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六友堂記/산행기록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회나무(檜)와 청려목(靑藜木)

도솔산인 2022. 10. 10. 11:04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회나무(檜)와 청려목(靑藜木)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에 나오는 목본류 중 회나무(檜)와 청려목(靑藜)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답사를 하였다. 회(檜)는 자전대로 국역하면 전나무나 노송(老松) 나무이다. 회나무(檜)를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로 추정한 것은 고산지대에 군락으로 자생하기 때문이다. 청려(靑藜)는 글자대로라면 청려장을 만드는 명아주이다. 명아주는 한해살이풀이고 고산지대에 자생하지 않는다. 다수의 유람록(1851년 하달홍의 두류기, 1924년 강계형의 두류록, 1925년 장화식의 강우일기)에서 청려(靑藜)를 나무로 분류하고 있다. 지리산 유람록에 나오는 회나무(檜)와 청려목(靑藜)은 다소 혼란이 있는 듯하다.

 

 

1.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회(檜)나무

 

  『조선삼림식물도설』 (정태현, 1943)과 『한국식물도감』 (1957)에서 향나무의 이명(異名)으로, 노송(老松)과 회나무(檜)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회(檜)를 젓(전)나무로 잘못 쓰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는 지금의 이른바 만송(蔓松)이다. 속칭 노송(老松)이다. 서리고 얽혀 푸른 병풍과 일산이 되는 것이 이것이다. 지금 민간에서 삼나무杉木, 한글 원주 : 젓나무 ()로 잘못 알고 있다. 시인들은 매번 곧은 줄기가 하늘을 가린 나무를 보고 '()'라 읊는데 큰 잘못이다." 여기에서 만송(蔓松)과 노송(老松)은 향나무의 이칭(異稱)이다. 檜(회)의 의미도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만송(蔓松, 老松, 향나무), 우리 선조들은 대부분 전나무(杉木)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전에서는 노송(老松)과 전나무로 그 의미가 애매모호하다. 

 

  『조선식물향명집』(조선박물연구회, 1937)에 "우리 선조들은 회() 전나무 또는 가문비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회()가 향나무(蔓松, 만송)를 뜻한다. 전나무는 중국명으로 삼송(衫松) 또는 삼()이라고 부르는데 소나무와 닮은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본명은 '한반도에서 분포하는 전나무'라고 하였다." 구상나무는 윌슨(E. H. Wilson, 1876~1930)이 1917년 한라산을 탐사해 새로이 분류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고, 『조선식물명휘 (1921)  한글명이 최초 기록되었다. 한자명은 제주 백회(濟州白檜)나무로 '제주에 있는 분비나무(白檜)'라는 뜻이다. 회(檜) 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를 통칭한다. 전나무는 수고(樹高)가 높아 바람에 취약하고, 거목(巨木)이라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리산 주능선에 서식하지 않고 고지대 사면의 습기가 있는 지역에 자생한다. 분비나무는 지리산에서 자생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하면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에 나오는 회(檜)는 구상나무 가문비나무로 좁혀진다. 

 

 

가. 1610년 박여량의 두류산일록(頭流山日錄)

 

  천왕봉으로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무는 없고 단지 나무(檜)잣나무(栢)와 붉은 나무(赤木, 주목)와 단풍나무만 보이고, 사이사이 마가목(馬檟木)이 섞여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마가목을 취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돌 틈에서 작은 회나무(檜)를 캐기도 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한 수령이 꽤 오래된 것들이었다. 정덕옹과 혜보는 많이 캐었는데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自峯上至此 無他樹木 只見檜栢赤木楓樹 間以馬檟木 諸君或取馬檟 或採稚檜之生於石隙 年多矮曲而不能自長者 德顒惠甫尤能多採 終始不舍

 

나. 1851년 하달홍의 두류기(頭流記)

 

  그 나무들은 나무(檜)가 많고 잣나무가 많고 청려목(靑藜)이 많고 반은 참나무(떡갈나무, 신갈나무)이다. 그 풀은 청옥, 당귀, 작약, 도라지모시대(사삼) 같은 부류로 다 적을 수가 없다.

 

  其木多多柏多靑藜 橡木居半焉 其草靑玉當歸芍藥沙蔘之類 不可勝記

 

다. 1924년 강계형의 두류록(頭流錄)

 

  나는 본래 초목과 금수의 계보에 어두워 아는 것은 나무에 있어서 녹나무(, 녹나무과의 상록 활엽 교목 지리산에 없음), 떡갈나무(), 박달나무(), 나무(檜), 마가목(丁公藤), 청려목(靑藜枝등이고, 풀에는 작약, 당귀, 도라지모시대(吉更), 고사리 등속일 뿐이다.

 

  余素昧草木禽獸譜 而所識者 於木 櫲檞檀丁公藤靑藜枝之屬 於草 則芍藥當歸吉更薇蕨之屬而已<출처 : 이재구님 국역>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2.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청려목(靑藜木)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청려(靑藜)청시닥나무산청목으로 추정한다. 청시닥나무는 단풍나무과로 낙엽이 지면 산겨릅나무(산청목)와 구분하기 어렵다. 산청목과 청시닥나무는 잎으로 구별하는데, 청시닥나무의 줄기는 산청목과 비슷하고 잎은 단풍나무에 가깝다. 산청목의 학명은 산겨릅나무, 인산 김일훈 선생의 신약본초(神藥本草)에는 벌나무(蜂木)로 기록하고 있고, 약초연구가 최진규씨는 산청목(山靑木)이라고 하였다. 민간에서 산청목의 수피가 뱀껍질과 비슷하여 사피목(蛇皮木)이라고도 하였다. 산청목은 줄기가 곧고 가벼워서 산촌사람들이 물을 건널 때에 지팡이로 썼다고 한다. 1925년 장화식(蔣華植)은 강우일기(江右日記)에서 "청려목 처음에는 푸른색이었다가 성장함에 따라 붉은색을 띠고 해를 거듭할수록 다른 색으로 변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장에 따라 목피 색이 변하는 것은 청시닥나무이다. 

 

  청시닥나무는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조민제외 편저, 2021. 8)에서 "과 시닥나무의 합성어로 시닥나무에 비해 잎자루 및 일 년생 가지와 줄기에 푸른빛이 돈다." 『조선 산야 생식용 식물』 (정태현·임태치 공저, 1943)은 "지리산 인근에서 사용하는 방언으로 '천년초'라는 이름을 기록했으나 현재의 이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만규는 『우리나라 식물』(1949)에서 청려장, 털시닥나무라고 하였고, 『한국식물명감』(안학수외, 1963)은 민시닥나무청영자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청려장청영자는 '지팡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선인들의 유람록에 나오는 청려목(靑藜木)은 청시닥나무산청목지칭하는 듯하나 명확하지 않다.

 

注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조민제외 편저, 2021. 8) : 『조선식물향명집』(조선박물연구회, 1937) 주해서

 

 

가. 1807 하익범 유두류록(遊頭流錄)

 

○ 1807 4 2, 갑술일(양력 5월 9일)

  술자리를 끝내고 석문(통천문)을 따라 빠르게 정상을 내려오니 소나무와 노송 그리고 철쭉이 모두 꼿꼿이 굽어있는데 바람을 버티느라 왼쪽으로 쏠렸고 키는 겨우 한 자쯤 될 듯했다. 산등성이를 따라 사자항(獅子項 : 촛대봉)까지 20리 길에 청려목(靑藜木) 많이 있었는데 지팡이 삼을 만한 것을 고르자 조금 있으니 한 묶음이나 되었다. 진달래는 막 꽃을 피우고 나뭇잎들도 나기 시작했으며 소나무 그루터기와 노송, 잣나무들이 바람과 서리에 시달려 뼈만 남은 채 서리처럼 희뿌연 빛을 띤 것, 반쯤 마르고 반쯤 살아 있는 것, 서 있는 것, 누워 있는 것, 잎이 다 떨어진 것, 썩은 것 등등 이루 다 형용하기 어려웠으니 참으로 그림 속의 경치였다.

 

  酒罷 亟由石門以下 峯上則松檜躑躅 皆骯髒拳曲 爲風所持 左靡而纔盈尺 從山脊行獅子項二十里 路傍多靑藜 擇可杖者 須臾盈一束 鵑花初發 木葉始開 松蘖檜栢之老於風霜 骨立而霜白者 半枯而半生者 立者臥者禿者朽者 殆難名狀 眞畵中景

 

 

나. 1851년 하달홍의 두류기(頭流記)

 

  그 나무들은 회나무(檜)가 많고 잣나무가 많고 청려목(靑藜木) 많고 반은 참나무(떡갈나무, 신갈나무)이다. 그 풀은 청옥, 당귀, 작약, 도라지모시대(사삼) 같은 부류로 다 적을 수가 없다.

 

  其木多檜多柏多靑藜 橡木居半焉 其草靑玉當歸芍藥沙蔘之類 不可勝記

 

 

다. 1925년 장화식(蔣華植)의 강우일기(江右日記)

 

  ○ 26일(중략) 내가 말하기를 장원길이 이르기를 지리산에는 청려목(靑藜木) 있는데 그 껍질 색깔이 일 년에 각기 자라는 바가 다릅니다. 만약 금년에 푸른색이었으면 다음 해에는 붉고 그다음 해에는 또 다른 색인데 지팡이 재료로 가장 적합합니다. 이것이 옛날에 만들어 쓰던 청려장(靑藜杖)이지요.’라고 하였네.”라고 했다. 안화집에게 한 자루 구해 줄 것을 청하였는데, ‘지금 눈에 막혀 구할 수 없고 저 지리산에 이르러도 구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니 어이하랴. 안화집이 말하기를 눈이 녹은 후에 제가 한 자루 꺾어서 장원길 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余曰元吉云 智異山有靑藜木 其皮色一年所長各異 若今年靑 則明年赤 又明年又他色 最宜杖材 此古所爲靑藜杖也 請華執求一枚 云今阻雪不得 到彼則杖亦不得 柰何 華執曰 雪消後 吾折一枚 付元吉得達矣

 

 

▼ 청시닥나무

 

청시닥나무I
청시닥나무II
청시닥나무III

 

3. 산겨릅나무(참겨릅나무, 삼겨릅나무, 산청목, 벌나무)

 

  『한국의 민속식물』(2017), 720쪽에 "산겨릅나무를 강원도나 경남에서는 나무껍질의 모양이 벌집과 닮아서 '벌나무(蜂木)'라고 한다. 강원, 경남에서 산청목, 벌나무, 벌나물, 전북에서 뻘나무라고 한다. 겨릅은 껍질을 벗긴 삼대(麻骨)이다. 산겨릅나무는 산에서 자라고 가지가 겨릅을 닮았으며 그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하는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산간지방에서는 겨릅대로 지붕을 이는 데 사용했고, 가지와 껍질을 벗겨 노끈으로 사용하는 것이 삼(麻)과 비슷하다고 해 삼져릅나무<조선식물명휘>, 삼겨릅나무<조선삼림수목감요>로도 불린다.

 

  중국명은 청해축(靑楷槭, 중문판 '중국식물지')이라고 하는데, 수피(樹皮)가 푸르고(靑), 곧게 뻗어 자라는(楷), 단풍나무(槭) 종류라는 뜻이다. 일본명은 조선과부풍(朝鮮瓜膚楓, 나무껍질의 색과 무늬가 참외를 닮은 것에서 유래)이다. 벌나무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의 신약본초(神藥本草)에 간에 매우 좋다는 기록 때문이다. 민간에서 간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깊은 산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잘려진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산청목)의 목피는 사다리 모양으로 벌집을 닮아서 벌나무(蜂木)라고 한다.
수피(樹皮)가 벌집을 닮은 산겨릅나무(산청목)

 

※ 산겨릅나무[산청목, 벌나무, 봉목(蜂木), 사피목(蛇皮木)]

 

  벌나무가 알려지게 된 것은 인산 김일훈 선생이 지은 신약본초(神藥本草)에서 '간암, 간경화, 백혈병 등에 최고의 약이나 지극히 희귀하여 거의 멸종되었다.'라고 적고 있는데서 비롯됐다. 벌나무는 간암, 간경화, 간염, 백혈병 등에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지만 너무 귀하여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개오동나무를 대신해서 쓴다고 했다.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의 『신약(神藥)』(1986) 83쪽~84쪽

 

   수양이 깊은 사람이 청명한 밤 산 위에서 밤을 지새우며 목성의 정기를 관찰하면 유독 푸르스름한 기운이 짙게 어려 있는 나무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벌나무이다. 나뭇가지를 꺾어 낮에 잘 살펴보면 잎은 개오동 잎에 비해 조금 작고 더 광채가 나며 줄기는 약간 짧다. 나무껍질은 개오동 껍질과 같고 재목은 오동나무와 흡사하며, 개오동이 결이 거친 데 비해 벌나무는 결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개오동나무도 세성(歲星)의 정기가 왕래하나 희미하여 형혹성의 독기, 곧 불그스름한 시운도 함께 왕래하므로 약용하면 체질에 따라 약간의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벌나무는 전혀 독성이 없으므로 어떤 체질이든 부작용이 없는 우수한 약재이다. 간의 온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수분 배설이 잘 되게 하므로 간의 여러 난치병 치료에 주장 약으로 쓰이는 것이다. 잎과 줄기 가지 등 모든 부분을 다 약으로 쓰는데 하루 1(37.5g)씩 푹 달여 두고 아침저녁으로 그 물을 복용한다. 벌나무를 구할 수 없을 때는 개오동을 대신 쓰면 거의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양 체질 곧 혈액형이 진성 o형인 사람은 부작용이 따르므로 주의해야 하며 다른 체질도 개오동나무를 쓸 때는 처음에 조금씩 쓰다가 차츰 양을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

 

 

약초연구가 최진규(간과 콩팥 질환의 선약 산청목)

 

  나무의 잎과 잔가지, 껍질은 지방간, 간염, 간 경변, 간암 등에 뚜렷한 치료 작용이 있다. 산청목은 해발 6m 이상 되는 고지대의 물기 있는 골짜기나 계곡 가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낙엽 활엽 큰키나무다.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의 『신약(神藥)』(1986)과 신약본초(神藥本草, 1998)에 산청목을 벌나무라는 이름으로 기재하고 있었으며 간암, 간경화, 백혈병 등에 최고의 약이나 희귀하며 거의 멸종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참고로 신약에서 벌나무는 생기(生氣)와 길기(吉氣)를 주재하는 세성(歲星)의 별 정기를 응하여 화생(化生)한 물체이므로 벌나무가 있는 곳에는 늘 세성의 푸른 기운이 왕래한다. 간암, 간경화, 간옹, 간위, 백혈병 등 일체의 간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출처] 벌나무(蜂木, 산청목)|작성자 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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