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매의 향기를 찾아서(150220~22)
# 1. 흑염소와의 동행(02/20)
흑염소와의 동행으로 새재에서 15:00 출발이 늦었다.
산장 1박 3식을 준비했으니 평소보다 배낭이 가벼웠다.
密村(*)을 위해 소곡주 1.4L, 발렌타인은 펫트병에 옮겨담았다.
집사람과는 지리에 12년만인가? 치밭에서 1박하고 세석까지 갔던가?
사진과 기록이 없는 걸로 미루어 2003년 아님 2004년인지 가물가물하다.
치밭에 이르니 密村과 진솔이가 반가워하며 어색한 모습이 생경스럽다.
(*)密村 : 밀양 촌놈의 준말.
(*)흑염소 : 연금 함께 쓸 평친.
비오는 날 치밭의 은은한 커피 香氣을 아시는지...
# 2. 비내리는 산천재(02/21)
宋連穆氏에게 치밭에 하루 더 留할 것을 약속하였으니
아침을 먹고 치밭에서 補給鬪爭 次 德山까지 내려갔다.
싸락눈이 점점 비가 되어 온몸이 다 젖었다.
계곡의 물소리는 씩씩하게 '우수가 지났다?'고 절기를 말해왔다.
'눈이 녹아 남쪽 시내물 불어난다.'는 圃隱의 시구가 觸에 닿았다.
예전 진주식당(*) 자리에서 코다리찜을 먹었는데
함께 하산한 여산객은 점심을 먹고 천안으로 먼저 출발하였고,
宋사장과 파전에 소맥을 하는데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집밥처럼 정성스러운 맛 맛있는 그 집(055-973-0117)
드디어 비내리는 오후 南冥梅와 마주했다.
붉은 꽃망울에 맺힌 남명매의 눈물이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새재에서 17:30 출발 유평 삼거리에서 랜턴을 켜고 올라갔다.
덕산 보투에서 구입한 지리산 흑돼지 삶은 수육은 술을 도왔고
웅~웅~웅 바람소리가 山中夜飮의 흥취를 더했지만,
겨울비를 맞아서 체온이 떨어져 뜨거운 물을 많이 마셨다.
남명매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꽃망울마다 눈물이 맺혀있었다.
# 3. 치밭목의 아침(02/22)
어제 오후 늦게 올라온 것은 점심에 올라온 사람들과 섞이지 않기 위함인데.
겨울비를 맞고 올라와서인지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배낭을 놓고 써리봉으로 출발했더라.
호기심이 많은 나는 대피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고요한 풍경과 벗을 삼았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더니 운무가 휘감았던 써리봉과 중봉 하봉이 점차 제 모습을 되찾았다.
집사람에게 커피를 끓여주고 지난 밤 '잘 잤느냐?'고 물었으니
옷이 젖어서 추웠던 모양이라 이제야 물을 데워줄 것을 생각했으니 죽은 뒤에 청심환이 아닌가?
오늘 따라 왠지 경고라는 문구는 섬찟하여라.
뒷방 손님들이 써리봉에서 내려온 것으로 고요한 산책은 끝이 났다.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치밭목산장 초기에 4년 동안 산장을 지켰던 宋連穆씨가
喜捨한 풍년 압력 밭솥으로 密村이 밥을 짓고 시원한 김치국을 끓여냈다.
송사장이 붙잡아서 하루 더 머물렀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지.
커피를 마시고 온갖 잡념 속으로 내려서는 길 천천히 발자국을 떼었다.
미산샘泉은 눈을 모두 파내니 내가 끼워놓은 병이 그대로 있었다.
그대가 금년 스물여덟살, 주전자양이 한 살 연상이던가?
# 산천재 밖에서 산천재를 보다.
대원사 계곡과 중산리에서 내려와 덕산에 이르러 두 계류가 합쳐져 마침내 덕천강이 된다.
지금은 제방을 쌓아 도로와 공원을 만들었지만 예전에는 덕천강의 힘찬 물살이 산천재를 휘감아서 흘렀을 것이다.
공원에 심어놓은 은행나무 두 그루는 천왕봉도 산천재도 視野를 가로막는다.
두류산 양단수가 흘렀을 강변도로 산천재 밖에서 산천재를 바라보았다.
강변에 벽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돌 계단 옆 子木이 자라고 있더라.
강변에서 공원과 계단을 지나 담장이 끝난 곳에서 산천재 잠입했다.
古梅는 봄을 더디 느끼는지...
碧梧桐의 子木
강변도로에 내려와 출발할 즈음 탐방객 한 무리가 산천재로 들어왔다.
투박한 경상도 억양의 문화해설사 (*)안승필 선생님의 남명학 강의가 이어지고 전화가 되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남명매를 3일 중 연 이틀을 보았으니 무슨 아쉬움이 있을까?
남은 시간여행에서 반드시 들려야하는 곳이 되었으니 산천재 또한 필연은 아닐까?
(*)안승필 선생님 : 남명의 시에 취해 남명학에 전율을 느껴 문화해설사의 길을 택하셨다고 한다.
기회가 닿으면 안선생님의 강의를 꼭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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