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191]신하 노릇 제대로 하기
비록 임금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백성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높은 지위와 많은 봉급은 가질 수 있으나 백성에게서 오는 원망은 면하지 못할 것이며,
비록 지금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공적은 세웠다 할지라도 뒷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雖得之君 不得之民 爵祿之豐則有之 不能不取怨於民矣
雖譽於今 不譽於後 功業之多則有之 不能不取譏於後矣
- 이곡 (李穀, 1298~1351)
<신설송이부령귀국(臣說送李府令歸國)>
《동문선(東文選)》제96권
이곡 선생이 원(元)나라에서 벼슬하고 있을 때, 고려의 왕이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윗글은 임금에 앞서 먼저 본국으로 떠나는 벗에게 신하의 도리를 일깨워주기 위해 쓴 글입니다. ‘신하 노릇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爲臣不易 可不愼之哉]’ 라고 운을 떼면서 이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말은 장황한 듯하나 요점은 매우 간단합니다. 무엇보다도 백성이 우선이라는 점, 그리고 후세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한 번 위의 번역문을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합니다.
비록 임금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백성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높은 지위와 많은 봉급은 가질 수 있으나 백성에게서 오는 원망은 면하지 못할 것이며, 비록 지금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공적은 세웠다 할지라도 뒷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임명권자에게 잘 보여 일시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진정으로 그대가 훌륭한 신하가 되고자 한다면 임명권자의 의중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여야 할 것이며, 화려한 볼거리와 숫자놀음으로 한때 국민들의 환심을 살 수는 있겠지만, 보다 긴 안목으로 바라보고 훗날의 결과를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 더 이상 무슨 해설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윗사람 눈치나 살피고 당장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 과장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이 이 글을 읽고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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