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崇祖惇宗/창의일기

丙申年(1896년) 三月 二十八日

도솔산인 2006. 5. 4. 20:16

▶丙申年(1896년) 三月 二十八日
 二十八日 移陣于聞慶大井 去倭站才五十里 招諭諸將曰 吾輩用兵出於不已 而志在撥反 撥反不得 則非徒無益 此去彼站不遠 諸軍其從我進取乎 皆曰 彼强我弱 鋒不可當 俄而濃雲密布 雨下如注 非進趨之時也


 삼월 이십팔일 陣(진)을 聞慶(문경) 大井(대정)으로 옮겼다. 倭(왜)의 驛站(역참)과의 거리가 겨우 五十里(오십리)였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깨우쳐 말하기를 '우리들이 그만 둘 수 없음에 의병으로 나왔고,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도로 돌아감에 뜻이 있으니, 난세를 바로잡아 태평한 세상으로 돌릴 수 없으면, 다만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곳과 저들(倭軍) 驛站(역참)과의 거리가 멀지 않으니, 제군들이 나를 좇아 나아가 왜적들을 취하겠는가?' 諸將(제장)들이 다 말하기를 '저들(日本軍)은 强(강)하고 우리(義兵)는 弱(약)하여 날카로운 기세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갑자기 짙은 구름이 빽빽하게 널리 퍼지고 비가 내리는데 마치 물을 퍼붓는 것과 같아 군사가 前進(전진)할 때가 아니었다.

 

·已:그만둘이
·撥反:撥亂反正의 준말.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도로 돌아감.
·撥亂反正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다스려 치안을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함.
·反正:정도로 돌림. 태평한 세상으로 돌이킴. 정도로 돌아감.

 余乃仰天歎曰 自八月以後 忠憤所激 有出位之思 而提兵數朔內 自相攻   小賊容在垣墉 其於十八强國 何且乘輿播越 逼於外夷
 哀痛之詔 反爲飭諭 有志之士 陷於無名 功成之前 措躬無地 顧此不 欲赴鬪以死 則人不從我 欲歸家安業 則生不如死 寧 海竄林 待諸君報捷之日 是所望也
 此間有子房 願諸君往見之 乃投書于柳兄建一 全付士卒 則建一以其從祖梁山丈 仗義一門 兩擧有所如何云 固不可强


 내가 이에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여 말하기를 '팔월 이후부터 충성심과 분개함으로 소용돌이치는 바 자리에서 나올 생각이 있어서 군사를 거느리고 數朔(수삭) 안에 몸소 다스린 일들이 보잘것없이 매우 적다. 작은 도적들의 모습은 그 十八强國의 담 안에 있으며, 어찌 또한 임금의 수레가 도성을 떠나 난을 피하여(俄館播遷) 오랑캐에게 핍박을 당하는가?
 애통한 詔書(조서:詔勅)는 도리어 勅諭(칙유:임금이 몸소 타이르는 말)가 되었다. 뜻이 있는 선비는 명분이 없음에 빠지게 되었고 성공하기 전에는 몸 둘 곳이 없다. 이곳을 돌아보고 내(재주가 없음:자기의 겸칭)가 나아가 싸워서 죽자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따르지 아니하고, 집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자고 하면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고 하니 차라리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돌아다니듯 流浪(유랑)을 하고 숲 속에 숨어서 제군들이 원수를 갚고 승리하는 날을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라는 바이다.'
 이 사이에 子房(자방?)이 있어 諸君(제군)들을 가서 만나기를 희망하여 이에 柳兄(유형)建一(건일)에게 글을 보내 '사졸들을 전부 부탁한다. 곧 건일은 그 從祖(종조:할아버지의 형제)가 梁山(양산) 어른으로 義兵(의병)을 일으킨 一門(일문)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높이 들어 올림이 어떠한가?' 라고 하였다. 진실로(굳이) 억지로 권할 수 없는 일이다.

 

·忠憤:충성심에서, 또는 진실한 마음에서 그 일의 옳지 않음을 분개함.
·相攻(상공):다스리다(春秋左氏傳)
·  (요마):쓸모 없음. 보잘것없음. 매우 작고 미미함.
·垣墉(원용)담. ·乘輿:임금의 수레. 거둥 때의 임금을 이르는 말.
·播越(파월)임금이 도성을 떠나 난을 피함.
·詔:임금의 선지를 일반에게 널리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
     詔命(조명). 詔勅(조칙) 詔(조)는 준말.
·飭諭:임금이 몸소 타이르는 말.
·不 :①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 재주가 없다는 뜻. ②구변이 없음.
· 海:乘 浮于海[論語]
·仗義(장의):義에 의지함. 義에 따라 행동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