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盈科後進/고전향기

[고전명구 251] 억울한 일

도솔산인 2014. 12. 4. 10:57

 [고전명구 251] 억울한 일

 

나라를 사랑하는 자는 원래 드문 법이고,

사람마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자는 없는 법이다.

 

愛國者固鮮矣。人莫不愛身。

- 윤선도 (尹善道, 1587~1671)

「회포를 적다[敍懷]」

『고산유고(孤山遺稿)』제5권

 

고산 윤선도 선생은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하여 상소를 올린 일로 정쟁(政爭)에 휘말려 1661년(현종2) 삼수(三水)에 유배되었다. 그리고 유배지에서 위의 「회포를 적다[敍懷]」라는 글을 지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 글에는 아래와 같은 우화가 들어 있다.

 

옛날에 쾌산(快山)이라는 곳의 노인이 밭을 갈다가 피곤하여 밭두렁 위에서 낮잠을 잤다. 잠이 깊이 들었을 때 호랑이가 다가와서 그 노인을 해치려고 하였다. 이를 본 노인의 소가 달려들어 있는 힘껏 싸워서 호랑이를 쫓아냈다. 소가 호랑이와 싸우느라 밭은 짓밟혀서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노인은 잠을 깨고 나서, 소가 호랑이를 쫓아내느라 밭이 짓밟힌 것은 알지 못하고 마침내 화를 내며 소를 죽이고 말았다. 이 소를 세상에서는 쾌산원우(快山冤牛)라 일컫고 있다.

 

고산 자신도 오직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글을 올렸을 뿐인데 이렇게 북쪽 변방에 유배되어 장차 천하의 궁벽한 곳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으니, 이 쾌산원우와 비슷한 경우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탄식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 주장과 다툼은 대부분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먼저 따진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주장은 설 곳을 잃고 때로는 배척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거창한 구호가 사실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한 화려한 포장일 뿐인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자는 원래 드문 법이고, 사람마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자는 없는 법’이라는 고산의 탄식이 여전히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고산 선생의 글 마무리 부분이다.

 

필부의 원통함이야 비록 죽는다 한들 말할 가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시비(是非)와 사정(邪正)이 거꾸로 뒤바뀐 것이 이 지경에 이르러서, 장래에 국가의 일이 길할지 감히 알지 못하게 되었으니, 가슴 떨리는 심정을 어찌 가눌 수가 있겠는가. 나라를 사랑하는 자는 원래 드문 법이고, 사람마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자가 없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기에 생각이 미치는 자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옛날에 이른바 큰 건물의 한 모퉁이에서 불길이 치솟았는데도 마루에 둥지를 튼 제비는 편안히 여기기만 할 뿐 화가 장차 자기 몸에 미칠 줄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니, 이 또한 애달플 따름이라고 하겠다.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