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周而不比/연소서재

조선 프로페셔널(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도솔산인 2007. 4. 16. 11:15
 

 

                                 조선 최고의 폐인(廢人)들 혹시 아시나요?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한 가지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마니아’ 혹은 ‘폐인(廢人)’이라 부른다. 이는 자칫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하나에만 몰두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한문학자 안대희에 의하면 ‘폐인’은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 없이 도전한 사람들’로 정의된다. 이를 책 <조선의 프로페셔널>을 통해 증명했다.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폐인’의 대상을 18세기 조선시대 인물로 정했다는 점때문이고, 둘째는 이들이 모두 역사교과서는커녕 자유롭게 서술한 역사책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던 ‘신예’라는 사실 때문이다.


 책은 여행가, 프로기사, 책장수, 원예가, 천민 시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을 드러낸 인물들을 다룬다. 저자에 의해 발굴된 이는 총 10명. ‘마니아’에서 한 단계 비약하여 그 분야 최고가 되기를 꿈꾸던 이들이다.


 조선 제일의 국수가 되기 위해 10년을 바둑만 둔 평민 소년 ‘정운창’, 시인이 되고자 십 년간 밤을 새운 종 ‘이단전’, 서양서라면 정승 판서의 집이라도 선을 넣어 책을 뺐던 ‘정철조’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취미로 여가생활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열정과 집념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지배집단’에 속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같다. 이 중에는 중인, 평민, 천민, 기생도 있다.


 저자 안대희는 “당시에도 관심은 대개 정치, 교육, 경제와 같은 거시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아무리 그 성과가 크다 해도 주목받기 어려웠다”며 발굴 의의를 전하고 있다.


 안대희는 상상이나 추측에 의해 인물의 삶을 가공하지 않았다. 오로지 ‘문헌’을 근거로 조사, 해석코자 했다. 본문과 함께 실린 참고문헌과 주석은 그 노력의 증거물이다.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18세기 후반, ‘창해일사’란 호를 사용한 정란(1725~1791). 그는 그저 여행이 좋아서 조선 천지를 발로 누빈 여행광이다. 그는 서른 살부터 20여 년간 조선 팔도를 구석구석 탐방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대동강에서 금강산까지 산천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은 천생 여행가였다. 당시 백두산은 오지 중의 오지로, 등산이 아니라 탐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개인의 의욕만으론 오를 수 없는 산이었던 것. 백두산과 한라산 등반은 여행가로서 최종의 목표였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글로, 그림으로 남겼다.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그가 당시 문인, 화가들에게 부탁하여 마련한 ‘와유첩(臥遊帖)’이 공개되기도 했다.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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