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 심설유영&세석(130117~20)

도솔산인 2013. 1. 20. 19:55

 

지리동부 심설유영&세석(130117~20)

 

 

▣ 일   시 : 2013년 1월 17일(목) ~ 20일(일)[3박4일]

▣ 대상산 : 지리산

▣ 코   스 : 새재 - 치밭목 - 조개골상류 - 하봉헬기장 - 중봉 - 천왕봉 - 촛대봉 - 세석 - 촛대봉 - 시루봉안부 - 청학연못 - 거림

▣ 인   원 : 출발 3명[<미산>님, <사니조아>님, 余] 세석합류 2명[오대장, 진정화]

 

 

 

 

산행 전날은 배낭을 패킹했다가 다시 풀기를 여러 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장비실을 들락날락 거립니다.

가슴이 뛰고 심지어는 불면증까지 산수벽 山水癖의 증상은 설렘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지리에 들어 1박을 하는 것이 아쉬워 갈증이 더할 즈음 <미산>선생님의 연락이 옵니다.

다음 주 일요일 조카 혼인이 있으니 화요일 지리로 내려오라고 하시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솔직히 가고 싶어도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으니 목요일로 약속을 미루고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집사람에게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복잡하고 교통도 위험해서 목요일 가겠다.'고 이야기를 꺼내니,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고 하길래 '맞아. 인정....'이라고 하고 마음속으로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일단 통보는 통과와 동의어입니다.

 

 

<미산>님과 둘이 가는 걸로 알았는데 압록 이남 최고의 여산객 <사니조아>가 합류합니다.

일정은 3박 4일로 지리동부 영랑대에서 중봉 천왕봉 세석까지 천천히 진행하기로 합니다.

박지는 최고 조망지 세 곳을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어긋났고 결국 톡톡한 댓가를 치릅니다.

 

덕산에서 7시 30분에 만나 아침을 먹고 차를 거림에 주차시키고 택시를 이용해 새재로 이동합니다.

 

매우 천천히 운행하여 대원사 삼거리에서 숨을 한 번 돌리고

치밭목에서 떡국을 든든히 먹고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금줄을 넘어 곰탱이 현수막부터 苦行이 시작됩니다.

눈이 허벅지까지만 쌓여 있으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차라리 심설유영深雪游泳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광거정廣居亭

 

30분 갈 길을 세 시간 만에 겨우 도달한 조개골 상류,

다섯시가 다 되어 막영하기로 하고 젤트를 세웁니다.

 

 

 

 

다음날 3식에 필요한 취수를 하니 배낭이 중량때문에 감당이 안됩니다.

등로를 따라가다 도저히 진행이 어려워 사태지역으로 탈출하여 건너는 곳까지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본래 등로는 바람에 실려 온 눈으로 거의 식별하기 어렵지만 등로를 크게 이탈하지 않고 진행합니다.

허리까지 빠지는 곳이 계속 이어져 몇 발짝을 진행하고 쉬기를 반복하지만 진전이 없고 시간이 흐릅니다.

 

 

 

 

하봉 샘터에서 힘든 내색하지 않고 '눈 때문에 더딘 것이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행을 위로합니다.

<미산>님이 간간이 앞에 서지만 돌아서서 나를 부르는 간절한 눈빛에 다시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봉 헬기장에 도착하니 오후 한 시네요. 조개골 상류에서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중봉 가는 길은 다행히 희미한 발자국이 있는데

등로는 눈이 너무 깊어서 선답자가 의도적으로 등로를 이탈한 것 같습니다.

 

눈에 빠지면 한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중봉에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 오늘 8시간 걸렸으니...

치밭목에서 중봉까지 11시간 걸렸습니다.

박 싸이트를 구축하고 두 분이 일몰 산책을 가는 동안

나는 도저히 움직일 기력이 없어 젤트 안을 정리합니다.

 

 

 

 

 

 

 

 

 

얼마나 되고 힘들었는지 술도 밥도 전혀 넘어가지가 않습니다.

 

밤새 중봉의 구상나무 울음소리는 태풍 소리를 방불케하지만.

그러나 젤트는 크게 요동치지 않았고 무사히 밤을 견뎌냅니다.

 

이틀간의 고행에 보답이라도 하듯 일출과 운해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천왕봉 북사면 이 바위 이름을 아시나요?

최초 발견자의 이름인 담화린바위입니다.

 

 

 

 

 

 

 

천왕봉에서 30분 넘게 조망놀이를 하고 세석으로 올라온 일행과 합류 점심을 먹고

<미산>선생님은 거림으로 내려가시고 마지막 박지인 시루봉 능선으로 이동합니다.

 

 

 

 

초저녁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밤이 깊어지자 잠잠해지네요.

고락을 함께한 산우들과의 사흘째 밤은 이렇게 깊어갑니다.

 

 

 

 

 

 

山은 자신을 가볍게 보는 자에게 고난을 주고 때로는 생명도 요구합니다.

이번 산행에서 두 시간 길을 1박 2일 10시간 넘게 걸렸으니

산행계획과 실행에 많은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함께하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