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설악 화채봉&은벽능선 2박3일(160505~07)

도솔산인 2016. 5. 8. 00:04

 

설악 화채봉&은벽능선 2박3일(160505~07)

 

 

   

▣ 일   시 : 2016년 05월 05일 ~ 07일

▣ 코   스 : 해맞이 공원(1박) - 둔전골 - 매봉골 - 화채봉(1박) -  칠성봉 - 숙자바위 - 함지덕골(토왕폭상단 1박)

                1076봉을 지나침 - 화채봉 - 1076봉 - 피골서능선 -  945봉 - 884봉 - 무명봉 - 은벽능선 - 호텔설악파크

▣ 인   원 : 3명(진정화님, 윤기현군)

▣ 날   씨 : 첫날 맑음 돌풍, 둘째날 흐림, 셋째날 맑음

 

 

 

'형님! 연휴 설악 산행 코스 어떨지 함 봐주세요.^^'

<둔전골 - 매봉골 - 화채봉 - 칠성봉 - 함지덕(토왕폭상단) - 은벽길 - 설악동>

 

5월 첫주 황금연휴로 나라 전체가 오락가락하던 차에 정화氏의 갓독이 들어왔다.

 

수요일 퇴근을 한 후에 3박8식의 배낭을 꾸려 북대전에서 기현이와 설악을 향했다.

장터목에서 기현이를 만난지 벌써 10년이 되었으니 세월이 어찌 무상타 아니하리.

 

지난 어느 겨울날 치밭목에서 사태지역 불빛을 보고 구조하러 가야하나 망설였는데

다음 날 오전에 산 같은 배낭을 메고 눈길에서 만난 <유랑자>님이 나를 기억하기에

2006년 9월 23일 마폭에서 만난 것을 말씀드렸더니 헐! 놀라서달아나는 표정이더라.

 

그 날이 바로 기현이를 지리에서 처음 만난 날이기에 날짜를 정확히 기억할 뿐이다.

    

정암해수욕장 누님의 호텔로 갈까하다가 <물치 해맞이공원>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심야버스를 타고 오는 정화氏를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니 일출은 덤으로 얻었다.

 

 

 

 

 

 

 

둔전저수지를 지나니 산중의 별장에서 개 짖는 소리가 둔전골의 아침을 열었다.

속세를 벗어났으나 전기와 차가 들어오니 半人半仙 주인장 모습이 눈에 보였다.

별장을 지나쳐서 산길 초입에서 香을 피워 술을 한 잔 올린 후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수백평이나 됨직한 밭이 있고 세상과 울타리를 친 독가 한 채가 있었다.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벼랑을 돌기도 하며 매봉골 초입까지는 흐릿한 산길이 열려있었다.

    

 

 

 

 

 

 

 

 

 

 

매봉골에 들어서 차를 마시다가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만난 심마니이다.

차를 한 잔 드리고 오신 길을 물어보니 무너미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

능선과 계곡을 넘어 화채봉으로 올라왔고 배낭에는 차가버섯이라고 하였다.

 

앞에 올라간 발자국 주인공을 물으니 올빼미 둥지 근처에 모르고 갔다가

올빼미에게 귀가 찢겨 깊은 상처로 지혈이 되지 않아 도와주었다고 한다.

맹금류의 습격사건은 심산오지를 산행하는 사람들도 참고해야될 일이다.

 

아무튼 하산후 그 분댁에 들러 차를 한 잔 마시며 약초에 대한 강의를 들었으니

사람의 수명은 유한하지만 만물에 대한 지식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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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니 조영길님

 

이곳부터 화채샘까지는 사람의 족적은 찾을 수 없고 감각에 의지할 뿐이다.

체력의 안배는 물론이고 낙석과 낙상 등, 특별히 안전사고에 주의해야한다.

 

마지막에 계곡을 버리고 희미한 능선으로 오르니 곧바로 화채샘에 닿았다.

 

 

 

 

화채봉샘

 

 

 

대청봉과 중청봉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11시 쯤부터 돌풍이 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죽비가 만들어준 타프가 줄에 매달려 허공에 펄럭이며 비 바람을 가렸기 망정이지,

영랑대의 바람이 파도소리라면 화채의 바람은 비행기 이착륙소리에 비유할 수 있다.

 

아침 일출을 쉽게 보려는 욕심이 재앙을 자초 네 기둥을 부여잡고 바람이 자기를

애원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풍도목에 깔려죽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마침내 돌풍으로 타프에 연결한 젤트 고리가 떨어져서 천정이 뚫렸다.

 

 

 

무이파에 넘어진 가문비나무는 반야봉에서 무수히 보았지만

강풍에 수 백년된 금강송이 이렇게 넘어진 것이 부지기수다.

죽고 사는 일이 나무의 의지와 무관하니 사람의 일도 그렇다.

 

 

화채봉

 

화채봉 바위에게 왜 "화채봉"이라고 이름했느냐 물으니 보면 모르냐고 답변했다.

사물의 이름을 짓는 것이 그 형상을 좇아 이름했는지는 모르지만 수박을 닮았다.

 

 

개구멍바위

 

 

 

 

 

 

 

 

 

 

 

 

칠성대

 

 

 

 

칠성대 아래 숙자바위 이름이 요상하다.

바위에도 음양과 암수가 있으니 말이다.

 

 

 

 

 

 

시계가 좋지 않아 아쉬움을 접고 토왕폭 상단 함지덕골로 내려섰다.

무덤을 보고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이 무에 대수랴.

 

 

 

토왕성폭포 상단

 

 

 

 

바람은 불었지만 구름은 걷히고 나뭇가지 사이로 별빛 초롱초롱...

저녁을 먹고 술 한잔에 고목나무처럼 쓰러져 깊은 잠에 푹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과 즐길 줄 안다는 것으로 만족하지.

 

 

시멘트 기초 폐집터

 

1076봉으로 직등한다는 것이 어제 온 길을 화채봉까지 역주행

덕분에 어제 못  본 조망을 모두 보았으니 전화위복이 아닌가?

 

 

 

 

 

 

 

어제 내려간 능선

 

 

 

 

 

945봉

 

884봉

 

 

884봉을 조금 지나 무명봉에서 은벽길은 숨어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된비알을 내려가면 허공다리골 폭포를 필두로 진경산수가 펼쳐진다.

숨이 멎을 정도의 기암 괴석과 금강송 군락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다.

 

 

 

 

허공다리골폭포

 

 

 

 

 

 

멀리 토왕성폭포의 장쾌한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길

설악 비경 연록 진경산수인데 만산홍엽 가을에는 어떨지

 

 

 

 

은벽길 초입은 위치 이탈 붉은 선이 하산길이다.

 

 

차량을 회수하고 후진포항에서 점심을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2박 3일 비경을 안내한 진정화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表했다.

 

 

오색약초 탕제원 대표 조영길님(010-3504-8019)

 

필례약수터에서 오랫동안 계시다가 이곳에 자리 잡았는데

주로 산삼과 상황버섯과 차가버섯을 취급하신다고 하였다.

 

 

 

♣에필로그

 

산행을 하며 줄곧 嚴瀨臺 아래 유영을 하는 錦麟魚가 떠올랐다.

錦鱗魚는 '쏘가리'를 가리키는데 '錦麟'이라고 하였으니 말이다.

비늘鱗 대신 '기린麟'을 쓴 연유를 알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嚴瀨臺~下長川。乃頭流水也。錦麟游泳於波上者亦多]

<두류산일록9/8>

 

쏘가리의 文樣이 麒麟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放過하지 않은 것이다.

설악 풍광이 아른거려 감수재의 山詩 1句로 산행기를 마감한다. 끝.

 

雄峰絶壑夢依依 : 웅봉과 깎아지른 구렁 꿈속에서도 아른아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