨끗하고
雲覆層巒旱不貧 : 구름이 첩첩 산을 덮으니 가물어도 마르지 않네.
隱隱阿香隨客至 : 우르르 쾅쾅 아향은 나그네 좇아오고 [阿香 : 진나라 어느 여자의 이름. 우뢰를 맡고 있다는 뇌신(雷神)]
闐闐列缺駭人頻 : 번쩍번쩍 번개는 자주 사람을 놀래키네.
穿林盡濕花間露 : 산길 지나느라 꽃 사이 이슬에 듬뿍 젖고
失路多摧石上筠 : 길을 잘못 들어 돌 위의 죽순 잔뜩 꺾었네.
頫視龍游出氛靄 : 용유담을 굽어보니 연무 피어오르고
窮探馬跡歷叢榛 : 깊이 마적 암자 찾아 가시덤불 지났네.
楸城凈界開蓮塔 : 추성의 깨끗한 경내엔 사찰이 세워졌고(두류암)
甕石神坊簇榦杶 : 옹석의 신묘한 마을엔 참죽나무 모였네.
林聳堵波靈虎守 : 숲에 우뚝한 도파탑(搭)은 신령한 범이 지키고(범어)
泉懸茶邏飮麋馴 : 폭포 아래 다라단(壇)에는 길든 사슴이 물을 마시네.(범어)
棧危獅頂毛頻竪 : 사정의 위태로운 잔도에 털이 자주 곤두서고
衣冷夷堂體欲皴 : 옷이 엷어 이당에선 몸이 얼어 터지려하였네.(청이당)
擡首王峯看突兀 : 고개 들어 우뚝한 천왕봉을 바라보고
騰身郞峴謝緣夤 : 부여잡지 않고 몸을 날려 낭현에 오르네.(영랑대)
千齡短木欹纏石 : 천년 된 짧은 나무는 얽힌 돌에 기대었고
太始堅氷皓爛銀 : 태고적 견고한 얼음은 반짝이는 은처럼 빛나네.
苔髮鬖髿靑似罽 : 헝클어진 이끼는 푸른 털 담요 비슷하고.
花梢癰腫紫難顰 : 옹이 박힌 꽃가지는 붉은 꽃 피우지 못했네.
空心半槁寧充棟 : 속이 빈 채 반쯤 말랐으니 어찌 동량으로 쓰이리
自朽中溝孰負薪 : 절로 도랑에서 썩어가니 누가 땔나무로 가져가리.
摘取明星光燦燦 : 반짝이는 별을 따니 빛이 찬란하고
擷來瓊草馥誾誾 : 기이한 풀 뜯으니 향기가 넘쳐나네.
霞裳披拂巍巍頂 : 우뚝한 정수리에 노을은 펼쳐지고
玉斗低垂岌岌巾 : 높다란 갓에 북두 낮게 드리웠네.
溟嶽收□盃一歃 : 들이킨 한 잔 술로 산과 바다 거둬들이고(1자 판독 불가)
乾坤輸入目雙瞋 : 부릅뜬 두 눈으로 하늘과 땅이 들어오네.
榑桑東影搖吟榻 : 동쪽 부상 그림자는 시 읊는 와탑에 일렁이고
弱水西流細釣緡 : 서쪽 약수의 물줄기는 낚싯줄처럼 가늘구나.
豹關叩扃聲可厲 : 표관 문을 두드리니 표범 소리 무시무시하고
蟾宮壓首吭難伸 : 섬궁이 머리 누르는 통에 목을 펴기 어렵네.
衆峯來自白頭遠 : 뭇 봉우리는 멀리 백두산에서 온 것이요
一脉終窮蒼海滣 : 한 줄기 끝내 푸른 바닷가에 도달하였네.
磅礴坤精於此蓄 : 성대한 대지의 정기가 여기에 축적되니
縱橫天步一何迍 : 거침없는 하늘의 운행 어찌 이리 더딘가.
千山東散諸侯服 : 동쪽에 흩어진 수천 산은 제후처럼 복종하고
萬里南馳天子巡 : 남쪽으로 만 리 길 달려 천자처럼 순행하네.
大纛高牙森隊仗 : 크고 높은 깃발 세운 의장대가 나열되고
飛驂舞服列騏駰 : 나는 듯하고 춤추는 듯한 준마가 줄지었네.
朝班濟濟千官品 : 조정 반열엔 수많은 관원들이 즐비하고
庭實煌煌四海珍 : 뜰 가득 사해의 진귀한 물건이 빛나네.
雲合冠裳相雜沓 : 구름처럼 모여든 조정 백관들 분잡하고
駿奔賓從互紛繽 : 분주히 달려온 손님과 시종들 어지럽네.
金盤玉豆排嘉饌 : 금 쟁반과 옥 그릇에 진수성찬 차려지고
珠服花簪擁美嬪 : 화려한 옷과 꽃 비녀가 비빈은 둘러쌌네.
丫䯻蹌趨欽長老 : 계집종은 재빨리 달려가 장로를 공경하고
弁髦夔栗奉嚴親 : 동자는 두려워 조심하며 엄친을 받드네.
謝家玉樹諸郞秀 : 사씨 집안 옥수 같은 자제들 빼어나고
徐氏祥麟衆子兟 : 서씨 집안 기린아 같은 아들 수두룩하네.
山鬼助人澄宇宙 : 산신령이 사람을 도와 우주를 청명하게 하고
風煙效技繞欄楯 : 바람과 안개가 솜씨를 부려 난간을 둘러쌌네.
雲門月出豁遊氣 : 운문과 월출엔 뜬구름 걷히고
錦水露津橫碧淪 : 금수와 노진엔 푸른 물결 가로 흐르네.
學士不來三洞古 : 학사 최치원(崔致遠)이 오지 않아 세 골짜기 묵었고
南溟安在兩塘陻 : 남명 조식(曺植)은 어디에 있나 양당은 막혔네.
遙思泗水屯樓艦 : 사수에서 패배한 누감 동일원(董一元)을 생각하고 [동일원(董一元): 정유재란에 참전했던 명나라 무장]
欲爲孤忠薦渚蘋 : 외로운 충정 이순신(李舜臣) 위해 물가 마름 올리고 싶네.
誰使晉城寃血濺 : 누가 진주성에서 원통한 피 흘리게 했나
空悲原邑戰骸窀 : 남원읍에 묻힌 유골에 그저 슬퍼할 뿐.
湖山雲物長閑暇 : 산수의 풍광은 길이길이 한가로운데
塵世風波浪苦辛 : 속세의 풍파는 부질없이 고생스럽네.
鴻軫聲高山齾齾 : 들쭉날쭉한 산에 거문고 소리 드높고
鳳簫吹徹海粼粼 : 맑디맑은 바다에 퉁소 소리 퍼져가네.
遺祠何代尊天媼 : 옛 사당은 언제부터 천온을 높이었나
吉夢當年誕瑞麟 : 길몽 꾼 당년에 상서로운 기린 탄생하였네.
一統東韓垂眷祜 : 삼한을 통일하여 돌보고 복을 드리웠으니
千年南國享精純 : 천년 동안 남방에서 정결한 제사 올렸네.
邀巫傾賮流風薄 : 무당 불러 재물 바침은 부박한 풍속이요
諂鬼祈禠末俗嚚 : 귀신에게 아첨해 복 구함은 어리석은 말속이네.
香積夜眠依翠石 : 향적암 푸른 바위에 기대어 밤을 보내고
靈神風餐藉芳茵 : 영신암 풀밭에 앉아 바람 맞으며 먹었네.
層壇雲搆懸如磬 : 구름에 닿는 높은 층단이 경쇠처럼 달려있고
一衲霜髭壽似椿 : 백발의 승려는 대춘(大椿)처럼 장수하였네.
寶鴨煙沈餘宿火 : 연기 사그라진 향로에는 지난밤 불씨 남았고
藤床塵淨貯香籸 : 티끌 없는 등나무 침상엔 향기로운 죽 놓였네.
凌危覔路勞重繭 : 험한 산길 찾아다니느라 괴롭게도 발 부르트고
觸物搆詩費苦呻 : 보이는 사물마다 시 짓느라 고심하며 읊조리네.
幽壑鶴盤穿?黑對 : 학은 깊은 골짜기 맴돌다 검은 구름 뚫고 가고
飛莖猿掛下嶙峋 : 원숭이는 뻗은 줄기에 매달려 벼랑을 내려가네.
繁林布幕三光晦 : 장막을 두른 듯 무성한 수풀엔 삼광이 어둡고
畵閣翔翬五彩彬 : 나래를 편 듯한 고운 누각에선 오채가 빛나네.
晝靜三花藏語鳥 : 고요한 낮엔 삼화로 지저귀는 새가 날아들고
朝喧千偈竄驚麕 : 소란한 아침엔 일천 게송에 놀란 노루 달아나네.
仙蹤細向紅流訪 : 신선 자취 세심히 따라 홍류동을 방문하고
故事勤從滿月詢 : 옛일을 부지런히 좇아 만월암을 찾아가네.
臺峙呂公空碧蘚 : 우뚝한 여공대(呂公臺)엔 푸른 이끼만 끼었고
潭深妓□失丹唇 : 깊은 기담은 붉은 입술 잃었네(1자 판독불가)
工文刊記碑堪印 : 비석에 새겨진 훌륭한 글은 탁본할 만하고(진감선사비)
巨字鐫厓石不磷 : 석벽에 새긴 큰 글자는 마멸되지 않았네.
靑鶴遺棲人莫見 : 둥지만 남은 청학봉에는 학을 볼 수 없고
香爐飛瀑世無倫 : 폭포 쏟아지는 향로봉은 세상에 비길 데 없네.
女媧不補一團石 : 여와가 한 덩이 돌로 메우지 않았다면
天帝應垂千尺紳 : 천제가 응당 천 길의 띠를 드리웠으리.
耀日紅煙紛漠漠 : 햇살에 빛나는 붉은 안개 자욱하고
浮空玉屑散璘璘 : 허공에 흩어진 옥 가루 반짝이네.
深心靈液空中嚥 : 깊은 정성으로 공중에서 영액을 삼키고
元化嬰孩腹裏脤 : 자연의 조화로 뱃속에 아이 잉태하였네.
山氣洗骸知綠換 : 산 기운으로 몸 씻으니 푸른빛으로 바뀌고
春光盎面覺丹均 : 얼굴 가득 봄빛 받으니 붉은빛 고루 퍼졌네.
紅塵有路欺雲水 : 구름과 물을 저버리고 홍진으로 돌아가면
朱墨催人趁卯申 : 묘신에 맞추느라 문서에 바삐 쫓기리라.
祇老遮途爭勞勞 : 승려들은 길을 막고 다투어 위로하고
官騶入谷已駪駪 : 관아 말은 골짜기 들어와 이미 서성이네.
衙僮爭笑芒鞋胝 : 관아 동자는 닳은 짚신 보고 서로 웃는데
山徑那禁道服鶉 : 산길이 어찌 누더기 도복 입은 자를 금하랴.
花洞傍車懷古哲 : 화개동에 수레 세우고 옛 철인을 생각하고
정일두(鄭一蠧)가 화개(花開)에 살았다.
龍亭歇馬問吾姻 : 용정에 말을 멈추고 나의 인척 방문하네.
인척 최온(崔蘊)이 용두정(龍頭亭)에 살았다.
悲來興盡垂淸淚 : 흥이 다하고 슬픔이 오니 맑은 눈물 떨어지고
水遠山長隔紫宸 : 산은 높고 물은 멀어 대궐과 멀리 떨어졌다네.
朱紱幾年陪輦轂 : 관복 입고서 몇 년이나 성상을 모시었나
玉堂回首憶絲綸 : 옥당을 돌아보며 윤음(綸音)을 추억하네.
風雲鳥路違雙闕 : 대궐 떠나 비바람 속에 험한 길 다니며
山海蓬飄負五旬 : 산해를 떠돌아다니느라 오십이 넘었네.
騏驥無勞造父御 : 기린은 조보 같은 마부가 필요 없고
豫章休待匠人掄 : 예장은 장인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네.
文章未試衰侵病 : 문장을 시험하기도 전에 쇠약해졌으니
流俗誰分玉與珉 : 세속의 어느 누가 옥과 돌을 구분하리.
明日篁冠掛蘿薜 : 내일 아침 넝쿨에 대 갓을 걸어 둔다면
不須低首困塵闉 : 머리 숙이며 속세에 시달릴 필요 없으리.
[주-D001] 빼어난 산 다섯이요 : 중국의 오악(五嶽)으로, 동쪽의 태산(泰山), 남쪽의 형산(衡山), 서쪽의 화산(華山), 북쪽의 항산(恒山), 중앙의 숭산(嵩山)을 말한다.
[주-D002] 신선산(神仙山)이 셋이라네 : 전설상의 신선산으로 불리는 봉래산(蓬萊山), 영주산(瀛洲山), 방장산(方丈山)을 말한다.
[주-D003] 선가(仙家)의 …… 부합하네 : 두류산의 이칭으로 방장산이라는 이름이 걸맞다는 말이다.
[주-D004] 용성(龍城) : 남원(南原)의 옛이름이다.
[주-D005] 목동(木洞) : 남원에 있는 마을이다.
[주-D006] 천부(天府)의 사군(使君) : 순천 부사(順天府使) 유영순(柳永詢, 1552~1630)을 말한다.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유영순이 한식(寒食)에 용성 목동에 있는 자신의 선영에 성묘하러 왔다고 한다.
[주-D007] 수암(水巖)의 처사 : 진사 김화(金澕)를 말하는데,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김화는 당시 용성 목동 수용암(水舂巖) 근처에 재간당(在澗堂)을 짓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주-D008] 허물어진 비각(碑閣) : 황산대첩비 비각으로,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정오 무렵 운봉(雲峯) 황산(荒山)의 비전(碑殿)에서 쉬었다.”는 내용이 있다.
[주-D009] 지형이 …… 방략이라네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그 땅의 형세를 살펴보면, 바로 호남과 영남의 목구멍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니, 험한 곳을 막아 유리한 곳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병가(兵家)에서 말하는 ‘적은 군사로 많은 군사를 대적하는 방법’이다.”는 내용이 있다.
[주-D010] 황산(黃山)의 …… 응했고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고려 말에 왜장 아키바쓰[阿只拔都]가 군사를 거느리고 영남 지방을 노략질했는데, 견고하게 버티는 보루가 없었다. 일본의 참위서(讖緯書)에 ‘황산(荒山)에 이르면 패하여 죽는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마침 산음(山陰 산청) 땅에 ‘황산(黃山)’이 있어 그 길을 피해 사잇길로 운봉 땅에 들이닥친 것이다. 그때 우리 태조 강헌대왕(太祖康獻大王)께서 황산의 험한 곳에서 맞이하여 크게 물리치셨다.” 하였다.
[주-D011] 돌에 …… 물어보고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황산의 노인들은 바위 구멍을 가리키며 태조가 황산에서 싸울 때 깃발을 꽂았던 흔적이라고 한다.” 하였다.
[주-D012] 바위가 …… 물어보네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황산대첩비 곁에 ‘혈암(血巖)’이 있는데, 고을 사람들 말로는, 임진년 난리가 일어나기 전에 이 바위에서 저절로 피가 흘렀는데, 샘처럼 끊이지 않았다. 이 사실을 서울에 알렸는데 답변이 오기도 전에 왜적이 남쪽 변경을 침략하였다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
[주-D013] 불등 : 불등화(佛燈花)라는 꽃으로,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백장사에서 쉬는데, 어린아이가 꽃 두 송이를 꺾어 가지고 왔다. 하나는 불등화라고 하는 꽃인데 연꽃처럼 크고 모란꽃만큼 붉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주-D014] 시내 …… 싶고 : 주(周)나라 여상(呂尙)이 반계(磻溪)에서 낚시질하였기 때문에 반암과 연관지어 말한 것이다.
[주-D015] 마을 …… 알겠네 : 진(晉)나라 때 무릉(武陵)의 어부가 복사꽃이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가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을 만났다는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과 관련지어 말한 것이다. 영(嬴)은 진(秦)나라의 성씨이다.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골짜기에 두세 집이 있는데 영대촌(嬴代村)이라 하였다.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깊은 골짜기와 수많은 봉우리들 사이에서 나는 것이, 참으로 하나의 무릉도원이었다. 이 마을이 이런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구나.” 하였다.
[주-D016] 황천(黃川) …… 다투고 : 황천 협곡을 흘러내리는 폭포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주-D017] 가사어(袈裟魚) : 두류산 대암(臺巖)에 아래 깊은 못에 사는 물고기로, 비늘 무늬가 승려의 가사와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주-D018] 유종(儒宗)은 …… 남겼는데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정룡암(頂龍菴)에 판서 노진(盧禛)이 자손을 위해 지은 서루(書樓)가 있다고 한다.
[주-D019] 먹줄 …… 가리고 : 재목감이 되지 못하기에 편백나무가 소를 가릴 만큼 크게 자랐다는 말이다.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의하면, 장석(匠石)이 제(齊)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이라는 땅에 이르러 사당 앞의 상수리나무를 보았는데, 크기는 소를 가릴 정도이고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다. 그런데 장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자 제자가 이유를 물었다. 장석은 그 나무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주-D020] 귀신이 …… 의탁하네 : 사당에 있는 나무를 베면 귀신이 진노하기 때문에 소나무가 크게 자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장자》 〈인간세〉에 “사당의 나무가 되지 않았다면 벌채당했을 것이다.” 하였다.
[주-D021] 색상(色相) : 불교 용어로, 겉으로 드러나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체의 외물(外物)이다.
[주-D022] 오온(五蘊) : 불교 용어로,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다섯 가지 작용이 모여 쌓여서 사람의 신심(身心)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색은 물질(物質) 현상이고, 나머지 네 개는 심리(心理) 현상이다.
[주-D023] 들 …… 더러운데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이 절은 들판에 있는 사찰인지라 흙먼지가 당 안에 가득하였다.……며칠 동안 구름 밖을 유람하여 마치 신선이 되어 천상에 간 듯하였는데, 홀연 하루 저녁에 누런 티끌 세상에 떨어지니 사람의 정신을 답답하게 하여 밤새 악몽을 꾸었다. ‘어디인들 군자가 살면 어찌 비루함이 있겠는가.’라는 공자의 말씀은 수긍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하였다.
[주-D024] 찡그린 미인처럼 아름답네 : 월(越)나라 미인 서시(西施)가 속 아픈 병이 있어서 얼굴을 찡그리니 그 찡그리는 것도 어여쁘고 아름다웠다는 고사를 차용하였다.
[주-D025] 파낸 듯한 돌솥 : 돌이 움푹 들어가 못을 이루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26] 쏟아지는 …… 듯하네 : 세차게 흘러가는 물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두 언덕이 나뉘어져 거대한 협곡을 이루고 동강(東江)이 그 가운데를 흐르며 세차게 쏟아져 물거품이 용솟음친다.”라는 내용이 있다.
[주-D027] 넝쿨 …… 재어보니 : 넝쿨을 잇고 장대를 세워서 얼마나 깊은지 재어본다는 말이다.
[주-D028] 희생 …… 올리네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용유담(龍游潭)은 두류산의 3대 무당 소굴의 하나로 복을 빌러 오는 자들이 많다고 한다.
[주-D029] 아향(阿香) : 뇌거(雷車)를 밀었다는 전설 속의 여신으로, 우레를 뜻한다. 《搜神後記 卷5》
[주-D030] 추성(楸城)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31 〈함양군(咸陽郡)〉에 “산 속에 옛 성이 있는데 하나는 추성(楸城)이고, 하나는 박회성(朴回城)이다. 우마(牛馬)가 지나지 못하는 곳으로 창고 터가 완연히 남아 있다. 세간에서 신라가 백제를 방어하던 곳이라 전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주-D031] 옹석(甕石) : 옹암(甕巖)으로, 독을 엎어놓은 듯한 형상의 웅장한 바위이다.
[주-D032] 사정(獅頂)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시냇가에 돌출한 가파른 언덕이 보였는데, 의신사의 승려가 ‘사자 머리[獅頂]’라고 불렀다.”는 내용이 있다.
[주-D033] 이당(夷堂) : 청이당(淸夷堂)으로,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보인다.
[주-D034] 낭현(郞峴) : 영랑대(永郞臺)로,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보인다.
[주-D035] 짧은 나무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천왕봉을 오르는 도중에 보이는 나무는 높이 올라갈수록 키가 더 짧았다고 한다.
[주-D036] 반짝이는 …… 넘쳐나네 : 반짝이는 별은 쌓인 눈을 말한다.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바위틈에 눈이 한 자 넘게 쌓여 있기에 한 움큼 집어 먹으니 목을 적실 수 있었다. 겨우 싹이 튼 풀이 있었는데 푸른 줄기는 청옥(靑玉)이라 하고 붉은 줄기는 자옥(紫玉)이라 하였다. 승려가 ‘이 풀은 맛이 달고 부드러워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한 움큼 뜯어 왔다. 내가 ‘그대가 말한 청옥과 자옥은 바로 선가(仙家)에서 먹는 요초(瑤草)라네.’라고 하면서 지팡이를 세워 놓고 손으로 뜯었는데 주머니에 거의 가득 찼다.” 하였다.
[주-D037] 부상(榑桑) : 동해 바다 해 뜨는 곳에 있다는 신화 속의 신목(神木)이다. 부상(扶桑)이라고도 한다.
[주-D038] 약수(弱水) : 약수는 서쪽 바다 가운데 위치한 선경 봉린주(鳳麟洲)를 둘러싸고 있다는 신화 속의 강 이름이다.
[주-D039] 표관(豹關) : 표범이 지키는 하늘 문을 말한다.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 “호랑이와 표범이 아홉 겹 하늘 문을 지켜, 하계(下界)에서 오는 자를 물어 죽이네.[虎豹九關, 啄害下人些.]”라는 구절이 있다.
[주-D040] 섬궁(蟾宮) : 두꺼비가 사는 월궁(月宮)으로, 달 속에 두꺼비가 살고 있다는 전설로 인해 생긴 달의 이칭이다.
[주-D041] 사씨(謝氏) 집안 옥수(玉樹) : 사씨는 진(晉)나라 사안(謝安)이고, 옥수는 훌륭한 자제를 말한다. 사안이 여러 자제들에게 “어찌하여 사람들은 자기의 자제가 출중하기를 바라는가?” 하고 묻자, 조카 사현(謝玄)이 “이것은 마치 지란(芝蘭)과 옥수(玉樹)가 자기 집 뜰에 자라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79 謝安傳》
[주-D042] 서씨(徐氏) 집안 기린아(麒麟兒) : 서씨는 당(唐)나라 서경(徐卿)인데, 경(卿)은 존칭이고 이름은 자세하지 않다. 그의 두 아들을 칭찬한 두보의 〈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에 “그대는 못 보았나. 서경의 두 아들 뛰어나니, 길몽에 감응하여 연이어 태어났다네. 공자와 석가가 친히 안아다 건네주니, 두 아이 모두 천상의 기린아라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43] 운문(雲門)과 월출(月出) : 밀양(密陽)의 운문산(雲門山)과 영암(靈巖)의 월출산(月岀山)으로, 두류산 천왕봉에서 보이는 산을 읊은 것이다.
[주-D044] 금수(錦水)와 노진(露津) : 금수는 영암(靈巖)의 영산강(榮山江)의 이칭이고, 노진은 남해의 노량진(露梁津)으로, 두류산 천왕봉에서 보이는 강과 바다를 읊은 것이다.
[주-D045] 양당(兩塘) : 두류산 덕산(德山)에 있는 마을로, 조식(曺植)이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살았던 곳이다.
[주-D046] 사수(泗水)에서 패배한 누감(樓艦) : 명(明)나라 장수 동일원(董一元)으로, 정유재란 때 구원병을 인솔하고 유정(劉綎) 등과 함께 조선에 들어와 남진(南進)하다가 사천(四川)에서 적장의 꼬임에 빠져 대패하였다. 누감은 누선(樓船)이다.
[주-D047] 물가 마름 : 마름 따위의 수초(水草)와 같은 조촐한 제수(祭需)로 제사를 경건히 지낸다는 뜻이다. 《詩經 采蘋》
[주-D048] 진주성(晉州城)에서 …… 했나 : 임진왜란 때에 진주성이 함락되어 7만의 민관군(民官軍)이 전사한 일을 말한 것이다.
[주-D049] 남원읍(南原邑)에 묻힌 유골 : 정유재란 때에 남원성을 지키기 위해 왜적과 항전하다 전사한 군ㆍ관ㆍ민을 합장한 만인의총(萬人義塚)을 말한다.
[주-D050] 옛 사당 : 두류산 천왕봉 정상에 있는 성모사(聖母祠)를 말한다.
[주-D051] 천온(天媼) : 성모사에서 모시는 성모(聖母)를 말하는데, 고려 태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주-D052] 무당 …… 말속이네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성모사는 백모당(白母堂), 용유담(龍游潭)과 함께 두류산 3대 무당 소굴로, 영남과 호남에서 복을 구하는 자들이 이곳에 와서 음사(淫祠)로 받들고 있다고 한다.
[주-D053] 대춘(大椿) : 매우 오래 산 나무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상고에 대춘이란 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는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8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 하였다.
[주-D054] 삼광(三光) : 햇빛, 달빛, 별빛이다.
[주-D055] 오채(五彩) : 청(青),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다섯 색깔이다.
[주-D056] 삼화(三花) : 패다수(貝多樹)를 말하는데, 1년에 꽃이 세 번 피므로 삼화수(三花樹)라고도 불린다.
[주-D057] 신선 …… 방문하고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이곳의 지명을 홍류(紅流)라고 하는 것은 사영운(謝靈運)의 ‘돌 비탈에서 붉은 샘물 쏟아지네.[石磴射紅泉]’라는 시구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를 해석하는 자들이 ‘붉은 샘물은 단사(丹砂) 구멍에서 나오는 것이니 홍류라는 이름은 선가(仙家)의 문헌에서 나온 것이다.’ 하였다.” 하였다.
[주-D058] 깊은 …… 잃었네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따르면, 기담(妓潭)은 홍류(紅流)에 있는 못인데, 진경(眞境)이 나쁜 이름을 만났다고 저자가 한탄하였다.
[주-D059] 비석에 …… 만하고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절에는 오래된 비석이 있었는데, 전액(篆額)에 ‘쌍계사고진감선사비(雙溪寺故眞鑑禪師碑)’라고 씌어 있었다.……그 밑에 ‘전 서국 도순무관 승무랑 시어사 내공봉 사자금어대 신 최치원이 교서를 받들어 지음’이라고 씌어 있으니, 당(唐) 희종(僖宗) 광계(光啓) 연간에 건립된 것이다.……지금 진본(眞本)을 보니 어찌 단지 옛사람을 생각하며 감회가 일어날 뿐이겠는가. 지난 일을 생각하며 느껴지는 비애까지 일었다. 종이와 먹을 내오라고 하여 탁본하였다.” 하였다.
[주-D060] 석벽에 …… 글자 : 쌍계석문(雙溪石門)에 새긴 최치원의 글자를 말한다.
[주-D061] 둥지만 …… 없고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 “서쪽에는 청학봉이 있는데, 승려가 벼랑의 구멍을 가리키며 ‘저것이 학의 둥지입니다.’ 하였다. 옛날에는 붉은 머리와 푸른 날개의 학이 그곳에 살았는데 지금은 오지 않은 지가 몇 년째라 한다. 나는 비록(秘籙)에서 ‘지리산의 푸른 학이 무등산(無等山)으로 옮겨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이야기와 서로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였다.
[주-D062] 여와(女媧)가 …… 않았다면 : 신화 속의 고제(古帝)로,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에 “여와씨(女媧氏)가 오색의 돌을 구워 터진 하늘을 메웠다.”라는 내용이 있다.
[주-D063] 허공에 …… 반짝이네 :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을 말하는 듯하다.
[주-D064] 자연의 …… 잉태하였네 : 천지의 원기를 가슴에 품었다는 말이다.
[주-D065] 묘신(卯申) : 묘시(卯時)에 출근해서 신시(申時)에 퇴근하기까지의 업무 시간을 말한다.
[주-D066] 용두정(龍頭亭) : 본서 후집 제6권 〈두류산을 유람한 기록〉에는 와룡정(臥龍亭)으로 되어 있다.
[주-D067] 조보(造父) : 주 목왕(周穆王)의 마부로, 목왕의 팔준마(八駿馬)를 잘 몰았던 사람이다. 《史記 卷43 趙世家》
[주-D068] 예장(豫章) : 예(豫)와 장(章)은 나무 이름으로, 대들보로 쓸 만큼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주-D069] 넝쿨에 …… 둔다면 : 벼슬을 그만두고 야인으로 지내겠다는 말이다.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장유승 최예심 (공역)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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