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지리산 천왕봉&세석 일원 탐방기(061014-15)

도솔산인 2006. 10. 15. 23:28

지리산 천왕봉&세석 일원 탐방기 

 

■ 일   시 : 2006년 10월 14일(토) - 10월 15일(일)[1박 2일]
■ 집결지 : 유천초교뒤(07:00)
■ 산행지 : 지리산(세석 천왕봉 일원)
■ 코   스 : 백무동 - 첫나드리 폭포 - 가내소 - 한신 지계곡 -  천령폭포 - 내림폭포 - 장군바위 - 장터목 - 제석단 - 천왕봉 - 장터목 - 촛대봉 - 청학연못 - 영신사지 - 영신대 - 세석 - 한신계곡 - 백무동
■ 인   원 : 3명[강사장님, 김전무님, 연소재]
■ 장   비 : 공동 개인 비박장비 알아서 내가 챙김


 

*산행기(첫날)

 약속시간(07:00) 김전무가 정확히 나타나고, 차량에 배낭을 싣고 강사장님에게 전화를 한다.

사모님이 준비해 주신 과일과 개인 간단한 소지품만 준비하신 마스터강... 30년만의 박산행이라고 하신다.

 

 백무동 주차장에 파킹하고 배낭을 꾸린다.

<강사장>님 한계 중량을 15kg에 맞추고, 김전무는 16.5kg, 나는 평소대로...

오늘의 산행 목적지는 주능선 비박지...

한신계곡 초입 평탄한 등로를 따라 오른다. 시간이 늦어서 산객이 눈에 띄지 않는다. 첫나드리 폭포를 지나 가내소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가뭄으로 단풍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쏟아진 낙엽이 소 가장자리에 수북히 떠있다.

 

 한신 지계곡...

 희미한 등로는 낙엽으로 흔적을 감추고 이따금 보이는 시그널이 오히려 안타깝다.

계곡을 따라 올라 얼마되지 않아 넓다란 암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 六友堂

 山은 吾仁者所樂也니 見山이면 則存吾仁이요 水는 吾智者所樂也니 見江이면 則存吾智라.

雪之壓冬溫하여 保吾氣之中也하고 月之生夜明하여 保吾體之寧也라.

風有八方하여 各以時至는 則吾之无妄作也요 花有四時하여 各以類聚는 則吾之無失序也라.

<中略>

 天地는 父母也요 物은 吾與也니 何往而非友哉리오. 此眞吾益友也哉인저.<牧隱集>


* 자연에서 찾은 여섯 벗

산(山)은  우리 어진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니 산을 보면 우리의 어짊을 보존하고,

물(水)은 우리 지혜로운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니 물을 보면 우리의 지혜를 보존한다.

눈(雪)은 겨울의 따듯함을 눌러 우리 기운의 알맞음을 보전하고,

달(月)은 밤의 밝음을 만들어 우리 몸의 편안함을 보전한다.

바람(風)은 팔방이 있어 각각 때에 맞게 이르르는 것은 우리가 망령되이 행동함이 없는 것과 같고,

꽃(花)은 사계절이 있어서 각각 무리로써 모이는 것은 우리가 질서를 잃음이 없는 것과 같다.

<중략>

천지가 부모라면 만물은 우리의 동료이니 어디에 간들 벗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진실로 우리의 이로운 벗이로다!

  

·牧隱集 : 高麗 末의 學者 李穡(1328∼1396)의 詩文集. 그의 號는 牧隱, 本貫은 韓山. 高麗末 三隱의 한 사람으로 李齊賢의 文人.


 한참을 오르니 <천령폭포> 아래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와 폭포소리가 섞이어 들린다.

가까이 가니 '시원산방' 주인이신 <남동풍>님이 아닌가?  인사를 나누고 배낭에서 린을 꺼내 한잔씩 나눈다. 콕휄에는 海狗腎 같은 안주(?)가 있는데 입에 한점을 넣으니 씹히는 맛이 야릇하다.

 

 먼저 자릴 일어서는데 <허브>님이 병어를 주신다기에 생선가게 병어만한 줄 알았는데 헉! 크기가 kg를 넘는다.   

天靈瀑布 : 하늘로 신령(영혼)이 드나드는 폭포(통로)라는 뜻이 맞는지...

 

 내림폭포를 지나 장군바위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으로는 계곡 물이 흐르고 쌓인 낙엽으로 등로는 점점 희미해진다. 너덜지대와 산죽이 이어지고 장터목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외에는 이미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다.

 왼쪽 능선으로 산죽과 정글을 치고 올라가니 한참 만에 백무동 능선길이 나타나고 같은 높이에 장터목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터목 산희샘에서 물을 받으려는 행렬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올라온다. 석양을 바라보니 두터운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에라! 사는 일이 조이불망(釣而不網 : 어떤 일에 낚시를 드리운 듯 올인하지 마라는 뜻) 이어늘...      

김전무가 준비해 온 해물파전과 고량주&소주 + 정담을 나누며 별빛을 술잔에 담아 마시는 밤...

11시가 되어 다음 날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손님 두 분은 본채에서 나는 행랑채에서...

그러나 체조선수들을 지그만치 9명이나 집에 데리고 있는 김전무(대한체조협회 시설이사&대전광역시 전무이사) 10년만의 외출인데도 애들 걱정에 잠 못이룬다.  

* 가위에 눌린 밤 이야기...

살짝 잠이 들었는데 '너! 누구얏?' '누구냐고?'하는 소리에 잠이 깬다. <강사장>님 가위가 눌린듯 불러서 깨우니 '어떤 사람이 아무 말도 없이 옆에 와 눕길래 '누구냐고 물어도 이름을 모른다고 하며 옆에 와 비집고 눕더라' 며 '마치 생시 같다'고 한다.

 

 하늘을 보니 제석봉 위에 하현달이 걸려 있다.

나도 잠시 잠이 들었는데  누가 자꾸 침낭을 잡아다니는 것 아닌가?  '놔! 놔! 안놔!'라는 소리에 다 잠이 깨서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을 맞는다. 연하봉 위에는 긴 불빛의 행렬이 이어지고 아침 밥을 버너에 올려 놓고 된장 찌개를 끓인다.

 

* 다음에 이곳에 가서 신세 짓는 분은 告示禮(고수레 :  들놀이·산놀이를 가서 음식을 먹을 때, 먹기 전에 자리 밖으로 “고수레” 하고 음식을 던지는 일)를 하시는 것이 어떨지...

두 분은 빈몸으로 천왕봉에 다녀 오라 하고, 한시간 넘게 제석봉에서 홀로서서 조용한 아침을 즐긴다.  

청학연에서...

누가 이 높은 곳에 연못을 만들었을까?

가뭄으로 물이 많이 줄어 있고 사람이 많이 다녀간 흔적이 역력하다.

20명 가까운 한무리의 산객들이 몰려온다. 자리를 피하려다 때가 늦어 미쳐 피하지 못한다.

리더인 듯한 자에게 '어디서 오셨죠?' 묻는데 '지리산 산길따라' 마크가 섬명하다. '저도 <지산 카페>에 가입했는데요...'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철화>님' 이다.

석가섭(측면에서 보면 가히 석불에 가깝다) 

영신사지

 동병상련이런가? '지리산 절세경승'을 <유산객>들에게 내주고 이런 후미진 곳을 찾아다니는 공통점이 있다. 갈 길을 물으니 '영신사터'를 탐방한다기에 거림과 의신 삼거리를지나 영신사지에서 작별하고 다음 산에서의 만남을 기약한다. 

영신봉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다.

지난 8월 찾았던 기억을 좇아 창불대를 가름해 본다. 영신대 초입으로 들어가니 의신 큰세게골 절경이 펼쳐진다. 영신대에 도착 점심을 먹고 한참 휴식을 하고 있는데 한무리 산객들이 큰세게골에서 올라온다. 우리 배낭과 소지품을 치우기도 전에 자리를 밀어내니 어쩔 수 없이 배낭을 메고 일어난다. 

 

 하산길에 세석에 들러 세수를 하고 한신계곡으로 하산하여 장터목식당(개인택시) 사장님에게 커피 한잔 얻어 먹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17:00 대전에 모임이 있어 서둘러 대전을 향해 출발, 차안에서 어제 오늘 산행에 대한 총평을 하고, 서로에게 수고와 격려의 덕담을 나누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