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미타봉 소림 선방에서 눈 내리는 밤에(200411~12)

도솔산인 2020. 4. 12. 19:18

미타봉 소림 선방에서 눈 내리는 밤에(200411~12)

 

 

▣ 일 시 : 2020년 04월 11일(토)~12일(일)

▣ 코 스 : 광점동-두류암-미타봉 능선-사립재골-두리의 폐사-야철지-기도터-소림 선방-동부 아홉 모롱이길-어름터-광점동

▣ 인 원 : 4명(산영님, 송연목님, 덕자님)

▣ 날 씨 : 눈, 비(영상 2도)

 

 

허공달골 초입 지산대(芝山䑓)와 자진동(紫眞洞)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두류암 터 북쪽 대에도 선홍색 진달래가 붉게 피었다. <중략> 미타봉 소림선방(少林禪房)에 눈이 내리는 고요한 밤이 가고, 날이 새기 전에 달빛이 환하게 비추더니 아침이 되면서 춘설(春雪)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지리 산천에는 봄이 왔건만, 봄의 흥취(興趣)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꽃이 핀들 봄이런가?

月夜聞子規 : 달 밤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

                         이규보(李奎報, 1168~1241)

寂寞殘宵月似派 : 적막한 밤 달빛은 물결처럼 잔잔한데

空山啼遍奈明何 : 텅 빈산 곳곳에서 두견새 울음소리 날이 새면 어이하나

十年痛哭窮途淚 : 십 년을 통곡한 궁한 자(*)의 눈물

與爾朱脣血孰多 : 그대 붉은 입술과 핏빛 중에 어느 것이 짙은가?

 

☞ 殘宵 = 殘夜 새벽녘, 새벽 4시경. 遍 ; 두루, 온통, 곳곳 窮途 : 끊긴 길. 막다른 길, 곤궁한 처지. 곤경에 처한 사람. 옛날 중국 촉(蜀) 나라의 임금 망제(望帝)는 이름을 두우(杜宇)라 하였다. 위(魏) 나라에 망한 후 그는 도망하여 복위를 꿈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진달래를 다른 말로 두견화라고도 함. 진달래 필 무렵 두견새가 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두류암 추정지 북쪽 대에 올라가 유몽인이 장구목에서 두류암으로 내려온 길을 확인한 후, 미타봉 능선에서 중 허리 길로 사립재골에 진입하였다. 넓은 반석이 있는 너덜을 건너면 토질이 좋은 집터를 만나고, 지도에 암자 터라고 표기한 지점 위로는 야철지(冶鐵地) 철점(鐵店) 터가 나온다. 이곳은 암자터가 아니고 야철(冶鐵)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거주하였던 집터(?)로 보인다. 여기에서 우측 골을 넘어서 완만한 경사지가 끝나는 지점에 거대한 암괴 나타난다. 암자터 앞에는 샘과 석축이 있고 암자 터 뒤에는 천정이 열린 석굴이 있는데, 1922년 권도용의 방장산부에 '두리(杜里)의 폐사지(廢寺址)'라고 기록하고 있다.

 

첫날 계획한 야철지와  '두리(杜里)의 폐사지(廢寺址)' 답사를 마치고,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 기행시 '의논대(議論臺)'에 나오는 미타봉의 소림 선방에서 춘설이 내리는 밤을 맞았다. 다음날은 일강(一岡)에서 아홉 모롱이길로 집터 삼거리까지 진행한 후, 어름터로 내려가 청수정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두류암터를 장구목에서 내려오는 삼거리 고갯길로 둘러서 내려왔다. 이 지역에는 곳곳에 집터와 숯가마터가 산재되어 있는데, 이번 산행에서 야철 슬러그가 있는 야철지를 발견한 것은 새롭기만 하다. 한 가지 더...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나오는 용유담에서 송대로 가는 도중에 들렀다는 마적암 터는 유듀류산록 궤적에서 경로가 벗어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산행은 마천을 건너 청이당이나 마암까지 우마(牛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산길을 확인하는 것인데, 오봉에서 사립재로 올라오는 길, 미타봉 능선(벽송 능선)에서 사립재골 동부(洞府)로 진입하는 중 허리길과, 어름터에서 직접 아홉 모롱이 길(九隴, 어름터-옹암)로 연결되는 등산로에서 인공으로 구축한 우마(牛馬) 길임을 확인하였다. 가축의 이동 동선이 모두 아홉 모롱이(九隴) 길로 연결되는 것은 청이당이나 동부(洞府)가 옛 사람들과 민초들의 생존과 생활의 터전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종직 선생이 동부(洞府)를 지나면서 유두류록에 '만일 닭과 개, 소나 송아지(牛犢)를 데리고 들어가서 나무를 깎아내고 밭을 개간하여 기장, 벼, 삼, 콩 등을 심어 가꾸고 산다면 무릉도원(武陵桃源)보다 그리 못하지는 않을 듯하다.' 라는 기록을 실제로 확인한 산행이었다.

 

 

* 관련 자료

1. 어우당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나오는 두류암 : http://blog.daum.net/lyg4533/16488291

2. 김종직의 유두류 기행시 의논대에 나오는 소림 선방 : http://blog.daum.net/lyg4533/16488289

3.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동부(洞府)와 구롱(九隴) : http://blog.daum.net/lyg4533/16488278

 

 

모과 꽃도 꽃이다.
도솔산 연소재 모과 꽃
1611년 유몽인이 올랐던 북쪽 대
자리 I
자리 II
두리의 폐사(?)
석굴
거목
야철 슬러그(?)
기도터
소림 선방의 아침
소림 선방 전망대에서 바라본 의논대와 고열암
같은 시간 송대 백승렬님이 보내온 사진
임보선님 사진 I
임보선님 사진 II
사립재골 집터
케른과 돌 포장길
두류암 북쪽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