細石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어라(120707~08)
曉月
▣ 일 시 : 2012년 07월 07일(토) ~ 08일(일)
▣ 산행지 : 지리산
▣ 코 스 : 거림옛길-음양수[놀뫼산방팀 합류]-창불대-영신대-촛대봉-청학연못-시루봉-도장골-거림
▣ 인 원 : 5명[<김학래>님, <육교수>님, 전샘, 김샘, 予]
며칠 동안 계족산을 바라보다가
호박잎 한 단 들고 지리로 향합니다.
지리를 닮은 계족산
세석 옛길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산짐승의 영역 냄새가 진동하고..
'일행이 무슨 냄새지요?'라는 물음에
'나는 모르겠는데..'라고 말을 흐립니다.
몇 번 곰과 조우했지만 성체가 된 반달곰때문에
앞으로 지리 산행이 많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리 은일지사 宇天 허만수 선생의 초막터와 기도터를 지나며
牛溪 성혼의 아버지 聽松 성수침(*) 선생의 일생이 생각납니다.
☞ (*) 성수침[成守琛 1493~1564] : 조선 전기의 학자. 본관 창녕. 호 청송(聽松) 조광조(趙光祖)의 문인 평생을 서울 백악산(白岳山) 아래와 파주의 우계(牛溪)에서 살다간 은일지사(隱逸之士).[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고전포럼 한시감상 서른두번째 이야기]
無喜無憂(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成守琛(1493~1564)
坡山之下 可以休沐
古澗淸泠 我纓斯濯
飮之食之 無喜無憂
奧乎玆山 孰從我遊
파산坡山의 아래/쉬면서 머리를 감을 수 있네
옛 시내 맑고 시원하니/나의 갓끈을 이 물에 씻고
물 마시고 밥 먹으니/기쁨도 근심도 없어라
깊숙한 이 산 중에서/누가 나를 따라 노니는가?
☞ 坡山 : 경기도 坡州 坡平山. 澗 : 산골물간. 纓 : 갓끈영. 濯 : 씻을탁. 奧 : 깊숙할오, 아랫목오
산에 들어 본래 濯足이나 浴川을 하지 않는데
마지막 계곡에서 실제로 쉬면서 머리를 감고(休沐)
산에서 有從我遊者하니 聽松선생이 부럽지 않습니다..
음양수에 도착(18:00)하여 호박잎 껍질을 벗기면서,
혹시하는 마음에 30분쯤 더 머물다가 목적지로 향합니다.
曉月
이른 새벽 사람소리가 났는데
낙남 정맥꾼들로 알았습니다.
반야는 끝내 속옷을 벗지 않네(육교수님 말씀ㅎ)
점필재가 바라본 청학사동은 어디쯤 일까요?
창불대를 산책하고 영신대로 향하는데
점필재<靈神菴>詩가 저절로 나옵니다.
靈神菴(영신암에서)
金宗直
箭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창불대)와 거상(대성폭)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주지승)의 노선사가 석문을 열어주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속세의 길 다시 밟으리니,
須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모름지기 촌장(은둔선비)을 불러 술이나 받아오게.
한시는 고금을 통하는 특수한 언어입니다.
石門
방장의 노선사가 열어주었다는 石門
영신대 제단에 술 한 잔 붓고...
촛대봉에서 <백산>님을 만났으나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쳤습니다.ㅎ
다시 가 본 세석에는 기쁨도 근심도 없었습니다.
옛 선인들의 삶을 돌이켜 보니
산행이 자꾸 덧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山親의 말처럼 '인생은 덧없고 덧없으니 덧없어라!'
부디 나의 彷徨과 蠻行이 도피가 아닌
'風流의道' 이길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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