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하반기 학급단합대회(081129)
아무런 장비도 없는 학생들을 50여명 데리고 산과 바다로 수련회를 10년 넘게 다녔으니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일이었다. 2박3일 라면을 먹는 녀석들을 보다 못해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석유버너 3대와 식당용 100리터, 70리터, 50리터 식깡(?)에 밥그릇과 수저까지 마련하여, 동료 직원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온갖 먹거리를 고아대고 삶아댔으니 아니해 본 음식이 없었으니.....
육계장, 소머리국밥, 도가니탕, 돼지고기수육, 돼지고기 주물럭, 목살죽통구이, 엄나무백숙, 삼계탕 등 헤아리기도 어렵다. 내 밥을 먹은 놈들은 졸업하고도 제 담임을 외면하고 굳이 나를 더 따르니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제지정도 해볼 만한 일이다.
'너희들에게 초중고의 마지막 담임이리니 아이들에게 주는데 귀하고 천한 일이 어디 있으랴! '라는 생각에 어제 퇴근을 하고 무우와 멸치, 버섯에 양념을 넣어 오뎅육수를 만들고 간을 해서 망에 걸러 들통에 담았다. 오늘 아침 비가 내려 도솔산에 가기로 한 것을 취소하고, 아이들은 교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나는 교무실에서 오뎅을 끓였다.
교무실 앞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이들이 어수선하니 교장선생님이 올라오셨다가 오뎅 한그릇 자시더니 한 그릇 다시 담아서 교장실로 가시고...
햄버거가 준비되고...
아이들 종례하고 교무실에 오니 교감선생님이 남은 국물을 버리지 말라고 하시며 마지막 들통을 비운다.ㅋ
한 번 뿐인 인생을 이렇게 자기 일에 미쳐서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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