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細石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120707~08)

도솔산인 2012. 7. 9. 11:09

 

細石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120707~08)

 

 

曉月

 

 

▣ 일 시 : 2012년 07월 07일(토) ~ 08일(일)

▣ 산행지 : 지리산

▣ 코 스 : 거림옛길-음양수[놀뫼산방팀 합류]-창불대-영신대-촛대봉-청학연못-시루봉-도장골-거림

▣ 인 원 : 5명[<김학래>님, <육교수>님, 전샘, 김샘, 予]

 

 

며칠 동안 계족산을 바라보다가

호박잎 한 단 들고 지리로 향합니다.

 

지리를 닮은 계족산

 

 

세석 옛길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산짐승의 영역 냄새가 진동하고..

 

'일행이 무슨 냄새지요?'라는 물음에

'나는 모르겠는데..'라고 말을 흐립니다.

 

몇 번 곰과 조우했지만 성체가 된 반달곰때문에

앞으로 지리 산행이 많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리 은일지사 宇天 허만수 선생의 초막터와 기도터를 지나며

牛溪 성혼의 아버지 聽松 성수침(*) 선생의 일생이 생각납니다.

 

 

☞ (*) 성수침[成守琛 1493~1564] : 조선 전기의 학자. 본관 창녕. 호 청송(聽松) 조광조(趙光祖)의 문인 평생을 서울 백악산(白岳山) 아래와 파주의 우계(牛溪)에서 살다간 은일지사(隱逸之士).[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고전포럼 한시감상 서른두번째 이야기]

 

 

 

 

無喜無憂(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成守琛(1493~1564)

 

坡山之下      可以休沐

古澗淸泠      我纓斯濯

飮之食之      無喜無憂

奧乎玆山      孰從我遊

 

 

파산坡山의 아래/쉬면서 머리를 감을 수 있네

옛 시내 맑고 시원하니/나의 갓끈을 이 물에 씻고

물 마시고 밥 먹으니/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깊숙한 이 산 중에서/누가 나를 따라 노니는가?

 

 

坡山 : 경기도 坡州 坡平山. 澗 : 산골물간. 纓 : 갓끈영. 濯 : 씻을탁. 奧 : 깊숙할오, 아랫목오

 

 

산에 들어 본래 濯足이나 浴川을 하지 않는데 

마지막 계곡에서 실제로 쉬면서 머리를 감고(休沐)

산에서 有從我遊者하니 聽松선생이 부럽지 않습니다..

 

음양수에 도착(18:00)하여 호박잎 껍질을 벗기면서,

혹시하는 마음에 30분쯤 더 머물다가 목적지로 향합니다.

 

 

      

 

 

 

曉月

 

이른 새벽 사람소리가 났는데

낙남 정맥꾼들로 알았습니다.

 

 

 

 

 

 

 

 

 

 

 

 

반야는 끝내 속옷을 벗지 않네(육교수님 말씀ㅎ)

 

 

점필재가 바라본 청학사동은 어디쯤 일까요?

 

 

 

 

 

 

 

 

 

 

 

 

 

 

 

 

창불대를 산책하고 영신대로 향하는데

점필재<靈神菴>詩가 저절로 나옵니다.

 

 

               靈神菴(영신암에서)

   

                                             金宗直

 

        箭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창불대)와 거상(대성폭)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주지승)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모름지기 촌장(은둔선비)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한시는 고금을 통하는 특수한 언어입니다.

 

 

 

 

石門

 

 

방장의 노선사가 열어주었다는 石門

 

 

       

 

 

       

 

 

      

영신대 제단에 술 한 잔 붓고...

 

 

촛대봉에서 <백산>님을 만났으나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쳤습니다.ㅎ

 

 

 

 

 

 

 

 

 

 

 

 

다시 가 본 세석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었습니다.

 

옛 선인들의 삶을 돌이켜 보니

산행이 자꾸 덧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山親의 말처럼 '인생은 덧없고 덧없으니 덧없어라!'

 

부디 나의 彷徨과 蠻行이 도피가 아닌

'風流의道' 이길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