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192] 지기(知己)
지기를 구하는 길은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만 한 것이 없다.
대저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구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만한 것이 없다.
夫求人之知 莫若我之自知
夫 :凡, 人之知己. 莫若 : ~만한 것이 없다. 之 : ~이, ~가
- 변종운 (卞鍾運 1790~1866)
<지기설(知己說)>
《소재집(歗齋集)》
우리는 종종 남들이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을 저평가했을 때 자기를 진정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곤 한다. 단지 나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까지 알아주는 사람, 곧 지기(知己)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그런데 나보다 나은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다지 관심이 없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만한 눈이 없다. 그나마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편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것이 사람 마음이고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백이면 백 다 다른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뉘라서 쉬 알아줄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어떤 말을 했을 때 얼마나 고심 끝에 그 말을 꺼냈는지 생각 없이 말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는지 남들은 모를지라도 자기 자신만은 속속들이 안다. 어떤 일을 했을 때도 마지못해 형식만 갖춰 한 것인지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한 일인지 남들은 모를지라도 자기 자신은 안다. 남이 아무리 내 마음을 알아준다 한들 나 자신이 나를 아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 진실로 자기 자신을 안다면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쓴이는 말한다: “지기를 구하는 길은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만 한 것이 없다.”
글쓴이 : 오재환(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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