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을 좇아서(내령~반선 옛길)

도솔산인 2021. 6. 25. 05:20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을 좇아서(내령~반선 옛길)

 

 

▣ 일 시 : 2021년 06월 24일(목)

▣ 코 스 : 부운-반선-환희령-부운/흑담-내령-부운-내령

▣ 인 원 : 3명(일정 민선생님, 산영 조교수님)

▣ 날 씨 : 흐림

 

 

지난해 1월 남원 산동면 목동에 있는 재간당에서 유몽인길 답사를 시작하였다. 1917년 조선의 지형도에 따르면 백장사→소동폭포(황계의 하류)→도탄→내령→흑담→황계폭포→부운마을→환희령→반선(내원)으로 이어진다. 흑담은 내령 마을 앞 수월대 潭으로 추정한다. 바위에 판독이 어려운 7언율시 석각이 있다. 현재 수월대와 제일강산 석각은 70년대 전후하여 새겨진 것이라고 한다. 황계폭포는 빗기재골에서 내려오는 폭포로 추정한다. 내령에서 부운으로 가는 옛길은 폭이 약 2m로 고저의 차이가 거의 없이 부운마을까지 진행된다. 최근 산내면에서 반선까지 옛길을 복원하기 위해 산죽과 잡목을 제거하였다.

 

부운에서 반선까지의 길은 두 갈래 길이다. 계곡을 따라 가는 평탄한 길과 하부운에서 상부운 가는 길로 올라가 고개를 넘는 길이 있다. 답사팀은 먼저 평탄한 길로 반선까지 이동하여 반선에서 부운치 넘어 운봉 장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섰다. 이길은 우마가 이동한 길로 깊숙하게 패여있다. 고도 650m에서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데, 왼쪽 길은 새동치로 오른쪽 길은 상부운→부운치로 이어진다. 이 고개를 환희령으로 추정한다. 이 고개를 반선 지역 토박이 주민들이 '하느재' 또는 '화느재'라고 하는데, 환희재(환희령)에서 변음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람록 답사는 처음 가는 사람은 어렵고 뒤에 가는 사람은 쉽다. 끝으로 유몽인 길 답사에 도움을 주신 진달래 산천 신강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백장사에서 반선)

 

41일 경오일. 동행한 사람들은 각자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고 새끼로 동여매고서 남쪽으로 하산하였다. 물가 밭두둑을 따라 굽이굽이 난 길을 가니 큰 냇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바로 황계(黃溪)의 하류였다. 동네가 넓게 열리고, 돌이 구를 정도로 물이 세차게 흘렀다. 북쪽은 폭포이고 아래쪽은 못인데, 못 위의 폭포수는 노하여 부르짖는 듯 쏟아져 내리며 벼락이 번갈아 치는 듯한 광경이었다. ! 얼마나 장대한 모습인가. 길을 가다보니 푸른 소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철쭉은 불타듯이 붉게 피어 있었다. 남여에서 내려 지팡이를 짚고 서서 쉬었다. 골짜기에 두세 집이 있는데 영대촌(嬴代村)이라 하였다. 닭이 울고 개가 짖는 마을로, 깊은 골짜기와 많은 봉우리들 사이에 있었다. 참으로 하나의 무릉도원이었다. 이 마을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한 곳에 이르니 높은 언덕에 가파른 협곡이 나타났다. 양쪽 언덕으로 길을 내놓았는데 협곡이 매우 깊었다. 그 협곡 안은 모두 돌이었다. 시냇가에도 큰 돌이 수없이 널려 있었다. 이곳의 이름을 흑담(黑潭)이라 하였다. 나는 웃으며 말하기를,세상에 단청(丹靑)의 그림을 좋아하여 자신의 솜씨를 최대한 발휘해 화려하게 꾸며놓은 사람이 있었다네. 지금 이곳을 보니, 돌이 희면 이끼가 어찌 그리 푸르며 물이 푸르면 꽃이 어찌 그리도 붉은가? 조물주도 한껏 화려함을 뽐냈으니 그 화려함을 누리는 자는 산신령인가?” 라고 하였다.이에 녹복(祿福)은 비파를 타게 하고, 생이(生伊)는 젓대로, 종수(從壽)청구(靑丘)태평소(太平蕭)로 산유화(山有花)의 곡을 불게 하였다. 음악이 산골짜기에 울려 메아리치고, 시냇물 소리와 서로 어우러지니 즐거워할 만하였다. 어린아이에게 통을 열어 먹과 붓을 준비하게 하고, 암석 위에서 시를 지었다.황계 폭포(黃溪瀑布)를 지나 환희령(歡喜嶺)을 넘어 이어진 30리 길이 모두 푸른 노송나무와 단풍나무였으며, 비단 같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날아다녔다. 내원(內院)에 이르니 두 줄기 시냇물이 합쳐지고, 꽃과 나무가 산을 이룬 곳에 절이 세워져 있었다. 마치 수를 놓은 비단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였다. 소나무 주변의 단()은 숫돌처럼 평평하였고, 금빛푸른빛의 단청이 숲 속 골짜기에 비추었다.또 천 번이나 두드려 만든 종이에 누런 기름을 먹여 겹겹이 바른 장판은 마치 노란 유리를 깔아놓은 듯, 한 점 티끌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허연 늙은 선사(禪師)가 승복을 입고 앉아 불경을 펴놓고 있었다. 그의 생애가 맑고 깨끗하리라 여겨졌다. 이에 머무는 대신 시를 지어놓고 떠났다.

 

 

 

1. 부운-반선-환희령-부운

 

부운에서 환희령 가는 초입
반선
반선에서 부운치 가는 길
반선에서 부운치 가는 길
환희령(해발 650m)

 

 

2. 흑담-내령-부운-내령

 

황계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