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2박 3일(120119~21)
▣ 일 시 : 2012년 01월 19일(목) ~ 12년 01월 21일(토)
▣ 산 행 지 : 민주지산
▣ 코 스 : 물한리주차장-황룡사-민주지산-대피소(2박)-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황룡사-물한리
▣ 인 원 : 2명(山影과 나)
처음 민주지산에 다녀온 것은 1998년 가을
그해 4월 공수부대의 천리행군 훈련 중 민주지산 정상 부근에서 폭설을 만나
저체온증으로 6명이 사망하는 인명 사고로 온 나라 안이 떠들석했던 해이다.
이 사고로 인해 민주지산이 전국에 알려져 찾는 이가 늘어나자,
마을 부녀회에서 등산객들에게 잔치 국수를 파는 진풍경이 일어났으니
혈혈청년 여섯명의 죽음이 주민들에게도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10여년 사이 비포장도로는 2차선 포장도로로 바뀌었고,
대형 주차장이 만들어지고 민박집과 펜션도 들어섰으며,
정상 부근에는 무인대피소가 있어 산행하는 이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평일이라 찾는 이 없을터 이틀 동안 산의 주인 노릇을 하고
가는비가 내려 산 정상에는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산길에 접어드니 예상대로 세설이 내리는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산길이라면 운치가 더 있을텐데
비포장 신작로(?)가 나 있고 갈림길에서 정상 8부능선까지
임도 수준의 길이 이어져 산행이 맛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대피소에 도착 청소를 하고 마대 자루에 버려진 쓰레기와 술병을 담으며
산을 다니는 이들의 시민윤리 수준을 생각하면서 나 또한 자유롭지 않았다.
짐 정리를 한 후 산영의 안내로 샘 찾기에 들어갔다.
위 이정표에서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방향 100m 가량 내려가는데
통나무 계단으로 상당히 급경사라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영동을사랑하는모임(영사모)카페(펌)
이곳이 龍化川(용화천)이 발원하는 샘泉으로
시에라 컵과 날진병을 가지고 가야 수낭에 담을 수 있고
겨울에도 얼지 않아서 우리는 10리터를 취수하였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불고 상고대가 붙기 시작했다.
각호산
석기봉
정상에 올라갔지만 각호산은 조금 보이고 석기봉 쪽은 종일 희미하다.
다음날 오산에서 온 네 분과 천안에서 홀로 오신 분
종일 고즈녁한 대피소에 다녀간 사람은 고작 두 팀이다.
셋째날 아침 지난밤 바람이 불어 많이 떨어졌지만 능선은 상고대의 천국이다.
하늘만 파랗다면 덕유산과 다를 바가 없다.
능선길
스패츠 없는 핑계로 뒤따라 갔는데
산영이 럿셀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등산화 끈으로 발목을 묶고 석기봉까지 앞서갔다.
마애불 유래 설명 스덴판에 '民主之山'이라고 써 있어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니 산영이 그것이 맞다고 우기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한문선생인데 "야! '岷周之山'여! 이눔아!"라고 하고 싶었다.
물이 없어서 氷山의 一角을 녹였다.
석기봉은 석화가 기이하다.
미친 존재감의 상고대를 보라!
산영은 무엇에 홀린 듯...
어느 산객의 작은 정성을 보니 작은 감동이 절로 일어난다.
걸음을 멈추고 물 마시고 싱겁게 웃었다.
백설의 아름다운 눈도 속세에 내려오니 비로 변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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