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동부 옛길을 따라서(111022~23)

도솔산인 2011. 10. 24. 09:46

 

지리동부 옛길을 따라서(111022~23)

 

▣ 일     시 : 2011년 10월 22일(토) ~ 10월 23일(일)

▣ 산 행 지 : 지리 동부

▣ 코     스 : 새재마을-치밭목대피소-사태지역-하봉헬기장-영랑재-마암-옛길-청이당터-철모삼거리-새재마을

▣ 날     씨 : 22일 오전 비 오후 개임. 23일 구름. 아침 온도 영상 9도

▣ 인     원 : 4명[<미산>님, <김인욱>님, <히말라야>님, 余]

 

지리 동부에 들면 생각나는 詩가 있으니 바로 <점필재>의 <숙고열암>이다.

 

3년전 10월 1472년 점필재가 올랐던 옛길을 올라 영랑재 근처에서 한둔寒屯을 하였는데

그날 밤 바람 소리는 파도 소리와 정말 흡사하여 모두 바닷가에 있는 듯 착각하였으니

<숙고열암>을 애송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따금 하봉 능선을 찾는 이유이다.

 

고열암에서 묵다

 

                                               <점필재>

 

지친 몸 지탱하려고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소나무 파도 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구곡선경에서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뜬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한밤중에 바위 골짜기 닫혀있구나.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지리산의 영랑재에 대한 내용이 담긴 김종직의 <遊頭流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출처 : 조선시대 유산기 펌]

 

  여기서(청이당)부터 영랑재까지는 길이 극히 위태롭게 매달려 바로 [봉선의기]에서와 같이  이른바 뒷사람은 앞 사람의 발 밑만 보이고 앞 사람은 뒷사람의 이마만 보면서 나무뿌리를 더위잡고서야 오르내릴 수가 있었다. 해가 이미 오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영랑재에 올라갔다. 함양(咸陽)에서 바라보면 이 봉우리가 가장 높게(험준하게) 보이게 되니, 여기에 이르면 다시 천왕봉(天王峯)이 우러러 보인다. 영랑은 신라(新羅) 때 화랑(花郞)의 우두머리였는데, 3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산수(山水)에서 노닐다가 일찍이 이 봉우리에 올랐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소년대(少年臺)는 봉우리 곁에 있어 푸른 절벽이 만 길이나 되었는데, 이른바 소년이란 아마 영랑의 무리었을 것이다.

 自此至永郞岾. 道極懸危. 正如封禪儀記 所謂後人見前人履底. 前人見後人頂. 攀挽樹根. 始能下上. 日已過午。始登岾 自咸陽望。此峯最爲峻絶。到此 則更仰視天王峯也。永郞者。新羅花郞之魁。領三千徒。遨遊山水。嘗登此峯。故以名焉。少年臺。在峯側。蒼壁萬尋。所謂少年。豈永郞之徒歟。 

* 自~至 : ~에서~까지, * 豈~歟  아마 ~일 것이다. 履 : 신발리, 底 : 밑저 攀 : 더위잡을반, 매달릴반, 挽 : 당길만, 끌어당길만, 尋 : 발심(두 팔을 벌린 길이) 其 : 豈: 어조사기, 歟 : ~인가?(의문), ~인저(감탄), ~일 것이다(추측)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永郞岾(영랑재)의 岾는 國字(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유두류록에 나오고 금강산 楡岾寺(유점사)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용례가 아주 드문 漢字로

우리 선조들이 한자어(인명)와 고유어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 지명에 쓰인 한자로 짐작된다.

                                                      * 注  岾 : 재재, 절점(동아출판사 자전)

 

위 원문을 보니 岾을 峰으로 여러 차례 설명하고 있어 永郞峰도 무방하나

유두류록을 칭할 때에는 영랑대가 아니고 영랑재로 읽어야 한다.

 

臺는 문자학적으로 高(획줄임)+至+士가 결합한 한자로 사방을 바라보기 위해 흙으로 높이 쌓아

병사(士)가 와서 머무는(至) 본래 인위적인 시설(군사 시설)의 의미가 들어있고,

산봉우리를 여러 곳에서 臺라고 쓴 것으로 보아 여러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봉으로 생각된다.

 

이번 산행은 국내 足家 名門의 고수이시고

해외원정으로 TV에 가끔 출연하신 임순만 대장님이 함께 하셨는데

國內는 勿論 國外山도 자주 원정을 가시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태풍 무이파로 등로초입 다리는 끊어지고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할꼬?

<인욱이> 형님이 스틱 하나를 계곡에 빠뜨렸으니

 <公無渡河歌>가 생각 납니다.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은 결국 물을 건너다가

 

스틱 하나를 물에 빠뜨렸으니

정말 이 일을 어찌할꼬?

 

 

 

 

 

 

 

오늘도 바람소리는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파도 소리처럼 들리더니 드디어 안개 바람이 걷히고

초롱초롱한 별빛과 백무동과 추성동의 불빛이 운치를 더한다.

 

 

동이 틀무렵 새소리에 만물은 어둠에서 깨어나고

녹나무 회나무 숲에는 찬란한 아침 빛의 향기가 가득하다.

 

 

 

 

그대는 영랑재의 일출과 일몰, 브로켄을 아는가?

 

 

 

 

 

 

 

 

 

 

 

 

 

 

 

 

 

 

 

 

 

 

 

 

 

 

 

 

 

 

단풍에게 아름답게 나이먹는 법을 물어 보았는데

 

  홀연 <미산>님이 행복한 微笑로 답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