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고전향기

[고전명구 253] 믿음을 우선해야

도솔산인 2015. 1. 5. 15:28

 

[고전명구 253] 믿음을 우선해야

 

 

나의 진실한 마음을 사물에 시행하면,

하는 일마다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감동시켜 응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以我實心 施於事物 無所爲而非眞也 無所感而不應也

權近(1352~1409) 「신재기(信齋記)」『陽村集』권14

 

 

 위 구절은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이자 학자인 권근(權近)이 동료 한상경(韓尙敬)의 서재인 ‘신재(信齋)’에 대해 쓴 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의 진실한 마음을 사물에 시행하면, 하는 일마다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며 감동시켜 응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크게는 천지(天地), 그윽하게는 귀신, 작게는 곤충까지도 모두 믿음으로써 감동시킬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경우이겠는가? 『서경(書經)』에는, “지극한 정성은 귀신을 감동시킨다.[至誠感神]” 하였고, 『주역(周易)』에는, “믿음이 돼지와 물고기에까지 미친다.[信及豚魚]” 하였으니, 이는 진실한 마음을 말한 것이다. 무릇 배우는 자로서 자신을 닦는 방법과 임금이 다스리는 요령은 이보다 더 간절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는 사람을 가르치면서, “삼가고 미덥게 하라.[謹而信]” 하였고, 또 “충과 신을 위주로 하라.[主忠信]” 하였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매사를 신중히 하고 미덥게 하라.[敬事而信]” 하였다.

 

  공자의 말씀처럼 사람을 가르치거나 국가를 다스릴 때 믿음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국민과 국가 사이에 불신이 가득 차있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는 엉킨 실타래를 풀 때 급히 서두르다 보면 실타래가 더 꼬이고 엉켜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일일이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혼란과 절망 속에서도 사람 간의 신뢰만이 지금의 불신과 단절을 끊을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믿는다. 남이 아닌 우선 나부터 다른 사람을 진심을 다해 믿어주고 기회를 주어, 상대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믿음은 미물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신뢰를 회복하여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일을 실천해 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켜 화합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오는 한 해이지만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올 한 해 서로 믿고 믿음 주는 따뜻한 한 해였다고 추억할 수 있는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 서인숙(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