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추억산행

설악산 서북주능종주&아침가리 백패킹II(050812~15)

도솔산인 2009. 5. 14. 18:18

                                                 설악산 서북주능종주&아침가리 백패킹II(050812~15)

 

【산 행 후 기 : 3일차 (8월 14일)】

  

  무박 산행을 하는 산객들의 소리에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이제 잠을 자기는 틀렸고 조금은 일찍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와 취사준비를 한다. 밤새 텐트를 후려치던 바람도 이제는 그 힘을 잃어가고 설악은 짙은 안개속에 쌓여 있다.


  5시 30분 오늘의 산행이 시작된다.

귀청 가는 길가에는 여기저기 비박터가 보이고 아직 잠에 빠져 있는 팀들을 위하여 조심스레 산길을 오르다가 안내산악회를 따라온 등산객 한무리를 추월한다.  

 귀청을 오르는 너덜경을 통과 할 때는 바람이 휘몰아쳐 중심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심스레 올라 6시 20분 귀때기청봉(1,580m)에 올라선다.

귀때기청봉에 올라 휴식중



 

 20여분간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귀청을 내려간다.

귀청을 내려서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바위마다 진흙이 잔뜩 묻어 있어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중에 보니 수석이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또 다른 등산객은 팔뚝과 얼굴에 상처까지 있다.


  이어지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발걸음은 더디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위험지대에서 오름과 내림을 지켜보니 고정로프를 잡고서 다들 무사히 넘나든다.

  자그마한 바위턱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인사를 한다. 2000년 초오유원정대 진주팀의 등반대장이였던 권오문을 뜻밖에 만난 것이다. 하산할 때 까지 두 번을 더 만나게 된다.


  위험지대를 몇 번인가 지나쳐 8시 40분에는 △1,408봉을 통과하여 △1,289봉을 지나가는 사이 서서히 안개가 물러가기 시작하여 왼쪽으로 점봉산의 봉우리가 바라다 보인다.


  어제 밤 대전에서 출발한 행보기와 유작가를 만나기로 한 9시 30분의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를 않았다. 바위 지대가 사라지고 질척거리는 등산로를 속보로 내달려 9시 50분 대승령에 도착하여 친구들을 찾는데 마침 행보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바람이 불어 바로 아래에 있단다. 그대로 쳐다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행보기와 유작가가 있다. 유작가와 같이 사는 이씨부인도.......


  친구들이 가져온 차가운 얼음물로 갈증을 달래고 복숭아 하나를 집어 먹고 있으니 하나둘 당도하고 마지막으로 인균이와 단지가 도착해서 휴식시간을 갖고 11시 05분 출발한다.

  대승령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금 내려선 후 비탈길을 올라 고갯마루인 안산갈림길에 11시 30분에 도착하여 15분간 휴식을 취한 후 내리막길로 12선녀탕 계곡에 들어선다.


  20여분 정도를 내려가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물은 보이지를 않는다. 아마도 바위 밑으로 흘러내리는 듯 하다. 여기서 5여분여를 더 내려서니 조그마한 물줄기가 보이고 이곳에서 점식식사를 위하여 멈춰 선다.


  점심준비를 하는 동안 등산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10여초를 견디기가 힘이 든다. 온도계의 눈금이 14도까지 내려간다. 설악의 계곡을 여기저기 다녀봤어도 이렇게 차가운 계곡물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긴 휴식과 점심식사 후 14시에 십이탕으로 내려선다.


  12선녀탕계곡은 우거진 숲속으로 암반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은 바위를 깎아 내리며 탕을 만들고 탕마다 넘치는 물은 폭포를 이룬다.

  폭포와 탕의 연속으로 구슬 같은 푸른 물이 갖은 변화와 기교를 부리면서 흐르고 있다.

풍부한 수량의 두문폭포에서 유작가에 부탁해서 기념촬영을 하고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아쉽지만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두문폭포에서

 

  철구조물을 잡고 힘겹게 내려오다 난간을 넘어서서 복숭아탕으로 다가선다. 폭포아래 복숭아 형태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곳으로 십이탕 중 백미로 손꼽힌다. 지나가는 오씨, 최씨를 불러 기념촬영까지 하고......


십이선녀탕 중 백미 손꼽히는 복숭탕에서

 

  응봉폭포를 지나서부터는 계곡을 가로 지르는 철제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등산로 또한 양호하다. 위령비를 지나 남교리 매표소에 도착하니 17시 26분 길고 긴 서북주능 산행을 마감한 것이다.

 

  곧이어 쫒아온 친구들과 행보기와 유작가가 아침에 미리 대기시켜 놓은 카니발을 타고 오색으로 향하고 코란도를 찾아서 아침가리로 향하던 중 행보기의 승용차와 합류한다.

  네비게션에 의지하여 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에 위치한 아침가리를 찾아들 때쯤 대전등산학교 교장인 선배님으로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막영터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진동리에 도착하여 마을앞 주차장에 선배님과 나란히 막영을 하고 내일의 아침가리를 꿈꿔본다.

 

                                                                                                                                    글 사진 : 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