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 천왕봉&영랑재II(151231~160102)

도솔산인 2016. 1. 2. 23:59

 

지리동부 천왕봉&영랑재II(151231~160102)

 

 

▣ 일   시 : 2015년 12월 31일 ~ 2016년 1월 2일

▣ 코   스 : 새재 - 영랑대 - 중봉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새재

▣ 날   씨 : 최저 온도 영하 5도(맑음) 셋째날 영하 2도

▣ 인   원 : 4명(미산선생님, 진정화님, 송연목님) 1일 합류(이장님 부부)

 

 

♣ 2일차(160101)

                                  

슈퍼 엘리뇨의 기상 이변에도 신년의 새해는 밝게 떠올랐다.

태양은 암울한 시대를 모르고 어둠을 밝혔고 내 가슴속 심장에도 불을 붙였다.

산에 들고 나는 이유와 한 곳만을 가는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하지만

집을 나서서 지리에 들면 난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마음이 편안하다.

                                  

일출을 보고 산책을 하는데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따갑게 찌르고 능선을 넘어갔다.

차갑고 냉한 기운이 파고 들었고 장갑을 잠시 벗으니 손에는 이미 감각이 없었다.

'여기는 아직 겨울일세' 하고 일단 젤트에서 몸과 손을 녹이고 다시 영랑대에 섰다.

아스라한 덕유산의 능선을 넘는 운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미산>선생님에게 중국산 이과도주를 권하니 미제 발렌타인을 따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신년 1일이니 모처럼 상봉에서 머무는 것이 어떤가?' 라고 제안을 하시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왕봉 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이라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다.

 

새해의 따사로운 햇볕이 젤트로 들어와 금방 훈훈해지고 시간적 여유에 몸이 나른해졌다.                                  

이동 거리는 아주 짧고 시간은 넉넉하여 젤트를 말리고 하봉 샘터에서 중식을 하기로 했다.

 

샘터에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위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이장>님이 물을 뜨러 나타났다.

<이장>님이 헬기장으로 배낭을 가지러 간 사이 나와 송연목씨는 수낭을 가지고 내려가 물을 떠왔다.

 

 

 

 

 

 

 

 

 

 

 

 

 

 

 

 

 

 

 

 

 

 

 

 

 

 

 

 

 

 

 

 

 

 

 

 

 

 

 

 

 

 

 

 

 

 

 

 

 

 

 

 

 

 

 

 

점필재의 발자취를 찾아서 영랑대에 온 것이 10년 그동안 70여회나 된다.

그곳에서 만난 산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묻혀지겠지만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해와 달과 별과 눈과 바람과 구름과 꽃을 수없이 만났고 악우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중봉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철 시들지 않는 각종 고목과 침엽상록수의 전시장을 방불케하는데 이곳을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문비나무가 으뜸이고 그 자목들이 주변에 무수히 산재해 있다.

동계의 심설에 그곳을 걸으면 삶의 희열과 겨울 산행의 참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중봉에 오르니 천왕봉은 여전히 우뚝 솟아있고 일망무제 산군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산은 계절마다 다르고 기후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니 머물지 않고는 그 느낌을 알 수 없다.

                                   

 

 

 

 

 

 

 

 

 

 

 

 

 

 

 

 

 

 

 

 

 

 

오후 네시가 넘어서야 때에 맞춰 천왕봉에 닿았다.

정상석 뒤의 <이장>님 부부에게 기념 포즈를 취하라고 하니 저런...

새해 첫날부터 머리로 받는 것으로 미루어 신축생 소띠가 분명했다.

 

 

 

 

 

 

 

 

산은 같은 지리산이지만 그 위치와 시간에 따라 그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영랑대가 북쪽 바다의 섬이라면 천왕봉 남쪽은 구름 바다요 지리의 주능은 남해와 북해를 가르는 육지로 볼 수가 있다.

영신봉에서 육지는 남쪽으로 이어져 남부능선을 타고 흘러 내·외·원삼신봉을 만들었고 멀리 광양의 백운섬이 솟아있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석양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어둠에 점차 묻히는 남부능선과 왕시루봉능선 불무장등 반야봉을 뒤로 하고...

이곳에서 언제 다시 찬란한 송년 일몰을 볼 수 있을까나. 공단과 빙탄불상용이니...

 

                                  

 

 

 

 

 

 

 

 

 

 

 

 

 

 

 

 

 

 

 

 

 

 

 

 

 

 

 

 

 

 

 

 

 

 

 

지난주에 이장님 부부는 영랑대와 치밭목에서 만나고, 덕산에서 또 만났으니

하루에 세 번 만난 인연으로 오늘의 호사스러운 신년의 박산행이 이루어졌다.

                               

<사평역>님이 5년 숙성된 35도 잣술 2리터를 새재에서 여기까지 지고 오셨으니

술도 드시지 않는 분의 수고에 마신 사람은 어떻게 감사드려야할지 난감한 일이었다.

 

아무튼 두 분의 덕분으로 새해 첫날 천왕봉에서 豪奢(호사)스러운 泊을 하였으니 

우리는 즉석에서 豪泊(호박), 광거정이 산중 Hotel이니 Ho泊 산행이라고 이름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