唱佛臺(창불대) 관련 유람록과 기행시(180809)
1. 1472년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과 영신암詩
○ 17일, 신사일 저물녘에 창불대(唱佛臺)를 올라가 보니, 깎아지른 절벽이 너무 높아서 그 아래는 밑이 보이지 않았고, 그 위에는 초목은 없고 다만 철쭉〔躑躅〕두어 떨기와 영양(羚羊)의 똥만이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서 두원곶(荳原串), 여수곶(麗水串), 섬진강(蟾津江)의 굽이굽이를 내려다보니, 산과 바다가 서로 맞닿아 더 기이한 광경이었다. 해공이 여러 산골짜기가 모인 곳을 가리키면서 신흥사동(新興寺洞)이라고 하였다. 일찍이 절도사(節度使) 이극균(李克均)이 호남(湖南)의 도적 장영기(張永己)와 여기에서 싸웠는데, 장영기는 개나 쥐 같은 자라서 험준한 곳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공(李公) 같은 지략과 용맹으로도 그가 달아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끝내 장흥 부사(長興府使)에게로 공(功)이 돌아갔으니, 탄식할 일이다.
해공이 또 악양현(岳陽縣)의 북쪽을 가리키면서 청학사동(靑鶴寺洞)이라고 하였다. 아! 이곳이 옛날에 신선(神仙)이 산다는 곳인가. 인간의 세계와 그리 서로 멀지도 않은데, 미수(眉叟) 이인로(李仁老)는 어찌하여 이 곳을 찾다가 못 찾았던가? 그렇다면 호사가가 그 이름을 사모하여 절을 짓고서 그 이름을 기록한 것인가? 해공이 또 그 동쪽을 가리키면서 쌍계사동(雙溪寺洞)이라고 하였다. 세속에 얽매이지 않았던 고운 최치원이 일찍이 노닐었던 곳으로 각석(刻石)이 남아 있었다. 기개를 지닌 데다 난세를 만났으므로, 중국에서 불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침내 고고하게 속세 밖에 은둔함으로써 깊고 그윽한 산천은 모두 그가 노닐며 거쳐 간 곳이었으니, 세상에서 그를 신선이라 칭하는 데에 부끄러움이 없겠다.
暮登唱佛臺. 巉巉斗絶. 其下無底. 其上無草木. 但有躑躅數叢. 羚羊遺矢焉. 俯望荳原串,麗水串蟾津之委. 山海相重. 益爲奇也. 空指衆壑之會曰. 新興寺洞也. 李節度克均. 與湖南賊張永己戰于此. 永己. 狗鼠也. 以負險故. 李公之智勇. 而不能禁遏其奔逬. 卒爲長興守之功. 可嘆已.
又指岳陽縣之北曰. 靑鶴寺洞也. 噫. 此古所謂神仙之區歟. 其與人境. 不甚相遠. 李眉叟何以尋之而不得歟. 無乃好事者慕其名. 構寺而識之歟. 又指其東曰. 雙溪寺洞也. 崔孤雲嘗遊于此. 刻石在焉. 孤雲. 不羈人也. 負氣槩. 遭世亂. 非惟不偶於中國. 而又不容於東土. 遂嘉遯物外. 溪山幽闃之地. 皆其所遊歷. 世稱神仙. 無愧矣.
靈神菴(영신암)
箭筈車箱散策回 : 전괄(창불대)와 거상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 : 방장(주지승)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 : 모름지기 촌장(은둔선비)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영신암 주변을 산책하며 '창불대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으로 올라가고, 대성폭포는 험해서 한번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보의 '望嶽詩망악시' [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의 전괄과 거상 시어를 인용함.
드론 사진
2. 1489년 김일손 선생의 속두류록(續頭流錄)
1489년 4월 24일, 임자일. 영신사(靈神寺)에서 묵었는데, 이 절 앞에는 창불대가 있고 뒤에는 좌고대가 있는데, 천 길이나 솟아 있어 올라가면 눈으로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二)十四日壬子. 宿靈神. 前有唱佛臺. 後有坐高臺. 突起千仞. 登而目可及遠. 得以久留也.
3. 1543년 황준량의 기행시
唱佛臺(창불대)
靑山起層雲 : 청산에는 뭉게구름 층층이 일어나고
嵌竇瀉急瀨 : 깊은 골엔 세찬 물이 쏟아져 흐르네.
一徑入窈窕 : 오솔길 따라서 깊은 곳에 들어가니
寒翠飛晻蕩 : 비취빛 차가운 기운 자욱이 서렸네.
有臺自天成 : 태초에 절로 만들어진 대가 있는데
聳立出空外 : 허공 위로 우뚝하게 솟아 있구나.
滄溟擬盃潦 : 넓은 바다는 술잔 속에 물인 듯하고
積皺如曹鄶 : 겹겹의 산줄기는 조나 회처럼 작네.
眼盡杳不窮 : 아득히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山氣此交會 : 산의 기운은 여기에서 서로 모였네.
天王自無對 : 천왕봉은 상대할 다른 산이 없나니
萬絶靑丘最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우뚝하구나.
巖前千仗壁 : 바위 앞에 펼쳐진 천 길의 절벽은
水墨訝新繪 : 수묵화를 새로 그려놓았나 의아했네.
氷雪蟄花木 : 눈과 얼음 속에선 꽃나무들 꿈틀대고
嵐霧困松檜 : 운무 속에선 솔과 전나무가 고생하네.
輕風動衣袂 : 가벼운 바람이 옷소매를 흩날리는데
鶴羽時翽翽 : 학이 마침 날개 짓하며 날아오르는 듯
遺矢認羚羊 : 배설물을 보아 영양이 사는 줄 알았고
有草類書帶 : 서대초 비슷한 약초도 자생하고 있네.
登臨盪塵胸 : 산에 올라 세속의 찌든 마음 씻어내고
淸嘯起靈籟 : 맑게 읊조리니 신령한 소리 일어나네.
自慙管仲小 : 관중처럼 국량이 작아 부끄러우나
猶嫌伯夷隘 : 백이처럼 속 좁은 것도 싫어한다네.
府歎人宸卑 : 굽어보며 인간세상 비천함을 탄식하고
未信天地大 : 천지가 얼마나 큰지는 믿지 못하겠네.
逸興躡飛仙 : 호방한 흥취 일어나는 신선을 따르고
吟思濕靑靄 : 시상을 떠올리다 구름에 흠뻑 젖었네.
累號自緇流 : 누차 부르는 소리는 승려가 날 찾는 것
胡僧語荒昧 : 승려들 황당하고 어리석은 말을 하였네.
遊人幾古今 : 고금에 이곳을 찾은 이가 몇이나 되는지
懷舊愁無奈 : 옛일을 생각하니 수심을 어쩔 수 없네.
浮生足優游 : 뜬 구름 같은 인생 여유 있게 살아야지
吉凶誰卜蔡 : 길흉을 뉘라서 미리 알 수가 있겠는가.
출처 : 선인들의 기행시 1권 창불대 (32~34면)
♣ 유람록과 기행시 자료
1. 지리산 유람록(최석기외)
2. 선인들의 지리산 기행시(최석기, 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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