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野雪)
이양연(李亮淵·1771~1853)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어느 날 눈길을 헤치고 들판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행로가 지니는 의미를 반추해본다. 누가 보지 않아도 똑바로 걷자. 혹시라도 내 행로가 뒤에 올 누군가의 행로를 비틀거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똑바로 살자. 내 인생이 다른 인생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아마 이런 뜻의 잠언(箴言)이리라. 순백(純白)의 설원(雪原)에 서면 맑은 영혼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나 보다.
출처 :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가슴으로 읽는 한시] '野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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