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实踐人文

세석평전의 명소 청학연못에 대하여(200106)

도솔산인 2020. 1. 6. 04:28

 

세석평전의 명소 청학연못에 대하여(200106)

 

 

  처음 세석의 '청학연못'이라는 곳을 처음 답사한 것은 2006624일이다. 선인들의 유람록과 옛 지명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던 시기였다. 그해 1014~15(12)에 청학연못을 다시 찾게 되었고, 세석산장 앞 영신사지라는 곳도 답사하였다. 청학연못은 인공연못이고 영신사지는 냉천이 솟는 습지이다. 두 곳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20071012~14일 2박 3일간 다시 청학연못과 영신사지와 영신대를 찾았다. 한 해를 넘기고 2008926~27일 적조암으로 들어가 지장사터와 환희대, 독녀암을 확인하였고, 20081010~12(23) 적조암에서 출발하여 환희대와 삼열암, 독녀암과 의논대를 확인하고, 독바위와 청이당을 거쳐 청학연못과 영신사지를 답사하였다. 아마 이때에 고전번역원에서 김종직의 유두류록과 기행시의 원문을 찾아 읽고 본격적으로 선인들의 유람길을 답사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遍 義自見)이란 말이 있듯. 여러 번 답사를 하니 영랑재와 소년대의 오류가 보이더니 청이당 석축과 행랑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5월과 8월에 점필재 길 전 구간을 3박 4일간 2회에 거쳐 답사하였다. 20187월과 8월에 23일간 2차에 거쳐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을 국역하신 최석기 교수님과 지리산의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님을 모시고 점필재길 화첩 복원 산행을 하였다. 그리고 2019103~6일(3박 4일)에 박여량 길의 전 구간을 답사하였다. 내가 그동안 답사한 것이 지리산에서 지극히 일부분이지만, 점필재 길과 감수재 길에서 내가 확인한 바로는 청학연못과 영신사지를 필두로 지장암터, 독녀암, 상내봉, 미타봉, 청이당터, 행랑굴, 소년대, 마암, 영랑재, 두류봉, 상류암지, 두류암지, 그리고 촛대봉의 정걸방묘, 등 선인들의 자취가 있는 곳마다 선인들의 유람록 지명과 위치가 다른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을 몇몇 사람들이 선인들의 향기가 남아있는 지명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아무런 검증 없이 지리산길 지도에 표기하여 지명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적석동소지(세석연못) I

 

적석동소지(세석연못) II

 

 

 

  세석 인공연못(세석평 소지)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선인들의 유람록을 끌어다 붙여 청학연못이라고 개명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이어진 지 십 수년이 되었다. 이제 일반 등산객들에게도 청학연못으로 불리어지고 있고, 심지어 국회도서관에 전자문서로 영구 보존된 지리산 관련 박사학위 논문[조선시대 유람록에 나타난 지리산 경관자원의 명승적 가치=(The) scenic site value of scenic resources in Mt. Jiri documented in the Joseon era travelling records/이창훈/학위논문(박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환경자원학과 환경조경전공, 2014.2. 지도교수: 이재근]에도 버젓이 청학연못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청학연못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일이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지금에 와서 본래의 옛 이름을 도로 찾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아무튼 2006년 1월경 고 성락건 선생이 처음 공개한 이 인공 연못은 몇몇 호사가들에 의해 선인들의 유람록으로 그럴듯하게 윤색되어 청학연못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하였고, 이제는 확고하게 세석평전의 확실한 명소가 되었다.

 

  선인들의 유람록에 청학연(靑鶴淵)1487년 남효온(1454~1492)의 지리산일과에서 두 번 언급하는데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남효온이 지리산일과에 云 「10월 9일 을해일, <중략> 내가 승려에게 묻기를, “누가 이곳을 청학동이라고 하는가?라고 하니, 의문(義文)이 말하기를, “석문 밖 3, 4리 못 미쳐 동쪽에 큰 동네가 있는데 그 동네 안에 청학암(靑鶴庵)이 있으니 아마도 그곳이 옛날의 청학동인 듯합니다.”라고 하였다. 내 생각으로, 이인로(李仁老)의 시에 지팡이를 짚고서 청학동을 찾고자 하니, 숲 속에선 부질없는 원숭이 울음소리뿐이구나. 누대에 삼신산(三神山)이 아득하게 있고, 이끼 낀 바위엔 네 글자만 희미하구나.”라고 하였으니, 그는 석문 안 쌍계사 앞쪽을 청학동이라고 여긴 것은 아닌가. 쌍계사 위 불일암 아래에도 청학연(靑鶴淵)이란 곳이 있으니, 이곳이 청학동인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중략> 10월 10일 병자일. 물을 거슬러 10리쯤 올라 왼쪽으로 고개 하나를 넘어서 불일암에 이르렀다. 이 암자는 혜소가 도를 닦던 곳으로 암자 앞에는 청학연(靑鶴淵)이 있는데, 고운이 일찍이 그 위를 유람하였다.」라고 하였다.

 

 

고려낙운거사이청련서(高麗落雲居士李靑蓮書) 탁본

 

의인나주정씨묘(宜人羅州鄭氏之墓)

 

 

 

  남효온이 지리산일과에 인용한 시는 이인로(1152~1220)가 청학동을 찾기 위해 화개에 들어와 청학동을 찾지 못하고 남긴 시로 파한집에 실려 있다. 청학동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다. 이인로는 쌍계사까지 찾아왔으나, 청학동을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1570년 유운룡의 겸암일기에 나오는 촛대봉에 있는 각자 고려낙운거사이청연서(高麗落雲居士李靑蓮書)’에 근거하여 이청련과 이인로를 같은 인물로 연결한다. 이인로는 세석과 전혀 관련이 없고 청련거사와 무관한 인물이다. 1851년 하달홍의 두류산기에도 "꼭대기에 있는 석각(石刻)은 고려낙운거사이청련서(高麗落雲居士李靑蓮書) 열 글자를 쓴 것인데, 필력이 고풍스러우면서도 건장하다."라고 하였고, 지금도 흐릿하지만 석각이 남아있다.

 

  촛대봉 위에는 '宜人羅州鄭氏之墓'의 석각이 있는데 세석에서 한말과 일제시대에 살았던 기인 정걸방(鄭乞方)의 묘라고 하고 있다. '의인(宜人)'은 종육품이나 정육품 부인의 품계로 정걸방과는 성은 같지만 성별도 다르다.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이 석각 또한 정걸방의 묘가 아닌 그냥 의인나주정씨묘(宜人羅州鄭氏之墓)이다.

 

 

 

청학연/학연I
청학연/학연II
겸용소(학연/용추)

 

  2006년부터 세석의 청학연못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불일폭포 아래 청학연을 확인한 것은 2017년 초이다. 불일폭포 관련 유람록을 찾아보니 자료가 많았다. 그 이유는 많은 유자(儒者)들이 이곳을 청학동이라고 굳게 믿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청학연(靑鶴淵)1487년 추강 남효온의 기록에 유일하게 등장한다, 다른 유람록에는 학연, 학담, 용추, 학추 등 다양한 이름이 보이는데 동소이칭(同所異稱)으로 생각된다. 선인들은 불일폭포를 학의 형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청학동 이름의 유래도 불일폭포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불일폭포의 다른 이름이 청학폭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치원의 청학 설화와 청학동은 불일폭포가 그 시발점(始發點)이라는 것이다. 학연과 학담에 대해서는 20여 편의 유람록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남명 조식 선생의 기록이 가장 구체적이다. 얼마 전 블친의 블로그에서 불일협곡에서 용추와 학연, 학담으로 직등한 사진을 보고 그동안 궁금했던 학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일폭포는 21폭으로 물이 직접 떨어지는 첫 번째가 못이 학담(鶴潭)이고, 석문 아래로 6~7의 학연(鶴淵)이 있다.

 

  세석의 청학연못에 대한 이야기는 고인이 된 성락건 선생께 누가 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하지 않겠지만, 유람록에 따르면 세석의 청학연못은 세석평 소지(世石坪小池)이고, 그냥 부르면 세석연못이다... 선인들의 유람록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유람록을 잘못 국역할 수도 있으며, 선인들의 유람길을 답사하면서 지명을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들의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은, 아교로 기러기발을 붙이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잡념에 젖어 지리산에서 기해년을 보내고 경자년을 맞이했다. 영랑대와 세석연못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잡다한 생각을 기록에 남긴다. .

 

 

* 세석의 청학연못과 불일협곡의 청학연 : https://blog.naver.com/lyg4533/221102488881

* 불일폭포의 학담과 학연 그리고 용추에 대하여 : https://lyg4533.tistory.com/16488191

* 세석의 인공연못이 청학연못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 https://blog.naver.com/ylee6517/221311737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